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3일 목요일

"영재학교 입시 수학문제 66% 중학교 교육과정 벗어나

과학고 및 영재학교의 입시 문항이 중학교 교육과정을 넘어선 문제들로 출제돼 사교육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은혜(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은 지난 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 1세미나실에서 과학고 및 영재학교의 선발 실태 및 대책 모색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전국 14개 과학고·영재학교의 2015학년도 입학전형 시험문제(수학, 과학 총 337개 문항)를 전수 조사한 결과를 소개했다.
중학교 교육과정 준수 여부 및 중학교에서의 학습 가능여부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최 대표는 "전국 7개 영재학교의 면접과 지필문항(총 수학 146문항, 과학 153문항)에서 수학 문항의 66.4%(총 97문항), 과학은 26.8%(총 41문항)가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항이었다"며 "7개 과학고의 면접문항(총 수학 26문항, 과학 12문항)은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내용이 수학 34.6%, 과학 8.3%가 출제돼 선행교육 규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배경에 대해 그는 △과학고의 자기주도 학습전형에 수학, 과학 문제 출제 허용 △선행학습과 엄청난 사교육을 유발하는 영재학교 지필고사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최 대표는 "교육부는 올해 봄에 각 시도교육청에 내려준 '2016학년도 과학고 입학전형 매뉴얼'을 통해 과거의 지필고사를 실질적으로 허용하는 조치를 내렸다"며 "과학, 수학에 대한 융합(STEAM)형 문항을 출제하는 것은 개별문항이 아닌 공통문항 출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과거 과학고 입시의 병폐로 지목된 지필고사와 다름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영재학교의 2단계 시험인 창의적 문제해결력 평가, 영재성 및 사고력 검사 등은 명시적으로 수학, 과학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문제가 수학, 과학 문제"라며 "그것도 경시대회나 올림피아드 문제와 유사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이경운 서울과학고등학교 교감은 "선발 문제가 경시대회, 올림피아드 문제 형식이라는 것은 학원 측 주장"이라며 "문제 출제부터 문항카드를 작성해 출제 근거를 명시하게 했고, 출제진 전체가 선행학습 및 사교육 가능성을 검토한다"고 해명했다.
이 교감은 "평가에서 개별평가 항목이 있는데, 사교육 시장도 중요하지만 타당성도 검토해야 한다"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선발에) 관심을 갖고 있다 보니 사회적으로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홍경희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 장학사는 과학고의 자기주도 학습 전형의 원칙이 위배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자기주도 학습전형의 경우 타당성을 강조한 전형인데, 선발에서의 타당성과 신뢰성은 경쟁 관계에 있다"며 "타당성은 결국 오랫동안 선생님이 학생들을 관찰해야 하는데, 스스로의 관찰이 옳은지, 또 불이익은 없는지 정신적인 압박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학생 선발 기능이 취약한 과학고·영재학교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영재 선발을 위한 독립된 전문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험 등 검증도구를 통한 영재성의 검증이 아닌 지속적인 관찰을 통한 영재성의 발굴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박재원 아름다운배움 부설 행복한공부연구소장은 "결국 영재고와 과고 입시에서 사교육의 유발 요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학교 선생님의 학생 관찰 기록을 최우선으로 반영하는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중학교 교육 과정에서 아이들이 보여주는 변화의 모습을 봐야 한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영재교육기관은 교육의 기능은 강하지만, 선발의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영재를 선발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이 필요하다"며 "시도교육청에서 입학사정관을 통해서 영재를 선발하고, 이를 각 영재교육기관에 제공하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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