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일 화요일

이슬, 보석이 된 순간

본 적 있나요, 잠자리가 이슬로 샤워를 했네요

몸에 붙은 이슬 속엔 병원균 많아 이물질 제거하려 곤충 스스로 털 이용


리구슬이 사방에서 빛난다. 어느 미술관에 전시된 조각품 같지만 사실 자연이 빚은 찰나의 아름다움이다. 프랑스의 사진작가 데이비드 샹봉이 숲이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아침이슬이 주렁주렁 매달린 잠자리 머리를 포착한 사진이다. 이슬이 돋보기처럼 잠자리 겹눈을 이루는 파란 낱눈들을 확대해 보여준다.

아침이슬은 사람의 눈에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나지만, 정작 작은 곤충들에게는 목숨을 위협하는 흉기가 될 수 있다. 날개에서 이슬을 빨리 떨어내지 못하면 천적이 와도 꼼짝할 수가 없다. 이슬에는 곤충을 위협하는 병원균들도 숨어있다. 색색이 아름다운 꽃가루로 뒤덮인 꿀벌도 마찬가지. 몸이 무거워 제대로 날지 못한다. 과연 곤충은 어떻게 위기에서 벗어날까.

미국 조지아 공대 데이비드 휴 교수는 최근 과학 논문 수십편을 분석해 국제학술지 '실험생물학 저널'에 "물방울이든 꽃가루든 몸에 붙은 이물질을 떨어내는 생물들의 첫째 비결은 털"이라고 발표했다.

사실 털은 오염의 원인이면서 청결의 수단이다. 꿀벌은 몸통과 다리, 심지어 눈에도 털이 나있다. 그 수는 다람쥐와 같은 300만개. 나비는 무려 100억개나 된다. 털까지 치면 곤충의 표면적이 피부의 100배로 늘어난다. 이를테면 꿀벌이 토스트만큼 커진다. 그만큼 이물질이 들러붙기 쉽다. 털 때문에 오염이 많이 되는 것이다.
잠자리
Getty Images 멀티비츠

반면 곤충은 털을 이용해 오염을 제거하기도 한다. 휴 교수는 다양한 동물 27종을 대상으로 몸에 붙은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비결을 조사했다. 꿀벌은 다리에 나 있는 털로 눈에 있는 털을 훑어 꽃가루를 떼냈다. 사람이 빗질하는 것과 유사하다. 초파리는 몸을 흔들어 털을 튕긴다. 털이 마치 새총처럼 이물질을 떨어내는데, 이때 이물질이 중력의 500배까지 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런 동작들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휴 교수는 이와 달리 움직이지 않고도 이물질을 막는 털이 에너지 효율 면에서 더 뛰어나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속눈썹이다. 휴 교수는 지난 2월 영국 '왕립학회 인터페이스'지에 속눈썹이 눈으로 불어오는 공기 흐름을 차단해 이물질이 눈에 달라붙지 못하게 한다고 발표했다.

매미 날개에 나 있는 뾰족한 털도 움직이지 않고 세균을 죽인다. 연잎 표면의 돌기가 물을 밀어내 청결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매미 날개의 털은 오히려 물과 잘 달라붙는다. 덕분에 물에 섞여 온 세균들이 털에 찔리고 몸이 터져 죽는다.

과학자들은 자연의 자기 정화법에서 로봇이나 드론(무인비행체), 태양전지의 청결을 유지하 는 방법을 찾고 있다. 실제로 호주 스윈번 공대 연구진은 2013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리콘으로 매미 날개의 털 구조를 모방해 1㎠ 면적에서 1분당 세균 약 45만마리를 죽였다고 발표했다. 매미 날개의 털과 거의 비슷한 능력이다. 휴 교수는 "먼지가 쌓이면 꼼짝없이 가동이 중단되는 화성 탐사 로봇에도 자연의 지혜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