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6일 일요일

애절한 여름 손님 매미의 물리학


언젠가 필자(윤기상)가 근무하는 학교의 영국 원어민 영어교사에게 영국의 매미에 대해 물은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그게 뭔데요?”라고 반문했다. 짧은 영어로 설명하자, “영국에는 없어요. 한국에 와서 처음 봤는데, 되게 시끄럽던데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쓴 논문을 보면 영국에도 우리나라 고유종과 비슷한 매미가 있다.

세모배매미는 영국에서 볼 수 있는 친척종과 비슷해 처음엔 같은 종으로 알려졌으나, 2008년 이영준 미국 코네티컷대 연구원이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분류했다. 등쪽이 뾰족하고 배쪽이 평평하여 배의 횡단면이 세모꼴이어서 세모배매미란 이름이 붙었다(크기 약 20mm).
5월부터 등장하지만 6월에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매미를 집 근처에서 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강원도 산골의 인적이 매우 드문 곳에서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식지를 아는 사람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앞으로 서식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해 관리하길 기대해 본다.







6월에 가장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매미다. 전국 어디에나 있다. 더구나 이 때에는 아직 다른 매미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으니 매미 소리가 들린다 싶으면 거의 소요산매미라고 봐도 된다. 이 시기에 우는 다른 매미로는 풀매미가 있는데, 풀매미는 소요산매미만큼 찾기 쉽지 않다.

아파트 단지나 국도변 산에서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곳에 살지는 않는다. 만약 6월인데도 동네에서 아무 매미 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교외로 나가 시골 야산 주변을 다녀보면 거의 찾을 수 있다. 참고로 소요산매미는 더운 낮은 물론 해질녘에도 잘 울어 평일 하교 뒤나 퇴근 뒤에도 관찰할 수 있다. 6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 우니 시간도 충분하다. 크기는 약 30mm다.










나무가 아닌 풀 숲에서 많이 관찰돼 풀매미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매미는 꼭 파리와 비슷하다. 5년 전에 이 매미를 산 채로 채집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음향실험실에서 녹음한 적이 있는데, 지나가던 연구원이 파리로 오해할 정도였다. 하지만 잘보면 생김새가 귀여우며(크기 약 15mm), 소리는 더 귀엽다.

풀매미는 약 30년 전만 해도 대단히 흔했지만 도시개발과 농약 사용으로 많이 사라졌다. 강원도와 경기 북부, 제주도 일부에서 볼 수 있으며, 주로 관리되지 않는 무덤가에 많다. 이런 곳이 주변에 있다면, 용기를 내 한번 찾아보자. 단, 낮에 찾아가야 한다. 오전 11시 전에는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고 오후 3시만 넘어도 울지 않기 때문이다. 날씨도 아주 맑아야만 들을 수 있다. 풀매미가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5월 한낮의 온도보다 높아야 한다. 그래서 5월 중순부터 나오기 시작하고, 6월에 가장 많이 출현한다. 7월이면 수가 줄어들어 8월이면 거의 사라진다.

참고로 이 매미는 몸이 초록색인 것과 검은색인 것이 있다. 서로 다른 두 종(풀매미와 고려풀매미)으로 봤지만, 2008년 이영준 미국 코네티컷대 연구원이 같은 종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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