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7일 토요일

야구선수의 타율을 구하는 '특별한 계산법'은?

분자끼리 분모끼리 더하는 '바보 셈'
분모 통분하는 분수의 덧셈과 달라 야구의 타율 계산할 때만 사용해요
다른 계산방법에는 적용할 수 없지만 재미있는 페리 수열도 만들어냈어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야구를 무척 좋아하는 상렬이는 오늘도 TV 야구 중계에 푹 빠져 있어요. 아빠와 함께 응원하던 팀이 승리하자 더욱 기분이 좋아진 상렬이가 아빠에게 말했어요.

"오늘은 등번호가 17번인 선수 덕에 이긴 것 같아요. 안타도 많이 치고, 수비도 잘했어요."

"그렇지? 이번 시즌에 부상으로 출전을 못 하다가 지난번 경기부터 뛰었는데, 그 경기에서도 아주 좋은 타율을 기록했지."

"타율요? 타율이 뭐예요?"

"타자의 타격이 얼마나 정확한지 수치로 나타낸 것이란다. 안타 수를 타수로 나누어서 구하는데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그날의 기록과 이전의 기록을 합쳐서 타율을 다시 계산하지."

"아~ 그렇구나. 그럼 저 선수의 지난번 타율은 얼마였어요?"

"8타수 3안타로 0.375였단다."

"이번 경기에서 9타수 4안타를 기록했으니까, 이번 경기 타율은 0.444예요. 그럼 두 경기의 평균 타율은 (0.375+0.444)/2=0.4095, 즉 0.4095가 나오네요."
"하하, 그럴듯한데? 하지만 야구의 타율을 계산할 때는 바보 셈으로 해야 한단다."

"바보 셈요? 설마 '바보'가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뜻의 '바보'는 아니죠?"

"왜 아니겠니. 상렬이가 생각하는 그 바보가 맞단다. 17번 선수의 현재 타율은 지난번 경기 타율 3/8과 이번 경기 타율 4/9를 합쳐서 (3+4)/(8+9)=7/17이야. '0.4117…'을 소수점 아래 넷째 자리에서 반올림하면, 타율은 0.412가 되지."

"네? 아니에요. 3/8+4/9는 분모를 72로 통분한 뒤에 계산하는 거예요. 분수의 덧셈을 그렇게 하는 건 잘못된 계산 방법이에요."

"분명히 분수의 덧셈은 상렬이가 말한 방법으로 하는 것이 맞단다. 하지만 타율은 일반적인 분수의 덧셈이 아니라 '바보 셈'으로 계산하고 있어."

"도대체 바보 셈이라는 게 뭐예요?"

"방금 아빠가 했던 계산 방법이 바로 바보 셈이란다. 분수의 덧셈을 할 때, 분모를 통분하지 않고 분모는 분모끼리, 분자는 분자끼리 더하는 방법이야. 수학적으로 옳은 방법은 아니지만, 타율은 이렇게 계산해야 편하단다."

"왜 그런 거예요?"

"타율을 어떻게 구하는지 잘 생각해 보면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지. 타율은 '안타수/타수'로 구한다고 했지? 지난번 경기에서는 8타수 3안타이고, 이번 경기는 9타수 4안타였단다. 그럼 지금까지 총 타수와 안타 수는 어떻게 될까?"

"그거야 당연히 17타수(=8+9), 7안타(=3+4)가 되겠지요. 아, 그렇구나! 그래서 지금까지의 타율을 (3+4)/(8+9)=7/17로 계산하는 것이군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이창우
"그렇단다. 타율을 어떻게 구하는지만 알면 아주 쉽지?"

"네, 정말이에요. 하지만 정말 타율을 구할 때만 써야겠어요. 다른 분수에는 맞지 않아요."

"그래, 바보 셈은 잘못된 분수의 덧셈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타율처럼 특정한 경우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바보 셈을 무시해서는 안 돼. 영국의 지질학자였던 존 페리(John Farey)는 이 바보 셈을 이용하여 아주 특별한 수열을 만들었단다."

"그게 어떤 수열인데요?"

"0과 1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분수가 있지? 그중에서 분모가 3을 넘지 않는 기약분수를 찾아볼까? 예를 들면 분모가 2인 기약분수, 분모가 3인 기약분수들이 있겠구나."

"분모가 2인 기약분수는 1/2이고, 분모가 3인 기약분수는 1/3, 2/3가 있어요."

"이 3개의 분수 중에서는 어떤 수가 제일 클까?"

"분모를 6으로 통분하여 비교하면 돼요. 1/2, 1/3, 2/3는 각각 3/6, 2/6, 4/6가 되므로, 1/3, 1/2, 2/3 순서로 큰 수가 돼요."

"그래. 잘 맞혔어. 자, 이제 상렬이가 말한 분수를 순서대로 0과 1 사이에 나열해 볼까? 이때 0=0/1, 1=1/1로 바꾼 뒤에 나열하면, 0/1, 1/3, 1/2, 2/3, 1/1이 된단다. 수열에서 둘째 항인 1/3과 이웃한 두 분수는 0/1과 1/2이지? 둘을 바보 셈으로 계산해 보면, (0+1)/(1+2)=1/3이 되지. 1/2과 이웃한 두 분수 1/3, 2/3도 바보 셈으로 계산해 보면, (1+2)/(3+3)=3/6=1/2이 된단다."
"2/3는 제가 해볼게요. 2/3와 이웃한 두 분수끼리 바보 셈을 하면 (1+1)/(2+1)=2/3로 같아지네요. 우아~ 정말 신기해요."
"그렇지? 0과 1 사이에 분모가 4를 넘지 않는 기약분수도, 5를 넘지 않는 기약분수도 마찬가지란다. 이 수열은 바보 셈이라는 특징 말고도 여러 가지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많은 학자에 의해 계속 연구되고 있어."

"바보 셈으로 이렇게 재미있는 수열까지 나올 줄은 몰랐어요. 내일 학교에 가면 친구들에게 알려줘야겠어요. 야구를 보다가 정말 재미있는 바보 셈을 발견했다고요."

"그래. 하지만 분수를 더할 때, 바보 셈으로 계산하면 안 된다는 것도 꼭 알려줘야 한다."

"네, 걱정 마세요! 바보 셈은 야구 좋아하는 제가 타율 계산할 때만 쓰는 거라고 말해줄 거예요."
[함께 생각해봐요]
분모가 6을 넘지 않는 기약분수를 이용하여 페리 수열을 만들어 보세요.
해설: (아래 그림)

함께 생각해봐요 해설 그림
[관련 교과] 4학년 1학기 '분수의 덧셈과 뺄셈' 4학년 2학기 '규칙과 대응'


 조선일보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