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5일 목요일

64칸 세상 '체스' 좌표와 원리 같아요

'비숍' 대각선만 이동해 늘 같은색 자리
2칸 직진, 직각 1칸 움직이는 '나이트'
가로세로 원하는 만큼 직선 이동 '룩'

각 말 규칙대로 움직여야 하는 체스판… 3×3처럼 칸 수 적으면 이동 제한되죠


"스마트폰 게임 하지 말고 아빠와 함께 놀자!"

아빠가 재만이 앞에 체스판을 내려놓으며 말했어요.

"아빠, 이건 체스 게임이잖아요? 저는 할 줄 몰라요."

"괜찮아. 차근차근 배우면서 하다 보면 재미를 발견하게 될 거야."

"규칙이 어렵지 않나요?"

"그리 어렵지 않아. 스마트폰 게임은 반복적 패턴의 단순한 게임이라 창의적인 생각을 방해할 수 있어. 게다가 혼자만의 놀이라 친구를 사귀는 데도 별 도움이 안 돼. 체스는 상대방과 하는 게임이라 친구를 사귀는 데 도움이 된단다."

"음….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네요. 체스 가르쳐 주세요."

"그래. 체스를 배울 때 수학적으로 생각하면서 배우면 흥미를 더 느낄 수 있을 거야. 체스판은 총 64개(가로 8칸×세로 8칸)의 정사각형으로 이뤄져 있어. 흑색과 백색 사각형이 번갈아가면서 이웃하고 있고. 바둑은 사각형 4개가 만나는 십자선 중앙에 바둑알을 놓지만, 체스는 사각형 안에 말을 놓아야 해. 말의 위치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가로에 알파벳 A~H, 세로에 1~8까지 번호를 정해볼까? 예를 들어 왼쪽 끝에서 오른쪽으로 3번째 칸, 맨 위에서 아래로 4번째 칸에 있다면, 말의 위치를 'C4'라고 나타낼 수 있어."

64칸 세상 '체스' 좌표와 원리 같아요
/그림=이창우
"아하. 체스에 수학의 좌표도 숨어 있었군요. 그런데 흑백으로 만든 이유는 뭘까요? 보기 좋으라고 한 건가요?"

"체스는 왕과 왕이 싸우는 게임이라 적대 관계를 보여주려고 흑과 백, 이렇게 반대되는 색깔을 넣었다고 해."

"체스판 사각형 수를 8×8로 한 다른 이유가 있나요? 4×4나 6×6 같은 체스판을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요."

"그걸 생각해 보기 전에 우선 체스 말들의 특징부터 알아보자. 체스 말들은 종류에 따라 각기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달라. 먼저 킹은 빼앗기면 지는 가장 중요한 말로 가로세로·대각선 모든 방향으로 한 칸씩 전진 또는 후진이 가능해. 퀸은 가장 강력한 말로 모든 방향으로 원하는 칸만큼 직선으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지. 룩은 가로 또는 세로 방향으로 원하는 칸만큼 직선 이동이 가능하고 비숍은 대각선 방향으로 원하는 칸만큼 직선 이동이 가능해. 여기까지는 쉽게 이해하겠지?"

"네. 전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는 퀸이 마음에 드네요. 그만큼 잃게 되면 손해가 크겠지요?"

"물론이야. 체스의 승부는 누가 퀸을 오랫동안 보존해 놓는가에 달렸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니까. 가로세로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룩도 아주 강력한 말이지.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비숍의 움직임이야. 비숍은 대각선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데, 처음 시작한 칸의 색깔과 같은 색깔로만 움직일 수 있다는 제한이 있지."

"어? 그러고 보니 정말 흰색 사각형 위에 있는 비숍은 아무리 움직여도 흑색 칸에 갈 수 없군요."

"그게 바로 대각선으로만 이동할 때 나타나는 수학적 특징이야. 비숍은 성직자를 의미하는데 절대 신념을 바꾸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도 보고 있어. 비숍은 팀당 2개 있는 데다 각각 다른 색깔의 칸에서 시작하기에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어. 대각선 이동의 특성상 상대가 예상치 못하는 공격을 할 수도 있고."

"와! 재미있어요. 다른 말들도 알려주세요."

"나이트는 먼저 가로 또는 세로 방향으로 2칸을 움직인 후, 그 방향의 직각이 되도록 옆으로 한 칸 움직이지. 즉 L자 형태로 이동할 수 있어. 나이트는 자기 이동 경로에 다른 말이 있어도 뛰어 넘어갈 수도 있지."

"다른 말들을 뛰어 넘어갈 수 있다고요? 나이트만의 특징이군요. 그런데 자기 바로 옆에 있는 적을 잡을 수 없는 단점도 있네요. 이렇게 움직이다 보면 비숍처럼 못 가는 곳도 있겠네요?"

64칸 세상 '체스' 좌표와 원리 같아요
/그림=이창우
"나이트의 움직임이 특이하지만 체스판의 어떤 칸이라도 다 지나갈 수가 있단다. 재미삼아 3×3칸짜리 판을 만들어 가운데를 뺀 아무 칸에나 나이트를 놓고 움직여보렴."

"정말 가운데를 뺀 모든 칸으로 움직일 수 있네요. 그래도 가운데 못 가는 게 아쉬워요."

"칸 수가 많아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단다. 4×4만 되어도 모든 칸을 지나갈 수 있고, 5×5도 모든 칸을 이동할 수 있지."

"말들의 움직임과 종류를 듣고 보니 왜 체스판의 크기를 그렇게 정했는지 이해가 돼요. 이제 남아있는 작은 말의 움직임은 가장 단순하겠지요?"

"맞아. 폰은 처음 움직일 때만 1칸 또는 2칸을 전진할 수 있고 그 이후에는 오로지 1칸씩 전진만 할 수 있어. 게다가 정면에 있는 말은 잡을 수 없고 오로지 대각선으로 1칸 위에 있는 말만 잡을 수 있지."

"에이. 너무 약하네요. 지금까지의 말 중에 가장 쓸모없어 보여요."

"하하! 꼭 그렇지는 않아. 이처럼 약한 폰이라도 계속 앞으로 나가 상대방 진영의 마지막 줄에 이르면 킹과 폰을 제외한 어떤 말로든 변신이 가능하지."

"정말인가요? 그럼 퀸으로도 변신할 수 있는 거예요?"

"물론이야. 그래서 폰의 전진을 무시할 수 없는 거야. 체스 고수들의 승부는 폰이 결정짓는 경우가 많아. 그래서 '폰은 체스의 영혼이다'라는 말도 있지."

"폰은 처음엔 약하지만 한 걸음씩 전진해 나중에는 누구보다도 강한 말이 되니 더 멋지네요."

"그래. 너도 아직 어리고 부족하지만 매일 한 걸음씩 열심히 배우고 익히다 보면 세상을 이끄는 인물로 성장할 수 있을 거야! 힘내렴!"


[관련 교과] 4학년 2학기 ‘규칙 찾기와 문제 해결’


[함께 풀어봐요]

8×8의 체스판에서 나이트는 모든 칸을 한 번씩 밟고 이동할 수 있어요. 이것과 가장 관련 있는 수학적 원리를 다음 보기에서 하나만 고르면 무엇일까요?

①집합 ②뫼비우스의 띠 ③탱그램(칠교) ④한붓그리기 ⑤확률

답: ④한붓그리기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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