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과중한 학업부담을 없애려는 미국 뉴저지 주(州)의 한 교육감의 '교육실험'을 놓고 지역 학부모들이 백인과 아시아계로 양분돼 충돌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뉴저지 프린스턴 인근 '웨스트 윈저-플레인보로' 교육구의 사례가 성적 위주의 학교 교육에 대한 찬반 논쟁을 축소판처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9천700명의 학생을 둔 이 지역의 데이비드 아더홀드 교육감은 최근 학부모들에게 "우리 학군에 위기가 닥쳤다"고 호소하는 16쪽짜리 서한을 보냈다.
학생들이 과중한 학업부담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너무 많은 공부와 과제로 씨름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이 학군에서는 120명의 중·고등학교 학생이 정신과 진단을 권고받았고 40명이 병원에 입원했다.
교육청이 실시한 학생 설문에서는 "학교 가기 싫다", "성적과 점수가 최우선의 가치"라는 등의 대답이 나왔고, 고교 우수반에 소속된 학생의 68%는 "학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 학군은 시쳇말로 '잘 나가는 학군'이다.
지난 3년간 명문대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진학생이 16명에 달했다.
수학·과학경시대회와 음악콩쿠르에서 입상하거나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도 줄을 이었다.
이런 교육환경 변화에는 최근 급속히 유입된 아시아계 이민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 인도, 한국계 주민은 2007년 44%였으나 현재 65%까지 치솟았다.
이런 가운데 아더홀드 교육감이 '전인교육'을 내세우며 경쟁적으로 흐르는 학교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중간·기말시험을 폐지하고, '숙제 없는 날'을 도입하는가 하면 아시안 학생이 거의 전부인 수학 상급반 진학 학년도 4학년에서 6학년으로 늦춘 그는 "다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손을 쓰기에 너무 늦은 시점까지 내버려두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사회는 뭉치기보다는 두 쪽으로 나눠졌다. 그것도 인종 대립 양상으로 갈라졌다고 NYT는 전했다.
아더홀드 교육감의 견해에 대체로 백인 학부모들은 지지를 보내는 반면, 아시아계는 '교육을 하향 평준화시킨다'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열린 학군 내 학부모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앉아 이런 대립을 극명히 보여줬다.
한 중국계 학부모는 "아이들이 배우고 성장하려면 경험이 필요하다. 자꾸 제한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한 백인 여성은 "아들이 4학년인데 벌써 '나는 스펙에 올릴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아무 일도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고 한탄했다.
NYT는 두 그룹 간에 지난 몇 년간 쌓여온 팽팽한 긴장이 이번 편지를 계기로 폭발한 셈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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