2013년 6월 10일 월요일
교육의 위기는 관계의 위기…관계의 질 높여야
현재 학교 교육이 위기라는 말에 공감하십니까?”
전국의 교사, 학부모, 학생 10명 중 8~9명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학교폭력, 입시경쟁, 수업 포기, 높은 학생 자살률…. 곪을 대로 곪은 학교 현장의 문제들은 이미 숨길 수 없는 사회문제가 됐다. 교육운동단체들은 시민사회와 학계, 사회 원로들을 망라하는 ‘교육비상원탁회의’를 구성하고 위기 타개를 위한 대안 모색에 나섰다.
23개 교육단체가 참여한 ‘교육운동연대’는 지난 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시민사회·학계·학부모단체 등 관계자 50여명이 모여 ‘교육 위기’ 진단과 해법 모색을 위한 비상원탁회의 출범식을 열었다. 교육 문제와 답을 고민하는 의미있는 민간 회의체가 닻을 올린 것이다.
23개 교육단체들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교육비상원탁회의’를 출범시키며 연 토론회를 학부모들이 지켜보고 있다.| 김문석 기자
원탁회의에는 학계 대표로 도정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과 강내희 중앙대 교수, 강남훈 한신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조희연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과 홍세화 학벌없는사회 대표,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 각계 인사와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청화 스님 등 사회원로들도 이름을 올렸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등 4개 시·도 교육감은 자문위원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출범식에선 교육문제 해결을 위한 참석자들의 다양한 발언이 나왔다. 고춘식 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운영위원장은 “오늘날 공교육의 위기는 바로 관계의 위기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 있어야 할 바람직한 관계들이 모두 깨진 것”이라며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관계 회복으로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둔 혁신학교 사례에서 보듯 교육 위기 해결의 핵심은 교육 현장에서 관계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정일 교수는 “중·고등 교육 못지않게 대학 교육도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고 결국 두 문제는 뿌리가 얽혀 있는 동일한 문제”라며 “교육의 위기는 곧 사회의 위기이고 이 문제의 해결 없이는 우리 아이들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국민들이 자각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산하 참교육연구소가 지난 4월 전국의 초·중·고 교사와 학부모, 중·고교 학생 등 386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 교육이 위기라는 데 교사는 90.85%, 학부모는 83.6%가 동의했다. 중학생의 86.4%, 인문계 고등학생의 90.9%도 위기 담론에 동의했다. 절대 다수의 교육 주체들이 현행 학교 교육 체제에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가장 심각한 교육 문제로 교사의 85.1%, 학생의 59.8%는 정신건강(과도한 스트레스나 게임·인터넷 중독) 문제를 꼽았고 학부모의 82.6%는 사교육비 증대를 선택했다. 학교폭력은 초등학교 때부터 빈발하기 시작해(교사 78.5%, 학부모 72%), 중학교에서 가장 심각하다(교사 84.8%, 학부모 77.4%, 학생 55.9%)는 결과가 나왔다.
수업 진행 자체가 어렵다는 대답도 많았다. 수업을 방해하거나 포기하는 학생들 때문에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교사는 중학교에서 가장 많아 84.2%에 달했다. 인문계고는 78.4%, 전문계고는 81.5%의 교사가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일상적인 생활지도가 어렵다는 교사들도 전체의 80~90%에 이르렀다. 심각한 교육위기 원인으로 학부모 76.9%, 교사 71.5%, 학생 86.2%가 과도한 입시경쟁을 꼽았다. 원탁회의는 향후 자율형사립고, 국제중학교 등 특권경쟁교육, 학교폭력과 자살, 혁신학교 등 주제별로 토론회를 개최한 뒤 논의 내용을 정리해 이르면 9월쯤 교육위기 극복 방안 보고서를 채택할 계획이다. 이현 전교조 정책실장은 “교육정책에 실질적 권한을 가진 정부 관료나 국회의원들도 수시로 원탁회의에 초청해 함께 교육문제의 대안을 논의해갈 것”이라며 “도출된 해법을 대중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교육콘서트 등도 올해 말까지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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