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6일 수요일

최고의 공부법

1등의 공부법만 좇지 말고, 내게 맞는 방법 찾아야

필자가 최근 만난 고등학교 1학년 A 학생은 수학을 정말 잘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아닌데, 시험에서 대부분 만점을 받거나 하나 틀릴 정도로 수학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 그런데 전문가의 눈으로 볼 때 A 학생에게는 눈에 띄는 단점이 있었다.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는 점이었다. 자기가 볼 때는 무척 쉬운 문제인데 선생님이 똑같은 문제를 계속 다시 풀라고 하니, 반발심에 대충 푸는 버릇까지 생겼다. 그 탓에 간단한 개념 문제나 계산 문제를 틀리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었다.

A 학생은 "너무 쉬운 문제를 반복해 푸는 게 정말 지겹고 재미없다"고 했다. A 학생은 학원에서 3단계 난도로 나뉜 문제집을 풀고 있었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1~2단계 문제를 풀지 않아도 될 만한 실력이었다. 하지만 A 학생이 다니는 학원에서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문제집을 다 풀면 복사해서 또 풀고, 또 푸는 형태로 가르쳤다. 새롭고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며 공부의 즐거움을 찾는 A 학생에게는 맞지 않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학원 프로그램을 벗어나 좀 더 자율적으로 공부해 보라고 권했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 혹은 수능 만점자들의 공부법을 들으면 '반복'이 가장 좋은 방법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부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의 상황이나 성향에 따라 누군가는 진도를 빨리 나가는 게 좋고, 누군가는 천천히 곱씹으며 공부하는 게 낫다. 강의를 들으면서 배운 내용이 잘 정리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자신이 직접 노트에 필기를 해야만 내용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아이도 있다. '정답'이라고 규정된 공부법은 아무것도 없다. 아이에게 맞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수많은 사람이 좋다고 추천하는 공부법이라도 자신에게 맞지 않다면 무익하다. 남들이 말하는 좋은 방법을 강요하다가 오히려 공부를 싫어하게 만들 수도 있다.

만약 A 학생처럼 새롭고 어려운 문제를 풀며 즐거움을 느끼는 스타일이라면 '반복 학습'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특히 맞힌 문제까지 전부 다시 풀다가는 공부에 질리기 십상이다. 틀린 문제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잘 기억나지 않을 때쯤 다시 한 번 풀어 보자. 그리고 사고력을 요하는 난도 높은 문제에 도전하며 스스로 수학 삼매경에 빠져 보자.

모든 학생이 똑같이 공부할 필요는 없다. 오리의 물갈퀴는 헤엄을 치기에 적합하지, 닭처럼 뛰어다니기에 적합한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 만약 오리가 열심히 닭처럼 뛰면서 물갈퀴를 다 갈기갈기 갈라놓으면 나중에 물에서 헤엄치기 어려울 것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이 짜놓은 틀에 맞출 필요는 없다. 자기가 잘하는 면을 유심히 보고 그에 맞는 전략을 짜는 것, 그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공부법이다.
 조선일보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