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5일 목요일

세상의 어떤 언어도 만들 수 있는 '6개의 점'

볼록한 점으로 만든 문자 '점자'
손끝의 촉각으로 읽을 수 있어 시각장애인에겐 유일한 문자

모든 점자는 가로 2칸, 세로 3칸 총 6칸으로 64개 모양까지 가능
다른 나라 언어도 만들 수 있어요


고층 아파트에 사는 아람이는 아버지와 함께 외출 후 집에 돌아가는 길입니다.

"우리 집은 25층! 아빠, 그러고 보니 이 점들은 뭐예요?"

아람이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려다가, 문득 버튼마다 볼록하게 튀어나와있는 점들이 궁금해졌어요.

"그건 '점자'란다. 앞을 보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표시이지."

"아하, 그렇군요! 그런데 각각 무엇을 뜻하는지 점만으로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 거예요? 그냥 보기엔 마구 찍어 놓은 것 같은데요?"

"얼핏 보면 아무렇게나 찍어 놓은 것 같지만, 점자도 다른 글자나 숫자 등 기호처럼 규칙이 있단다. 우선 각각의 층수 버튼에서 점자의 특징을 찾아보겠니?"


[신문은 선생님] [개념쏙쏙! 수학] 세상의 어떤 언어도 만들 수 있는 '6개의 점'
/그림=이창우
자, 그럼 우리도 아람이와 함께 점자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점자의 유래는 19세기 초 프랑스의 한 군인이 작전 내용을 암호로 보내기 위해 개발한 것을 시각장애인 루이 브라유(Braille)가 시각장애인용 글자로 이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브라유가 처음으로 사용했고, 약 10년 동안 연구한 끝에 오늘날 사용하는 점자가 완성됐다고 해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점(點)'으로 만든 문자인 '점자(點字)'는 볼록한 점을 찍어 손가락으로 만져서 글자를 읽어요. 모든 점자는 가로 2칸, 세로 3칸으로 된 직사각형 모양 6칸 중 서로 다른 위치에 점을 찍어 글자와 숫자 기호 등을 표시하기 때문에 '세상의 어떤 것도 만들 수 있는 여섯 개의 점'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고작 점 6개로 어떻게 세상의 그 많은 말을 표시하느냐고요? 언어마다 문자 체계가 다르듯, 점자의 체계도 달라요. '신문'을 나타내는 표시가 한글과 영어, 중국어 등에서 모두 다르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하나의 언어를 표시하는 데는 충분할까요? 이는 언어를 표시하는 문자의 구성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점자책이에요.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점자책이에요. /이태경 기자
예를 들어 한글은 자음(ㄱ, ㄴ, ㄷ, …) 14개와 단모음(ㅏ, ㅑ, ㅓ, ㅕ, …) 10개, 총 24개 요소로 구성돼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이리저리 조합해 단어와 문장으로 만들어 내지요. 영어의 알파벳도 A부터 Z까지 기호 26개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대부분 문자는 이런 기본 요소들을 조합해 사용하며, 보통 20~30개 사이 구성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점 6개로 만들 수 있는 모양은 총 몇 가지일까요? 각 자리의 점은 볼록하거나 볼록하지 않은 2가지 경우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치가 다른 점 2개로 나타낼 수 있는 경우는 4가지가 돼요(2×2=4). 점이 3개이면 8가지(2×2×2), 4개이면 16가지(2×2×2×2)로 점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경우의 수는 2배씩 커지지요. 따라서 6개의 점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64개(2×2×2×2×2×2)로, 한글·영어 등 각 언어의 문자를 나타내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어요.

이제 점자를 읽는 방법에 대해 알아볼까요? 아람이가 궁금해했던 엘리베이터 각 버튼의 앞에는 'L'자가 반대로 된 모양의 점이 4개 있습니다. 이것은 '수표'로 '이제부터 수가 시작된다'라는 표시예요. 점자 쓰기의 기본 방식은 풀어쓰기 방식이기 때문에, 두 자리 이상의 수는 숫자들을 나란히 붙여서 사용하면 된답니다.

그렇다면 한글은 어떻게 읽을까요? 한글 점자는 한글의 구성과 같이 다음의 초성, 중성, 종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같은 자음이라고 하더라도 초성으로 쓰일 때와 종성으로 쓰일 때 점의 위치가 달라요. '대한민국'을 점자로 표시했을 때 'ㄷㅐㅎㅏㄴㅁㅣㄴㄱㅜㄱ'으로 구성되지요? 이처럼 자음끼리 연속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성과 종성 자음을 따로 구분한 것이랍니다. 이제 점자에 대해 조금 이해가 되나요?

한글 점자표(위 사진)와 숫자·부호 점자표.
점자는 시각장애인의 중요한 정보 획득 수단이랍니다.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읽고 쓸 수 있는 유일한 문자이고, 시각장애인의 교육을 가능하게 해주지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훈민정음 같은 문자라 해서, 한글 점자를 '훈맹정음(訓盲正音)'이라고도 합니다.

최근 점자책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생활 속에서는 엘리베이터 외에도 지하철역·계단 등 각종 위치를 나타내거나 음료수·약 포장 등 각종 물건의 종류를 나타내는 곳에도 쓰이고 있답니다. 점자를 잘 익혀서 엘리베이터 등의 생활 속에 표시된 점자들을 손으로 읽어보고, 점자가 더 표시돼야 할 물건이나 장소는 없는지 주변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관련 교과] 5학년 2학기 '문제 푸는 방법 찾기', 6학년 2학기 '문제 푸는 방법 찾기'


[함께 생각해봐요]

점자는 시각장애인들이 스스로 읽고 쓰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문자입니다. 최근 지하철역, 화장실 안내, 음료수 캔 등 우리 주변 여러 곳에서 점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지요.
여러분 주변에서 점자를 찾아보세요. 어떤 곳에 있나요? 시각장애인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표시돼 있나요? 혹시 점자 표시가 필요한데도 표시되지 않은 물건이나 장소가 있지는 않은지 찾아보세요.

 조선일보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