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5일 목요일

지하철 속 번호, 내 위치가 숨어 있죠

각 칸마다 고유 번호 있어요
4자리 중 천 자릿수는 '몇 호선'의 뜻, 백의 자리는 '칸', 뒤 두 자리는 '편성번호'
자! 그럼 '차량번호 4509'라면? 4호선 09편성 열차 5번째 칸이란 의미


효진이는 아빠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주말여행을 떠났어요.

"어떠니? 오늘은 아빠 차 대신 지하철을 탔는데 불편하지는 않아?"

"아니요! 전 오히려 더 재미있는걸요? 아빠 차로 가면 아빠와 이렇게 손잡고 이야기하면서 갈 수 없잖아요."

"와~ 효진이가 그렇게 말해 주니 감동적인걸? 앞으로 여행 갈 때는 종종 지하철을 타야겠구나."

"네, 아빠. 그리고 주말에는 차도 많이 막히니까 지하철로 가는 게 훨씬 빠르잖아요. 참, 은숙이네도 오늘 우리랑 같은 곳에 가는데, 지하철을 탄다고 했어요."

"그러니? 혹시 같은 지하철을 탔을지도 모르니 문자메시지 한번 보내 보렴."

"예? 비슷한 시간에 출발했으니까 같은 지하철을 탔을 가능성이 있지만, 바로 앞의 지하철을 탔거나 다음 지하철을 탔을지도 모르잖아요? 같은 지하철을 탔는지 어떻게 알아요?"

"하하하. 다 아는 방법이 있단다. 지하철은 칸마다 고유 번호가 있거든. 저기 문에 붙은 번호표를 봐."

"어? 4509? 정말 번호가 있네? 그런데 칸마다 번호가 다르니 같은 칸에 있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요?"

[개념쏙쏙! 수학] 지하철 속 번호, 내 위치가 숨어 있죠
/그림=이창우
"그렇지 않단다. 이 차량번호의 의미를 안다면 번호만 듣고도 몇 호선의 어떤 열차인지, 몇째 칸에 탔는지 알 수 있어."

"와~ 정말요? 어서 알려주세요."

"차량번호 4자리 숫자 중 천의 자리 숫자는 '호선'을 의미해. 백의 자리 숫자는 '칸'을 의미하지. 그리고 남은 두 자리 숫자는 '편성번호'를 뜻한단다. 즉 차량번호가 '4509'라면, 지금 우리는 4호선 09편성 열차 5번째 칸에 타고 있는 거야. 따라서 백의 자리 숫자를 뺀 나머지 숫자가 같으면, 같은 지하철에 타고 있다는 뜻이란다."

"와~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차량번호에 그런 의미가 담겼는지 몰랐어요! 은숙이한테 얼른 문자메시지를 보내봐야지!"

효진이가 은숙이에게 차량번호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곧장 답장이 날아왔어요.

"아, 같은 4호선이긴 한데 편성번호가 다르네요."

"그래도 비슷한 시간에 탔으니 내리면 쉽게 만날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런데 이런 차량번호를 외워두면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쉽게 위치를 알릴 수 있어서 편리할 것 같아요."

"그래 맞아. 지하철 차량번호는 각 차량의 고유 번호인 데다 지하철 관리자나 경찰, 소방관 등이 차량번호의 의미를 알기 때문에 차량번호를 알려주면 위치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어. 하지만 모든 차량번호가 4자리인 건 아니란다. 차량에 따라 6자리이거나 영문이 섞인 경우도 있거든."

"어라? 그건 왜 그런가요?"

"모든 지하철을 한 회사에서 운영하지 않기 때문이야. 분당선·중앙선·경의선의 차량번호는 6자리로 되어 있지.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백의 자리가 칸 번호이고 그 번호를 중심으로 양쪽 번호가 호선번호와 편성번호인 것은 같으니 어려워할 것 없단다. 신분당선도 영문 D가 호선번호일 뿐 의미는 같아."

[개념쏙쏙! 수학] 지하철 속 번호, 내 위치가 숨어 있죠
/그림=이창우
"아하! 그렇군요. 어라, 은숙이한테서 문자가 왔어요. 은숙이네가 먼저 내려서 4번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대요."

"어? ○○아트홀로 가려면 1번 출구로 나와야 하는데? 길을 헷갈린 것 같구나. 다행히 바로 건너편 출구니까 반대편으로 건너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렴."

"네, 그럴게요. 그런데 아빠는 여기에 자주 오시나 봐요? 1번 출구 건너편에 4번 출구가 있는 것도 아시고 말이에요."

"그렇지 않아. 1번 출구로 나가야 한다는 건 미리 알아본 것이고, 이 역은 출구가 4개밖에 없으니, 당연히 1번 출구 건너편에 4번 출구가 있다는 것을 안 것이란다."

"네? 출구번호를 정하는 데도 규칙이 있나요?"

"당연하지. 출구번호는 1번을 기준으로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며 번호를 정하거든. 1호선은 청량리 방면을 진행 방향으로 놓고 왼쪽 아래를 1번으로 정한단다. 2~4호선은 상행(북쪽 방향) 및 외선 방향(시계 반대 방향) 오른쪽 위 출구를 1번 출구로 정했어."

"아~ 출구번호도 그런 규칙에 따라 정한 것이군요? 이런 규칙을 알고 있으면 내가 서 있는 출구에서 원하는 출구로 가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쉽게 알 수 있겠어요."

"그렇지. 물론 건너편 출구가 마주 보지 않는 역도 많지만, 번호가 정해지는 방향만 알고 있으면 다른 출구의 위치를 예측할 수 있어. 그리고 만약 도로를 가운데 놓고 출구가 모두 마주 보고 있다면 1에 출구 개수를 합한 수를 기준 수로 놓고, 그 기준 수에서 자신이 서 있는 출구번호를 빼면 건너편 번호가 된단다. 예를 들어 출구가 8개인 역이라면 기준 수는 9가 되고 1번 출구 건너편에는 8번(9-1), 4번 출구 건너편에는 5번(9-4) 출구가 있는 거야."

"와. 그러고 보니 지하철 속에서도 수학을 배울 수 있네요?"

"그래. 알고 보면 수학은 우리 가까운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단다."


[관련 교과] 3학년 1학기 '덧셈과 뺄셈' 3학년 2학기 '규칙 찾기와 문제'


[함께 생각해봐요]
출구가 8개인 역의 도로 주변 출구들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고 할 때, 2번 출구의 건너편은 몇 번 출구일까요?

해설: 정답은 7번 출구. 1에 전체 출구 개수인 8을 더하면, 기준 수는 9가 되지요. 9에서 2를 빼면 7이므로, 답은 7번 출구입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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