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7일 월요일

수상자들이 말하는 '한국, 노벨상과 인연 없는 이유'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5명을 심층 인터뷰했습니다. 그 중에는 한국에서 강의를 했던 교수도 있는데요. 과학기술 우수 인력이 많은 대한민국이 노벨상과는 인연이 없는 이유를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기자]
녹색 형광빛을 뿜어내는 해파리. 이 원리를 통해 의학계는 인체에 암세포가 퍼져나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마틴 챌피/200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 실험을 할 때마다 실패했죠. '나는 과학자를 해서는 안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죠.]
챌피 교수에게 2008년 노벨화학상을 안겨준 해파리 연구는 애초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았던 분야가 아니었습니다.
[마틴 챌피/200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 연구 중 우연한 발견이 나오는 게 재미있는 겁니다. (재정지원 제안서는) 계약서가 아닙니다. '4년 전에 쓴 제안서대로 연구해야지'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죠.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바뀌니까요.]
반면 한국은 단기 성과로 연구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연구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유룡 교수/카이스트 화학과 : 앞으로 3년 동안에 나타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가 뭐냐 그래서 딱 예측되는 예상되는 성과. 거기에 맞춰서 그게 좋으면 연구비를 줬어요.]
수상자들은 멘토와 스승을 통한 연구의 대물림도 노벨상 배경으로 꼽습니다.
[아론 치카노베르/200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 멘토는 가이드이면서 영감을 주는 존재입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탄 가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교수입니다.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입자에 대한 연구로 상을 탄 건데요. 그런데 이 가지타 교수의 스승도 노벨상 수상자였습니다. 그 스승과 함께 연구하던 동료 연구원도 노벨상을 탔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직접 관계도를 만들어봤더니 가지타 교수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물리학자들 중 노벨상 수상을 한 사람만 6명입니다.
일본에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사람은 모두 11명인데 한 명을 뺀 10명이 사제관계였거나 선후배 관계로 함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런 '대물림 연구'를 통한 노벨상 수상은 일본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노벨상이 처음 생긴 이후 70년간 미국 수상자들을 분석해보니 노벨상을 탄 스승 밑에서 연구해 노벨상을 수상한 제자가 전체 수상자 92명 중 48명으로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한국만의 연구를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중국의 투유유 교수는 전통약초에서 발견한 말라리아 치료제로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가지타 교수에게 올해 노벨상을 안겨준 우주 소립자 연구도 세계적으로 일본의 전문 분야로 꼽힙니다.
일본 기후현의 한 시골 마을.
이 산은 원래 광산이었는데요. 일본정부에서 1천억 원 이상을 들여 지하 1천미터 깊이에 초대형 물탱크 실험시설을 만들었습니다.
일본은 이런 남다른 지원을 통해 소립자 분야에서만 7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노요리 료지/200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 (한국에도) 틀림없이 서양에선 볼 수 없는 독창적인 발상이 있지 않을까요? 노벨상은 독창성이 있을 때 특히 높게 평가되거든요.]
토론과 질문을 하지 않는 한국 문화가 바뀌어야 노벨상에 다가갈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아론 치카노베르/200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 한국 학생들이 수줍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겁니다. 교수들도 노력해야죠. 한국 대학의 분위기는 토론을 할 수 없는 분위기죠.]
[임경순 교수/포스텍(노벨과학상 분석·접근전략 연구) : (노벨상을 타려면) 남들과는 다르게 생각해야 되는데 항상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우리나라에서는 관용적으로 대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수상자들은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마스카와 도시히데/200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 '노벨상, 노벨상' 안 했으면 좋겠어요. 그건 어쩌다 걸리는 축제인 거예요.]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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