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처음 개봉한 스타워즈 시리즈는 당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메가톤급의 ‘상상력 폭탄’을 터트렸다. 우주선과 레이저총, 광검 등 당시로선 상상조차 하기 힘든 첨단기술과 일종의 초능력인 포스를 융합시킨 설정은 SF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다. SF영화는 스타워즈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후 스타워즈는 하나의 ‘산업’이 됐다. 소설과 게임, 장난감 등 수많은 파생상품이 탄생했고, 감독인 조지 루카스는 ‘떼부자’가 됐다.
‘스타워즈 효과’는 과학계에도 미쳤다. 많은 과학자들이 스타워즈에서 영감을 받아 기술을 개발했다. 그래서 준비했다! 영화를 기다리는 스타워즈 ‘덕후’들을 위해, 그리고 스타워즈 1~6편을 보지 않은 입문자들을 위해, 현실 속 스타워즈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알아보자.
포스 대신 음파로 물건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스타워즈의 기본적인 대결구도는 은하계의 평화를 지키려는 ‘제다이’ 기사들과, 은하계를 지배하고 있는 ‘시스’ 사이의 전쟁이다. 두 집단 모두 포스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지만, 각각 선한 목적과 악한 목적으로 힘을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보이지 않는 힘인 포스는 집채만 한 전투기를 마음대로 들어올린다든가, 마치 장풍처럼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초능력이다.
물론 포스라는 설정은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 ‘염력(psychokinesis)’이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여기서는 잠시 논외로 두자. 스타워즈 첫 작품(4편)에서는 포스를 우주선에 접목한 ‘견인광선(Tractor Beam)’이라는 무기가 등장한다. 이 광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치 자석처럼 거대한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음파를 이용해 견인광선을 실제로 구현한 장치가 등장했다. 스페인 나바라공립대 수학및컴퓨터공학과 아시에르 마르조 연구원팀은 공 모양의 물체를 공중에 띄워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0월 27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음파가 공기를 진동시키는 힘을 이용했다. 지름이 1cm인 초음파 확성기 64개를 제작해 다양한 방식으로 배열했다. 그리고 40kHz의 초음파를 발생시킨 뒤 각 스피커의 위치와 소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지름이 약 3mm인 폴리스티렌 공을 공중에 띄워 놓고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마치 손가락 두 개로 공을 집어 들고 있는 것처럼 공중에 띄워 놓을 수 있었다. 또 세면대에서 물이 빠져나가듯 공이 나선 모
양을 그리면서 가운데로 이동하게도 만들었다.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고난도 묘기도 가능했다. 연구팀은 이 장치를 발전시키면 몸속에서 약물을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등 다양한 곳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영화 출연 로봇 실제로 만들고 ISS에도 보내
스타워즈를 이해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드로이드’라고 부르는 로봇들이다. 시리즈 첫 회부터 등장하는 원통 모양의 로봇 ‘R2-D2’와 휴머노이드 로봇 ‘C-3PO’는 고비마다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서로 티격태격하며 약방의 감초처럼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그런데 영화에서 나타난 두 로봇의 하드웨어 성능은 썩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뒤뚱뒤뚱 걷는 C-3PO를 보면 오히려 ‘휴보’ 같은 현재 로봇이 더 나아 보인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개봉하는 ‘깨어난 포스’ 편에는 새로운 로봇 ‘BB-8’이 등장한다(사진➋). 마치 눈사람처럼 생긴 이 로봇은 몸통 자체가 바퀴처럼 구르면서 빠르게 이동한다. 굴러가면서도 몸통 위에 붙어 있는 머리는 움직이지 않아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CG)처럼보이지만, 이 로봇은 그래픽이 아닌 진짜 로봇이다.
제작사인 루카스필름(월트디즈니가 인수)은 ‘스페로(SPHERO)’라는 로봇 전문 스타트업에 의뢰해 BB-8을 만들었다. 몸통에 강력한 자석과 자이로센서를 넣고 머리 밑에 바퀴를 단 것이 빠르게 굴러가면서도 머리가 몸에서 분리되지 않는 로봇 캐릭터를 만든 비결이다. 스페로는 스마트폰 앱으로 조종하는 미니 BB-8을 현재 판매 중이다.
이처럼 실제로 작동하는 로봇을 만들어 영화를 찍을 정도로 하드웨어 제작 기술은 발달했지만, 아직 영화 속 로봇들의 인공지능(AI)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영화에서 이들 로봇들은 주인의 음성을 인식해서 임무를 수행할 뿐 아니라 우주선 설계도 같은 대용량 정보를 저장하거나 처리할 수 있고, 입체 홀로그램을 생성할 수 있는 영상장치도 갖췄다. 무엇보다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을 발휘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현재의 로봇 기술을 넘어선다.
스타워즈에서 영감을 받아 실제로 만든 로봇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항공우주학과 데이비드 밀러 교수는 지난 1999년 학생들에게 스타워즈 5편의 한 장면을 보여주면서 “이런 로봇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그가 보여준 로봇은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작고 동그란 드로이드로, 제다이 마스터 요다가 주인공인 루크 스카이워커를 훈련시킬 때 등장한다. 놀랍게도 밀러 교수와 학부생 제자들은 국제우주정거장(ISS) 내부에서 무리지어 움직일 수 있는 소형 인공위성 드로이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스피어스(SPHERES)’라는 이름이 붙은 이들은 2003년부터 실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는 데 쓰이고 있다(사진➌). NASA는 덩치가 큰 인공위성의 대안으로 작은 위성들을 그룹으로 묶어 임무를 분업화시키는 새로운 개념을 현재도 계속 실험하고 있다.
논란의 광검과 레이저 무기, 가능하다?
스타워즈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그것. 그렇다. 광검(빛나는 칼)이다. 정확한 이름은 ‘라이트세이버(Lightsaber)’다. 최근 인기 아이돌그룹 ‘엑소(EXO)’가 라이트세이버라는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선보였을 정도로 스타워즈 팬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아이템이다.
라이트세이버는 제다이 기사와 시스들이 사용하는 무기로, 파란색과 녹색, 붉은색 불빛이 나오는 검이다. 파란색은 제다이 기사를, 녹색은 제다이 마스터를 상징하며 붉은색은 시스를 나타낸다. 원래 라이트 세이버는 일자형이었는데, 새로 개봉하는 영화에서는 좌우로도 불빛이 뻗어나가는 십자가 모양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라이트세이버는 스타워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이지만, 가장 비현실적인 무기 중 하나였다. 빛인 레이저가 어떻게 진행하다가 멈출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빛과 빛이 서로 충돌한다는 설정은 중학교 수준의 과학 상식만 알아도 말이 안 되는 얘기다. 하지만 만약 레이저가 아니라면? 윤정식 국가핵융합연구소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 부센터장은 “플라즈마를 이용할 경우 라이트세이버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플라즈마는 원자가 고온에서 원자핵과 전자로 분리된 기체 상태를 말하는데, 전자의 운동에 너지를 극대화시키면 인체를 손상시킬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지금도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의 플라즈마 발생장치가 PLUS 있습니다. 의료용으로 쓰는 플라즈마 나이프는 이미 상용화 돼 있죠. 당장은 칼싸움이 가능한 수준의 광검을 만들 수는 없지만 미래에는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고체처럼 서로 부딪히는 방식으로 칼싸움을 하지는 못할 겁니다.”
라이트세이버를 만들 수 있다니! 스타워즈 팬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그렇다면 전투기에서 쏘는 레이저도 실제로 가능할까. 이번에는 레이저 응용분야 전문가인 최만수 한국천문연구원 SLR그룹 연구원에게 물어봤다.
“무기로 쓰는 레이저는 지금도 있습니다. 중국은 미사일을 레이저로 요격하는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죠. 전투기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된 고출력 레이저가 있다면 가능할 겁니다.” 전투기에 장착하는 레이저는 아니지만 실제 우리나라도 지상에서 우주로 레이저를 쏴서 국내 상공을
지나는 인공위성을 감시하는 인공위성 레이저추적(SLR) 관측소를 11월부터 운영한다. 세종시와 경남 거창군에 설치되는 SLR 관측소 중에서 거창 SLR 장치는 무기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출력이 높다. 하지만 레이더와 함께 가동시켜서 비행물체에 위험을 가하는 일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그밖에도 지면 위에 떠서 달리는 자동차나 연료전지 발전소 같은 기술들도 현재 실제로 존재하거나 기술 개발 중에 있다. 40년 전부터 조지 루카스 감독이 상상한 기술 가운데 많은 부분이 실현된 것이다. 어쩌면 그에게도 제다이처럼 미래를 내다보는 포스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떤가. 이정도면 여러분은 스타워즈 속 과학기술핵심 키워드에 대해 친구나 연인에게 아는 척 할 수있는 ‘포스’의 소유자가 됐다. 이제 남은 일은 하나. ‘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를 영접하기만 하면 된다.
*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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