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6일 일요일

호주에서는 별이 반대로 움직인다

요즘 TV 광고를 보면, 밤하늘을 배경으로 하는 멋진 영상들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북반구보다 별들이 화려하게 보이는 호주의 밤하늘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 만큼 멋지다. 그런데 영상 속에 등장하는 배경의 별들이 현지의 밤하늘이 아닌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들의 움직임이 지역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밤하늘의 별자리뿐 아니라 해와 달도 지역에 따라 다르게 움직인다. 해외여행을 할 기회가 많아진 지금, 지역에 따라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이 어떻게 다르게 움직이는 지 알아보자.
다음 사진은 우리나라 모 항공사의 호주 여행 광고에 등장하는 호주의 밤하늘이다. 자, 이 사진을 보고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까?
 http://www.tvcf.co.kr/YCf/V.asp?Code=A000261956  ⓒ 영상 캡쳐
http://www.tvcf.co.kr/YCf/V.asp?Code=A000261956 ⓒ 영상 캡쳐
남반구 하늘
호주와 같은 남반구는 우리가 살고 있는 북반구에 비해 별이 훨씬 많이 보인다. 남반구가 북반구에 비해 도시가 적어서 빛 공해를 덜 받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반구의 사막에서 보는 밤하늘보다 남반구의 사막에서 보는 밤하늘이 더 화려하다. 그것은 우리은하의 중심이 남쪽 하늘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하에서 별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은하의 중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철에 남쪽 지평선 근처에서 보이는 은하의 중심이 남반구에서는 거의 머리 위에 보인다. 그만큼 볼 수 있는 시간도 길다. 밤하늘에는 모두 21개의 일등성이 있다. 이 중 우리나라에서는 15개 정도만 볼 수 있는데 호주 대부분 지역에서는 21개 모두를 볼 수 있다. 그만큼 남반구는 북반구에 비해 별이 많고 , 밝은 별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더 많다.
남반구 하늘이 북반구 하늘과 또 다른 점은 별들이 일주운동을 하는 기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별들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돈다. 북쪽을 바라보고 섰을 때 오른쪽이 동쪽이고 왼쪽이 서쪽이기 때문이다. 뒤로 돌아서 남쪽 하늘을 보았을 때는 왼쪽이 동쪽이고, 오른쪽이 서쪽이다.
내륙에 있는 사람이라면 제주도를 바라본다고 상상해 보기 바란다. 제주도의 왼쪽이 동해안이고 오른쪽이 서해안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북반구에서는 남쪽 하늘에 보이는 은하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왼쪽(동)에서 오른쪽(서)으로 움직인다.
자, 그렇다면 호주와 같은 남반구에서는 어떨까? 밤하늘에서 별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전은 북극과 남극을 잇는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움직임이다. 남반구에서는 지구의 북극 위에 떠 있는 북극성이 보이지 않는 대신, 남극 위에 떠 있는 남극성이 보인다. 물론 남극성은 북극성에 비해 매우 어두운 별이다. 남극성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별들이 이 지점을 중심으로 하루에 한 바퀴씩 돈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런 남반구에서는 남쪽을 바라보고 섰을 때 왼쪽이 동쪽이고, 오른쪽이 서쪽이다. 그리고 별들은 남극성을 중심으로 왼쪽(동)에서 오른쪽(서), 즉, 시계 방향으로 일주운동을 한다. 북쪽을 바라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남쪽 하늘에 보이던 별자리들이 오른쪽(동)에서 떠서 왼쪽(서)으로 진다. 방향이 잘 이해가 안 되는 독자들은 세계지도나 지구본을 함께 보기 바란다.
자, 이제 위의 호주 광고 영상에 등장하는 밤하늘이 호주가 아닌 북반구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첫 번째 증거는 화려하게 빛나는 은하수의 중심 부분이 지평선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움직이는 방향이 북반구와 같이 왼쪽에서 오른쪽이라는 것이다. 영상에서 은하수의 중심이 가장 높았을 때 고도를 보면 위도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지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정도 위도에서 저런 배경을 볼 수 있는 곳은 미국의 남서부 지역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물론 사진 속에 실루엣으로 등장하는 나무가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조슈아 나무라는 것을 안다면 정답은 더 쉽게 맞출 수 있었을 것이다.
북반구와 남반구 일주운동 비교. ⓒ 천문우주기획
북반구와 남반구 일주운동 비교. ⓒ 천문우주기획
남반구에서는 해가 뜨고 지는 방향도 우리나라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해가 가장 높이 떴을 때가 남중했을 때이다. 따라서 해는 우리가 남쪽을 바라볼 때 왼쪽에서 떠서 오른쪽으로 진다. 해의 왼쪽이 동쪽이고 오른쪽이 서쪽인 것이다.
호주에서는 해가 가장 높이 떴을 때가 북중했을 때이다. 즉, 호주에서 보았을 때 해는 북쪽을 기준으로 동쪽인 오른쪽에서 떠서 서쪽인 왼쪽으로 진다. 물론 달도 마찬가지이다. 호주와 같은 남반구에서는 별이나 해, 달도 모두 오른쪽에서 떠서 왼쪽으로 진다.
남반구의 하늘이 북반구와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달의 모양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초승달이나 상현달처럼 오른쪽으로 볼록한 달들이 저녁달이다. 그 이유는 달의 오른쪽이 서쪽이기 때문에 해가 진 저녁 무렵 해를 따라 움직이는 저녁달들은 해가 진 서쪽 방향으로 볼록한 것이다. 반대로 그믐달이나 하현달처럼 왼쪽으로 볼록한 달들은 새벽달이다. 역시 이유는 해가 뜨는 동쪽이 왼쪽이기 때문이다.
남반구에서는 달을 보고 섰을 때 해가 뜨는 동쪽이 오른쪽이고, 서쪽이 왼쪽이다. 따라서 초승달이나 상현달과 같은 저녁달은 오른쪽으로 볼록하지 않고 왼쪽으로 볼록하다. 물론 그믐달이나 하현달과 같은 새벽달들은 오른쪽으로 볼록하다. 필자 역시 젊은 시절 처음으로 호주에서 별사진을 찍을 때 저녁 하늘에서 왼쪽으로 볼록한 초승달이 찍힌 것을 보고 무척 의아해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와 호주에서 다르게 보이는 초승달. ⓒ 천문우주기획
우리나라와 호주에서 다르게 보이는 초승달. ⓒ 천문우주기획
적도 하늘
자, 그렇다면 킬리만자로 산과 같이 남반구도 아니고 북반구도 아닌 적도 근처에서는 별들이 어떻게 움직일까?
별이 일주운동을 하는 기준은 지구의 자전축이다. 적도 지방에서는 북쪽과 남쪽 지평선 끝에 지구의 자전축이 걸린다. 따라서 모든 별들은 지평선에서 수직 방향으로 뜨고, 질 때는 그대로 수직으로 진다. 해와 달도 마찬가지다. 만약 적도에서 조금 북쪽으로 치우쳐 있는 곳이라면 약간 비스듬하게 왼쪽에서 뜨고 오른쪽으로 질 것이다. 반대로 조금 남쪽으로 치우쳐 있는 곳이라면 비스듬하게 오른쪽에서 뜨고 왼쪽으로 질 것이다.
그렇다면 달의 모양은 어떨까? 적도에서는 저녁달이나 새벽달 모두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지평선을 향해 볼록한 면이 거의 수평으로 뜨고 수평으로 진다. 물론 북쪽이나 남쪽으로 조금 치우친 곳이라면 북반구나 남반구처럼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치우쳐 있을 것이다.
적도에서 일주운동. 별이나 해, 달 모두 수직으로 뜨고 진다.  ⓒ 천문우주기획
적도에서 일주운동. 별이나 해, 달 모두 수직으로 뜨고 진다. ⓒ 천문우주기획
아직 얘기하지 않은 마지막 한 곳, 극지방의 하늘에서는 별이나 해가 어떻게 움직일까? 이것은 다음 주에 별들의 연주 운동과 함께 이야기하기로 하자.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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