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6일 일요일

과학강국 스웨덴의 힘 ‘창의 발명 여성’

행복한 과학 여행 유럽 과학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시청사 앞의 호수. 스톡홀름은 14개의 섬이 57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만들어진 호반의 도시다.  ⓒ 장미경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 시청사 앞의 호수. 스톡홀름은 14개의 섬이 57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만들어진 호반의 도시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14개의 섬이 57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만들어진 호반의 도시다. 맑고 푸르른 호수와 공원,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건물들, 깔끔한 골목길까지.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물의 도시로 유명한 스톡홀름 도심을 걷다보면, 중세에 서있는 듯 황홀하다. 마치 이 곳이 왜 북유럽을 대표하는 여행지인지, 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도로 불리는지를 대변해주는 것 같다.
과학의 눈으로 보면, 스웨덴은 ‘노벨의 나라’이자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이 세계 선두권인 과학기술 산업국이다. 물론 처음부터 스웨덴이 잘 살았던 것은 아니다. 18세기 서유럽 국가들이 산업화를 시작할 때도 스웨덴은 농업 경제를 유지하고 있었고, 19세기 초반까지 특별히 내세울 게 없었다. 심지어 이 시기엔 약 100만 명의 스웨덴 사람들이 가난을 피해 미국으로의 이민을 선택하기도 했다.
과연 스웨덴은 어떻게 과학기술 강국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을까.
이번에 만나볼 스웨덴 국립과학기술박물관은 창의, 혁신, 실용, 발명, 여성 등 스웨덴이 강조하는 키워드들이 잘 녹아있는 대표적인 과학박물관이다. 이 곳 박물관에서 스웨덴이 과학기술 강소국으로 자리매김한 비결을 찾아보자.
스톡홀름 국립과학기술박물관의 건물 외관. 이 박물관은 1936년 완공 후 1948년부터 스웨덴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 장미경
스톡홀름 국립과학기술박물관의 건물 외관. 이 박물관은 1936년 완공 후 1948년부터 스웨덴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 장미경
쌍방향 소통으로 꼽은 100가지 혁신
스웨덴 국립과학기술박물관은 스톡홀름 도심에서 동쪽 방향으로 약 4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1923년 스웨덴의 과학기술 단체들을 중심으로 설립이 논의되었고, 1936년 완공 후 1948년부터 스웨덴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박물관은 총 4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입장권을 구매한 후 입구에 들어서면 2층 전시실부터 관람이 시작된다. 먼저 4D 영화상영관(Cino4)을 만날 수 있는데, 의자의 움직임을 비롯해, 바람, 레이저, 조명, 향기 등을 동원해 흔히 테마파크에서 체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다. 과학기술 관련 다큐멘터리를 생생하고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다음으로 기계관에는 증기기관, 비행기 등 대형 전시물부터 자전거, 자동차, 각종 엔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사브(SABB)와 볼보(VOLVO)라는 유명 브랜드를 갖고 있는 나라답게 각종 실물 자동차와 엔진을 꼼꼼하게 전시해 놓았다. 직접 시승하고 만져볼 수 있는 체험 코너도 빼놓지 않고 있어 흥미진진한 전시관이다.
각 전시관에는 증기기관, 비행기 등 대형전시물부터 자전거, 자동차, 각종 엔진 등이 깔끔하게 전시되어 있다.  ⓒ 장미경
각 전시관에는 증기기관, 비행기 등 대형전시물부터 자전거, 자동차, 각종 엔진 등이 깔끔하게 전시되어 있다. ⓒ 장미경
다음으로 만나게 될 발명전시관은 이 곳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낀 장소다. 발명전시관은 ‘100가지 혁신’(100 innovations)이라는 주제로, 인류의 삶을 바꿔놓은 100가지 전시물에 대해 설명하는 코너다. 특이한 점은, 박물관 관람객들이 직접 투표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온 오프라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관람객들이 전시 관람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박물관에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반영된 각종 발명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 장미경
박물관에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반영된 각종 발명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 장미경
여성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사회
여성 발명관을 따로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독특하다. 스웨덴은 1천만 명이 채 되지 않는 부족한 인구 수의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민주주의로의 의식 변화와 공업화로 진행되는 시대 환경 속에서, 여성의 권리와 잠재력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향상시킴으로써 전 국민이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스웨덴은 여성 국회의원 숫자가 세계 1위이며, 국회에 몸담고 있는 여성 국회의원 수도 전체 의석의 40%가 넘는다.
따로 마련된 여성 발명관을 통해 여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과 투자를 느낄 수 있다.  ⓒ 장미경
따로 마련된 여성 발명관을 통해 여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과 투자를 느낄 수 있다. ⓒ 장미경
역사의 흐름을 살펴보면, 15세기 유럽 자연과학의 발달은 17세기 인간의 이성을 중시하는 계몽주의 사상을 탄생시켰고, 계몽주의 사상은 자유와 평등이라는 모토 아래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 이후 19세기에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모토로 하는 공리주의 철학과 자본주의 사회로의 발전 흐름이 이어졌다.
이러한 흐름이 내놓은 가장 큰 장점은, 개인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의 다양한 ‘창의성’이 ‘발명’이라는 형태로 자유롭게 구현되어, 개인과 사회 모두의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개인의 창의성을 발명으로 현실화
현재 스웨덴은 이러한 시스템이 가장 강하게 적용되고 있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산학연계 시스템 등을 이용하여 개인의 창의적인 생각을 현실화시키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낸다.
단적인 예로 노벨의 다이너마이트를 비롯하여 무균종이 음료 팩, 안전성냥, 스패너, 유선전화기, 심장초음파기기, 에어 스프레이 캔 등 인류의 삶을 바꿔놓은 수많은 발명품들이 스웨덴 출신 과학자들에 의해 탄생했다.
실제로 스톡홀름 국립과학기술박물관에서는 스웨덴 사람들의 자부심이 가득 담긴 발명품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들을 볼 수 있다.
스톡홀름 국립과학기술박물관에서는 스웨덴 사람들의 자부심이 가득 담긴 발명품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들을 볼 수 있다.  ⓒ 장미경
스톡홀름 국립과학기술박물관에서는 스웨덴 사람들의 자부심이 가득 담긴 발명품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들을 볼 수 있다. ⓒ 장미경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사회 풍조에 힘입어 스웨덴은 인구 1천만명당 노벨상 수상자가 31명으로 세계 1위다. 인구 비율로 따져보면, 과학기술 강국인 독일 12명, 미국 10명에 비해서도 훨씬 많은 수치다.
스웨덴 산업혁명의 아버지, ‘크리스토퍼 폴햄’
이 곳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장소는 바로 스웨덴 출신 기계공학자인 크리스토퍼 폴햄 관련 전시관이다. 영국에 ‘제임스 와트’가 있다면, 스웨덴에는 ‘크리스토퍼 폴햄’이 있었다.
크리스토퍼 폴햄은 1697년, 스톡홀름에 기계공학실험실을 설립해 각종 기계 실험기구를 전시하고, 엔지니어를 양성했다. 이 곳이 바로 스웨덴 왕립기술연구소(The Royal Institute of Technology)의 전신이다.
무엇보다 그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100% 수력으로 동력을 공급받아 움직이는 자동화된 공장을 설립했다는 것이다. 스웨덴 산업혁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웨덴이 산업화와 공업화에 성공하게 된 가장 중요한 기반을 만든 인물이기에, 스웨덴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그에 대한 존경이 각 전시물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스웨덴 출신 기계공학자인 크리스토퍼 폴햄 전시관. 영국에 제임스와트가 있다면, 스웨덴에는 크리스토퍼 폴햄이 있다.  ⓒ 장미경
스웨덴 출신 기계공학자인 크리스토퍼 폴햄 전시관. 영국에 제임스 와트가 있다면, 스웨덴에는 크리스토퍼 폴햄이 있다.
이번에는 과학기술 체험관에 들어가 보자. ‘테크노라마(Teknorama)’라고 이름 붙여진 이 체험관은 착시, 물리실험, 브레인게임, 가상스튜디오, 비행 체험 등 인터랙티브 형태의 다양한 전시물들로 꾸며져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여느 체험형 과학센터처럼 어린 관람객들에게 인기 만점인 장소다.
이 밖에 스포츠과학 전시관에는 스키, 농구, 스케이팅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기면서 과학 원리를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체험시설이 간단한 과학원리 설명과 함께 깔끔하게 설치되어 있다. 직접 참여하지 않고 다른 관람객들이 체험하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대표할 과학기술 키워드는
과학박물관에서 창의와 혁신이 묻어있는 다양한 발명품들, 특히 여성과학자들의 훌륭한 업적과 발자취를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은 가슴 벅차고 행복한, 그러면서도 부러운 일이다. 스웨덴 국립 과학기술박물관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유럽의 과학 정신과 스웨덴의 미래를 담고 있는 듯하다.
이 덕분에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자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스웨덴이 중시하는 창의, 혁신, 발명,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빠른 발전과 성장을 이루어낸 우리나라, 우리를 대표할 과학기술 키워드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과학박물관에서도 우리의 과학기술 키워드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스톡홀름 도심에 위치한 노벨박물관의 모습. 스웨덴은 ‘노벨의 나라’이자 GDP 대비 R&D 투자비율이 세계 선두권인 과학기술 산업국이다.
스톡홀름 도심에 위치한 노벨박물관의 모습. 스웨덴은 ‘노벨의 나라’이자 GDP 대비 R&D 투자비율이 세계 선두권인 과학기술 산업국이다.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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