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5일 목요일

피자는 둥그런데 상자는 왜 네모일까

만들기도 쉽고 운반하기 좋기 때문…
둥근 피자는 똑같이 나누기 편리해 접시·냄비 모양에도 적용됐죠
대부분 건물이 네모인 이유는 기울지 않아 안정적이기 때문이죠


"아빠가 피자와 치킨을 사왔으니 어서 먹을 준비해!"

"야호! 아빠 최고! 상은 제가 펼게요!"

재섭이는 아빠 양손에 들린 피자와 치킨을 보자마자 부리나케 상을 가져와 폈어요.

"자, 그럼 맛있게 먹자꾸나."

"감사히 먹겠습니다!"

"재섭아, 피자 모양이 왜 원형인 줄 아니?"

"음…. 보기 좋게 만들려고? 원형으로 만드는 게 쉬워서?"

"하하, 네 말도 틀린 건 아니야. 피자가 원형인 이유는 피자 만드는 과정을 보면 알 수 있어. 피자 빵을 만드는 요리사는 반죽을 납작하게 편 후에 공중에서 빠르게 회전시키지? 빠르게 회전하는 물체에는 원의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향하려는 원심력이란 힘이 생기는데, 이 원심력 때문에 반죽이 점점 늘어나. 원심력은 모든 방향에 동일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원형으로 늘어나는 거지."

"그러고 보니 여럿이서 나누어 먹는 음식 중에는 원형으로 된 것이 많네요."

"음식뿐만이 아니야. 주방을 보렴. 각종 식기와 조리 도구 중에는 원형이 많지?"

"아하, 그러고 보니 거의 다 원형이네요? 밥은 혼자 먹는 건데 굳이 원형일 필요는 없지 않나요?"

[신문은 선생님] [개념쏙쏙! 수학] 피자는 둥그런데 상자는 왜 네모일까
/그림=이창우
"아하! 그렇다면 피자를 네모난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더 어렵겠네요."

"네모난 피자도 만들 수는 있지만, 얇고 넓게 편 후에 사각형으로 다시 잘라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 또, 피자가 원형이면 여러 사람이 나누어 먹기에 좋다는 장점도 있어."

"원형이어서 나누어 먹기 좋다고요? 사각형이라도 나눠 먹기는 좋을 것 같은데…."

"생각해 봐. 3명이 사각형 피자를 똑같이 나눠 먹으려면 어떻게 잘라야 할까?"

"음…. 가로로 혹은 세로로 3등분을? 그런데 왠지 모양도 안 예쁘고 자르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원형 피자는 먹기에도 좋고, 똑같은 모양으로 쉽게 나눌 수 있네요."

"그래. 원은 원을 둘러싼 모든 지점이 중심에서 같은 거리에 있기 때문에, 중심축을 지나도록 자르면 여러 사람이 같은 모양으로 나누어 먹기 좋지."

"원의 장점은 균등하게 나누기 편리하다는 것 외에도 많아. 자, 이 끈을 잘 봐."

아빠는 피자 상자를 묶었던 끈을 반으로 잘라 하나는 사각형, 하나는 원을 만들었어요.

"똑같은 길이의 끈으로 도형을 그렸지만 그리는 모양마다 넓이는 달라. 정삼각형보다는 정사각형이, 정사각형보다는 정오각형이 넓이가 더 넓지. 이처럼 각이 많아질수록 넓이는 더 넓어진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각이 많아지다 보면 결국은 원이 된단다. 즉 원은 둘레의 길이가 같을 경우 가장 넓은 면적을 갖기 때문에 가장 많은 음식을 담을 수 있어. 또 빙글빙글 돌려가며 설거지도 간편하게 할 수 있지. 프라이팬의 경우 원형일 때 열이 모든 방향에 동일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음식을 골고루 익힐 수 있어. 지금 음식을 둔 상도 원형이어서 최대한 많은 사람이 편하게 둘러앉을 수 있지."

"아빠 말씀을 듣고 보니 왜 원형으로 된 물건이 많은지 알겠어요."

"하하. 그래? 그런데 재섭아, 피자 상자는 왜 사각형일까?"

"어? 그러고 보니 피자를 원형 상자에 담은 모습은 못 본 거 같아요. 왜죠?"

"원형은 위에서 말한 장점들도 있지만 단점도 있기 때문이지. 자, A4용지로 사각형 상자를 만들어 볼래?"

"네 변을 반듯하게 접으면 간단히 만들 수 있지요."

"그럼 이번에는 원형 상자를 만들어 보렴."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창문이 사각형이라서 열고 닫기 편하고 환기도 잘 돼.
"종이를 접어 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각진 부분을 없애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여러 번 접더라도 매끈한 원으로 만들기 어렵지? 이처럼 원형의 물건은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또 원 여러 개를 서로 맞대면 빈 곳이 생길 수밖에 없어서 효율적으로 물건을 쌓거나 운반하기 어렵지."

"맞아요. 사각형으로 된 물건들은 빈 곳 없이 붙이거나 쌓을 수 있어서 정리하기도 쉬워요."

"텔레비전, 창문, 방, 장롱 등 사각형으로 된 물건들이 만약 원형이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 볼래?"

"텔레비전 화면이 원형이면 왠지 답답할 거 같아요. 창문도 마찬가지고요."

"그래.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 등이 만약 원형이라면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지. 창문이 원형이면 옆으로 밀어서 여닫기도 어렵겠지? 또한 방이 원형이라면 책상, 책장, 침대 등을 놓을 때도 빈 곳이 생길 수밖에 없어."

"집이 원형이었다면 방을 나누기 어려웠을 거 같아요. 그래서 거의 모든 집이 사각형으로 만들어진 거군요?"

"맞아. 대부분의 건물이 사각형을 위로 쌓아올린 형태의 직육면체인 이유는 땅과 닿아있는 면적이 넓고, 곧게 위로 올라가는 구조라 어느 방향으로도 기울지 않고 안정적이기 때문이야."

"원과 사각형 모두 쓰임새가 많지만, 순위를 매기자면 사각형 쪽이 더 쓸모가 있는 것 같네요!"

"하하. 오래전 사람들도 너와 같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지구의 모습도 네모일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어. 하지만 실제로 지구의 모습은 원을 회전시킨 형태의 '구'였지. 사각형의 집을 짓기 위해서는 둥근 바퀴를 단 운송수단이 있어야 가능한 것처럼, 원과 사각형이 서로 함께 조화를 이룰 때 완전할 수 있는 거 아닐까?"

"사각형 상자에 담긴 둥근 피자가 맛있는 것처럼 말이죠?"

"앗, 그러고 보니 피자가 식고 있었네? 어서 맛있게 먹자꾸나."


[관련 교과] 3학년 2학기 '원', 4학년 2학기 '사각형과 다각형'


[함께 생각해봐요]
만약 책이 네모가 아닌 둥근 형태였다면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둥글지 않은 네모, 세모 모양 바퀴는 굴러갈 수 있을까요? 밥그릇이 사각형이라면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불편할까요? 생활 속에서 주로 사용되는 원과 사각형의 형태를 서로 바꾸어 보며 장단점을 생각해 보세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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