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5일 목요일

'D-day 계산법', 숫자보다 먼저 있었다?

공격 예정일 기억하던 軍 용어 D-day
'D'에서 하루씩 빼 남은 날짜 확인… 더하면서 날짜 얼마 지났는지 계산
숫자 없던 원시시대 매듭·돌 이용해 하나씩 빼며 사냥감 등 사물 수 셌죠


"아빠, 휴대폰으로 인터넷 검색 좀 해도 돼요?"

"그러렴."

형준이는 책을 읽다가 궁금한 것이 생겨 아빠께 스마트폰을 빌렸어요. 그런데 아빠의 스마트폰을 보니 바탕화면에 'D-17'이란 글자가 커다랗게 쓰여 있는 게 아니겠어요?

"아빠, 여기 적힌 'D 빼기 17'은 뭐예요?"

"아, 그건 '디데이 카운터'란다. 중요한 날을 잘 기억하기 위해 써놓은 것이지."

"디데이 카운터라고요? 'D'가 넷째 알파벳이니까, 4월 17일을 의미하는 건가요?"

"하하하. 그런 게 아니라 오늘이 중요한 날로부터 17일 전이라는 뜻이란다. '디데이(D-Day)'는 원래 공격 예정일을 기억하기 위해 만든 군사 용어였어. 공격 예정일을 연월일로 기억하면 외워야 할 숫자가 너무 길어서 잘못 외우거나 다른 날과 혼동할 가능성이 높지. 또한 그날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매번 다시 계산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단다. 하지만 디데이로 기억하면 공격 예정일까지 며칠 남았는지 즉시 알 수 있어. '2014년 1월 18일'처럼 길게 기록할 필요 없이 'D-10'으로 간단하게 나타낼 수도 있지. 또한 매일 1씩 수를 빼며 남은 날짜를 확인하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단다."

와~ 아빠 설명을 듣고 보니 디데이란 정말 편리한 것 같네요. 친구와 중요한 약속을 했을 때도 이렇게 며칠 남았는지 확인하면 잊어버릴 염려가 없겠지요? 원래 군사 용어였던 디데이는 이런 장점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도 널리 쓰인다고 해요. 중요한 시험 날이나 기념일 등을 기억하고 미리 준비하는 데 안성맞춤이거든요. 그때 형준이의 머릿속에 번뜩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어요.

[개념쏙쏙! 수학] 'D-day 계산법', 숫자보다 먼저 있었다?
/그림=이창우
"그럼 'D' 뒤에 뺄셈 기호(-) 말고 덧셈 기호(+)를 붙여 활용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 실제로 'D' 다음에 '+' 기호를 쓰는 방법도 많이 사용된단다. 연인 사이에 처음 만난 날이나 아이가 태어난 날 등을 기준으로 얼마나 지났는지 계산하면 50일, 100일 등을 기념할 수 있지. 왜 알파벳 'D'를 쓰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통상 'Day(날)'의 약자로 보고 있어. 'D' 대신 'H(hour)'를 써서 몇 시간이 남거나 지났는지를 나타내기도 해."

"와~ 수를 정해 놓고 하나씩 빼는 단순한 원리인데 쓰임새가 참 많네요."

"그렇지? 신기하게도 디데이의 원리는 수 개념이 없었던 원시시대부터 사용되었단다."

"정말이요? 어떻게 쓰였는데요?"

"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원시시대에는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을 연월일로 나타낼 수 없었어.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매듭을 이용했단다. 예를 들어 '해가 5번째 뜰 때 모이자'라고 약속하면서 매듭을 5개 지은 줄을 서로 나누어 가지고 헤어졌어. 그리고 해가 뜰 때마다 각자 가진 매듭을 하나씩 푸는 거야. 매듭 5개가 모두 풀릴 때 약속한 장소에 나가면 정확하게 모일 수 있겠지?"

와, 이렇게 하면 정말 숫자를 사용하지 않고도 약속 날짜를 기억할 수 있겠네요. 또 디데이의 원리는 원시시대에 자신이 소유한 물건을 관리하는 데도 쓰였다고 해요. '하나, 둘…'이라는 수 개념이 없던 시대에는 물건을 셀 방법이 없었지요. 그래서 자신의 소유물과 돌멩이를 하나씩 짝지어 가지고 있었대요. 예를 들어 오리 10마리를 가졌다면 주머니에 돌을 10개 넣는 식으로요. 오리 수를 확인할 때는 돌을 하나씩 빼면서 오리를 세었지요. 만약 돌이 남으면 오리가 사라졌다는 뜻이었어요.

"원시인들은 숫자 없이도 수학 활동을 했군요? 그래도 관리할 것이 많을 때는 돌의 수도 많아지고 일일이 하나씩 빼면서 세야 하니 정말 불편했겠어요. 게다가 돌을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큰일이잖아요."

"맞아. 수학은 그만큼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단다. 얘기가 나온 김에 아빠가 문제를 하나 낼게. 만약 나무가 700~800그루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산이 있다고 하자. 나무 수를 빨리 정확하게 알기 위해 여러 명이 함께 센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면 좋을까?"

[개념쏙쏙! 수학] 'D-day 계산법', 숫자보다 먼저 있었다?
/그림=이창우
"여러 명이 각자 구역을 정하고 센 후에 각자 센 수를 더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누군가 이미 센 나무를 다른 사람이 또 셀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니 그런 문제점이 있네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 끈 1000가닥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나무 하나당 하나씩 묶으라고 하는 거야."

"아하! 끈 1000개 가운데 나무에 묶고 남은 끈의 수를 빼기만 하면 전체 나무의 수가 되겠네요? 게다가 끈이 묶여 있는 나무에는 또 매지 않을 수 있고, 묶는 사람이 일일이 수를 셀 필요도 없어서 편리하겠어요. 특정한 수를 정해 놓고 하나씩 빼는 디데이 원리가 이렇게 다양하게 응용되다니 정말 신기해요. 저도 앞으로는 디데이 원리를 생활 속에 적용해야겠어요."

"그래. 아빠도 옛날에 엄마의 마음을 얻을 때 이 원리를 응용했단다. 아빠가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엄마를 만난 날을 계산하니 신기하게도 D+10000일이었거든. 그래서 이렇게 고백했어. '만일에 만난 당신, 앞으로 3만일 동안 사랑하겠소'라고 말이다."

"아빠는 정말 로맨티시스트이셨네요. 그런데 17일 후는 무슨 날이기에…. 어라? 이날은 제 생일이잖아요? 아빠, 정말 감동적이에요."


[관련교과] 1학년 1학기 '더하기와 빼기'


[함께 풀어봐요]

기준 타수(공을 때리는 수)를 0(파·par)으로 놓고, 기준 타수보다 많이 치면 점수가 늘어나고 적게 치면 점수가 줄어들어, 최종적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선수가 우승하는 스포츠는 무엇일까요?

해설: 정답은 ‘골프’예요. 골프는 홀마다 기준 타수가 정해져 있지요. 기준 타수를 넘겨서 공을 넣으면 오버파(over par), 그 타수에 못 미쳐 공을 넣으면 언더파(under par)가 됩니다. 언더파는 ‘-’로, 오버파는 ‘+’로 표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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