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7일 토요일

멋스럽게 휜 한옥 지붕, 빗물이 빨리 흐른답니다

점 찍힌 원을 한 바퀴 굴렸을 때 그 점이 그리는 '사이클로이드 곡선'
직선보다 빨라 '최단강하곡선'… 한옥 지붕·매의 사냥 비행에 나타나요
곡선에서 높이 올라갈수록 경사 급해져… 어떤 위치에서 구슬 놓아도 똑같이 도착


"엄마, 한옥의 지붕은 정말 아름다워요."

할머니 댁에 놀러 온 영찬이는 엄마와 함께 시골 골목길을 걸으며 멋진 한옥 지붕의 모습에 감탄했어요.

"그렇지? 현대식 건물은 대부분 사각형이라 딱딱하고 답답해 보이는데, 한옥의 지붕은 곡선을 이루고 있어서 부드럽고 시원한 느낌이 들지."

"그러고 보니 지붕이 그냥 세모 모양으로 생긴 게 아니라 안쪽으로 휘어진 곡선 형태로 되어 있네요? 그래서 더 멋있어 보이는군요?"

"그렇단다. 하지만 한옥 지붕의 곡선은 단순히 멋을 내기 위한 것만은 아니야. 저 곡선 모양 속에는 수학과 과학 원리가 숨어 있거든."

"예? 한옥 지붕 모양에도 수학과 과학 원리가 담겼다고요?"

"그래. 수학에서는 저런 모양의 곡선을 '사이클로이드(cycloid) 곡선'이라고 해. 영찬이도 자전거가 영어로 사이클(cycle)인 건 알지?"

"네. 그런데 그게 사이클로이드 곡선과 무슨 관계가 있어요?"

[개념쏙쏙! 수학] 멋스럽게 휜 한옥 지붕, 빗물이 빨리 흐른답니다
/그림=이창우
"사이클로이드 곡선은 바퀴의 맨 아랫부분에 한 점을 찍고, 바퀴가 돌 때 그 점이 이동한 경로를 선으로 연결했을 때 그려지는 곡선을 뜻하거든."

엄마께서는 바퀴 그림을 그려 영찬이에게 보여주셨어요.

"어라? 정말 바퀴를 한 바퀴 굴리니 그릇을 엎어놓은 것 같은 곡선이 그려지네요? 신기해요."

"그렇지?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이 있어.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한옥 지붕의 모양처럼 뒤집어 놓은 다음 곡선 위에서 구슬을 굴리면, 어떤 위치에서 구슬을 놓던지 가장 아랫부분에 도달하는 시간은 전부 똑같다는 거야."

"네? 정말요? 제 생각에는 아래쪽에 놓을수록 더 빨리 도달할 것 같은데요?"

"만약 경사면이 직선이었다면 그랬겠지만,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잘 보면 높이 올라갈수록 경사가 급해진단다. 경사가 급할수록 구슬은 더 빨리 굴러가겠지? 즉, 구슬을 높은 데서 떨어뜨리면 굴러가는 거리는 길어지지만 속력은 더 빨라지고, 낮은 데서 떨어뜨리면 거리는 짧아지지만 속력은 느려지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거야. 더 신기한 점은 경사가 직선일 때보다 사이클로이드 곡선일 때가 구슬이 더 빨리 떨어진다는 사실이란다. 그래서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최단 강하곡선'이라고도 불러."

"우아~ 정말 신기하네요. 아하! 이제 알았어요! 우리 조상님이 한옥 지붕을 사이클로이드 곡선으로 만든 이유는 비가 왔을 때 빗물이 최대한 빨리 떨어지도록 하기 위한 게 아닐까요?"

"우리 영찬이는 역시 참 똑똑하구나. 네 생각이 맞아. 한옥은 나무로 만든 집 위에 기와를 얹은 형태여서 빗물이 지붕에 고였다가 내부로 스며들면 나무로 된 부분이 썩을 수도 있어. 그래서 빗물이 최대한 빨리 흘러내리게 해야 하지. 빗물이 빨리 흘러내리면, 기와 표면에 흐르는 빗물의 두께도 얇아져서 비가 그쳤을 때 더 빨리 마른단다."

"설명을 듣고 보니 한옥은 멋과 기능을 모두 갖췄네요. 우리 조상님의 지혜가 정말 놀라워요."

[개념쏙쏙! 수학] 멋스럽게 휜 한옥 지붕, 빗물이 빨리 흐른답니다
/그림=이창우
"신기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해줄까? 동물도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이용한단다."

"네? 동물도 수학을 할 줄 안다는 말씀이에요?"

"하하. 그렇다기보다는 본능적으로 가장 좋은 사냥법을 익힌 거라고 해야겠지? 매는 하늘 위에서 땅을 내려다보다가 먹잇감을 발견하면 쏜살같이 내려와 낚아채잖아? 그때 매는 사이클로이드 곡선을 그리며 하강한단다. 물론 하늘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게 가장 빠르지만, 먹이를 잡는 순간 속도를 줄이지 못하면 땅에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어. 그래서 먹이를 빠르고 안전하게 낚아채면서 다시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도록 사이클로이드 곡선으로 움직이는 거야."

"사이클로이드 곡선이 동물의 세계에서도 이용되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그런데 한옥 지붕 끝 쪽에 있는 직사각형 구멍은 뭐예요?"

"그건 지붕에서 내려온 빗물을 한쪽으로 모아 떨어지게 하는 빗물받이야. 그러고 보니 저 빗물받이에도 수학이 숨어 있구나."

"예? 빗물받이에도요?"

"그래. 저 빗물받이를 잘 보면 직사각형에서 윗변이 제거된 모양으로 되어 있어. 그리고 세로 변이 짧고, 가로 변은 긴 형태이지. 이러한 형태는 가장 적은 재료로 가장 많은 빗물을 받을 수 있는 형태란다. 예를 들어 재료의 길이가 24㎝라고 할 때, 세로 6㎝, 가로 12㎝로 접으면 단면의 넓이는 72㎠이지만, 세로 10㎝, 가로 4㎝로 접으면 40㎠가 되어 단면의 넓이가 훨씬 작아지지. 가로를 20㎝, 세로를 2㎝로 하여 가로로 너무 길게 접어도 단면 넓이는 40㎠가 돼. 비가 많이 내려도 빨리 흘려보낼 수 있도록 빗물받이의 단면을 최대한 넓게 만든 것이지."

"빗물받이 하나에도 그런 수학적인 설계가 숨어 있다니…. 이제는 어떤 물건을 볼 때 왜 그런 형태를 하고 있는지 고민해 봐야겠어요. 그럼 수학 실력도 쑥쑥 늘겠지요? 하하하."


[관련 교과]
3학년 1학기 '평면도형' 4학년 2학기 '평면도형의 둘레와 넓이'


[함께 생각해봐요]

사이클로이드 곡선은 원의 둘레에 한 점을 찍고, 원을 굴렸을 때 그 점이 그리는 곡선이에요. 그렇다면 정삼각형이나 정사각형의 한 꼭짓점을 정해 놓고 도형을 굴리면 그 꼭짓점은 어떤 모습으로 이동할까요? 직접 정삼각형과 정사각형을 그려 확인해 보세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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