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7일 토요일

기원 후 1년은 예수 탄생의 해… 0년은 없답니다

'기원전' '기원후'는 예수 탄생 기준
기원전 1년의 다음 해는 기원후 1년… '0'을 숫자로 여기지 않아서랍니다

세기는 100년 단위로 세어요… 0년이 없으니 1세기는 1~100년


"메리 크리스마스!"

"그래. 민식이도 메리 크리스마스!"

민식이는 아침에 일어나 아빠를 보자마자 큰 소리로 인사했어요.

"아빠, 그런데 오늘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분의 생일이라면서요? 오늘은 몇 번째 생일인가요?"

"올해가 2014년이니까, 태어난 날을 첫째 생일로 본다면 2014번째, 첫돌을 첫째 생일로 본다면 2013번째 생일이 되겠구나."

"어라, 신기하게 올해 연도와 같네요?"

"하하. 신기해할 것 없어. 오늘날 널리 쓰는 서양의 연대 표기는 기원전과 기원후로 기록한다는 건 민식이도 잘 알지? 여기서 '기원전(BC·before Christ)'과 '기원후(AD·Anno Domini)'로 나누는 기준이 바로 예수의 탄생 연도란다."

[개념쏙쏙! 수학] 기원 후 1년은 예수 탄생의 해… 0년은 없답니다
/그림=이창우
"우아~ 정말요? 인류 역사를 기록하는 연대 표기 기준이 예수의 탄생일이라니, 정말 신기하네요. 그럼 예수가 태어난 해가 '0년'인가요?"

"하하. 민식이가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어. 지금 우리는 어떤 기준을 정할 때 자연스럽게 '0'을 사용해. 온도를 나타낼 때 물이 어는 온도를 0℃로 하여 영상과 영하로 나누고, 지도 상에서 적도를 0˚로 놓고, 북위와 남위를 나누는 것처럼 말이야. '0'을 기준으로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수는 감소하는 수에 '-(마이너스)' 표시만 붙일 뿐 그 절댓값은 같기 때문이야. 만약 기준을 '1'로 정하면, 1보다 1만큼 적은 수는 0이고, 1만큼 많은 수는 2가 되므로, 두 수가 기준과 얼마만큼 차이 나는지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겠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수가 탄생한 해는 '0년'이 아니라 '기원후 1년'이란다."

"왜 그런 거예요?"

"당시에는 '0'이란 개념이 없었거든. 0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인데,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수가 아니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달력에도 0을 사용하지 않았어."

"어라? 그럼 기원후 1년의 바로 전해는 0년이 아니에요?"

"그렇단다. 기원후 1년의 바로 전해는 기원전 1년이야. 이것은 마치 1층의 아래가 0층이 아니라 지하 1층인 것과 비슷하지."

"그럼 중간에 0년이 없으니까, 기원전 100년은 지금으로부터 2114년 전이 아니라, 2113년 전이라고 해야겠네요?"

"그렇지. 실제로 날짜 계산이 매우 중요한 천문학에서는 기원후 1년의 전해를 '0년'으로 놓고, 그 이전 해를 '마이너스(-)'로 나타내. 만약 기원전 연도가 나오면 그 값에서 1을 빼고 앞에 '-'를 붙이는 것이지. 그래서 '기원전 5년'은 천문학에선 '-4년'이 된단다."

"아빠, 궁금한 게 또 있어요. 연대를 나타낼 때 '20세기' '21세기' 같은 용어를 쓰잖아요? 그럼 2000년은 20세기인가요, 아니면 21세기인가요?"

[개념쏙쏙! 수학] 기원 후 1년은 예수 탄생의 해… 0년은 없답니다
/그림=이창우
"좋은 질문이구나. 세기(世紀)란 100년 단위 기간을 뜻해. 즉 1세기는 1~100년까지를 의미하지. 만약 0년이 있었다면, 0~99년까지가 1세기가 되었을 거야. 그러니까 2000년은 20세기의 마지막 해이고, 2001년 1월 1일부터 2100년 12월 31일까지가 21세기란다."

"아하! 이제 정확히 알 것 같아요. 그런데 생일에 관해 아직도 헷갈리는 게 있어요. 우리는 보통 열두 살 생일을 맞으면 '열두 번째 생일 축하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한 살이고, 이듬해에 두 살이 되잖아요? 그러니 첫돌을 첫째 생일로 하면 열한 번째 생일이라고 해야 옳지 않은가요?"

"하하. 그건 기수와 서수를 통일하지 않아서 일어나는 오류라고 볼 수 있단다. 서양에서는 기수를 사용하여 태어난 지 1년이 흐른 후에 한 살이 되지만, 동양에서는 서수를 사용하여 태어난 첫해에 한 살이 돼. 그래서 우리나라는 해가 바뀌면 나이도 바뀌지만, 서양은 생일이 되어야만 나이가 바뀐단다. 이렇게 나이 세는 방식이 다르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스무 살인 사람이 서양 나이로는 열여덟 살이 되기도 해."

"그러면 2003년 5월 25일에 태어난 저는 우리나라 나이로 열세 살이 되어도, 서양 나이로는 내년 5월 24일까지 열한 살이겠네요?"

"그렇지.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첫돌' '두 돌' 등은 사실 서양과 같은 기수란다. 나이는 서수로, 생일은 기수로 세다 보니 서로 맞지 않는 거야. 그런데 사실 나이를 기수로 나타내면, 출생일을 더 빨리 정확하게 알 수 있어서 실생활에서 더 유용해. 그래서 공식 서류 등에 서양과 같은 '만 나이'를 적게 하는 경우가 많지."

"하지만 저는 나이를 더 빨리 먹는 우리나라 방식이 좋은걸요? 빨리 어른이 되고 싶거든요."

"하하. 민식이도 아빠 나이가 되면, 한두 살이라도 더 어려지고 싶을걸? 하지만 나이를 세는 방식을 바꾼다고 해서 실제로 시간을 빨리, 혹은 거꾸로 흐르게 하는 건 아니잖니? 다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지. 그러니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내는 게 중요해."

"네! 2014년 크리스마스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이니 우리 알차게 보내요."


[관련 교과]
2학년 2학기 '표와 그래프', 중학교 1학년 '정수'


[함께 생각해봐요]
지도에 지형을 나타낼 때는 높이를 나타내는 기준도 필요해요. 우리나라는 산 높이를 '해발고도'로 표시하는데, 해발고도는 무엇을 기준으로 한 것일까요?

해설: 해발고도는 밀물과 썰물의 중간, 즉 평균 해수면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래서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인천항의 평균 해수면을 기준, 즉 '0'으로 정하여 산 높이를 나타냅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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