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6일 금요일

중국 유학은 바가지 유학?…“한국 유학생 1명이 中학생 10명 공부시킨다”

오는 12월 27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 중국 대학 기숙입시학원은 서울 강남에서 입시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베이징대(北京大), 칭화대(淸華大) 등 중국 명문대 진학을 노리는 한국 학생들을 위한 입시설명회다. 같은 날 중국 저장성(浙江省)에 있는 한 사립학교 역시 한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기유학 입시설명회를 연다. 이 입시설명회에는 “24시간 기숙생활에 한국식 김치 등 한국음식까지 제공되는 ‘귀족 유학’”이란 설명도 달렸다.

지난 11월 13일 수능시험 직후부터 중국 유학을 고려하는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중국 대학교 투어도 급증했다. 한 중국 유학원은 베이징을 방문해 베이징대, 칭화대 등 중국의 양대 명문대를 둘러보는 여행상품을 성황리에 판매 중이다. 유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2박3일 일정으로 학교 시설 등을 둘러보고 학교 관계자들과 면담하는 코스인데, 학생과 학부모들의 문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3월 봄학기제를 채택한 한국과 달리 중국은 9월 가을학기제를 채택하고 있다. 중국 대학의 경우 대개 3~4월 원서접수를 거쳐 4~5월이면 필기시험을 비롯해 외국인 입학전형을 진행한다. 이 같은 시간표에 맞춰 중국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거 중국 유학 설명회에 몰려드는 것. 수능 성적 발표 이후부터 한국 학생들을 공략하는 중국 대학과 초·중·고 조기유학 등을 알선하는 중국 전문 유학원은 북새통을 이룬다.

 중국 베이징대의 옛 정문. /사진=이동훈 주간조선 기자
중국 베이징대의 옛 정문. /사진=이동훈 주간조선 기자
1992년 한·중수교 직후부터 상승세를 타온 중국 유학열은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더욱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실제 중국행 비행기를 타는 한국 유학생은 매년 급증세다. 2003년 1만8267명에 불과했던 재중 한국 유학생은 올해 6만3465명까지 급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위안(元)화 환율 급등으로 잠시 주춤했던 것을 빼고는 줄곧 늘어왔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재중 외국 유학생 중 한국인 유학생은 전체 1위다. 2위 미국(2만4583명), 3위 일본(2만1126명)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난 초·중·고 한국 유학생도 2706명에 달한다. 주재원 자녀들뿐만 아니라 재벌 회장 자녀들도 중국 유학길에 오른다.

한국 유학생이 급증하자 중국 최고 명문인 베이징대의 경우 아예 한국인 학생 쿼터제까지 적용하고 있다. 한 해 외국인 특례전형 입학생의 대략 50%가량만 한국 학생에게 개방하는 것. 한국 학생들이 너무 많이 몰려와서, 당초 외국 국적의 해외화교(華僑) 자녀들에게 골고루 입학 기회를 주려는 외국인 특례입학 전형의 취지 자체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유학생 급증에 따른 부작용은 속출하고 있다. 기초질서의식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국에서 유학한 한국 학생들이 고성방가, 무단횡단, 오토바이 사고, 음주운전 등으로 베이징과 상하이 현지 교민사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지난해에는 베이징에서 유학하던 한국인 대학생과 초등학생 등 3명이 비슷한 시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연쇄 자살 사건도 터졌다. 심지어 “베이징대와 칭화대가 있는 베이징 우다오커우(五道口)에는 한국 유학생이 너무 많아서 중국말 배우기조차 힘들다”는 얘기도 공공연하다.

재중 유학생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관시(關係)’ 만능주의 현상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상당수 한국 학생들이 중국 유학길에 오르는 것은 중국어 습득과 함께 ‘관시’ 구축 목적이 크다. 폐쇄적인 중국에서 ‘관시’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정권 출범 후 ‘의법치국(依法治國)’이란 말이 강조되면서 ‘관시’의 중요성은 사실 과거보다 상당히 약화된 측면이 있다. 되레 ‘관시’로 피해를 보는 사례도 나타난다. 또 최근 중국에서 유학한 학생들이 급증하면서 ‘신(新)사대주의’ 조짐도 나타난다. 과거 미국 유학 일변도 시절 미국 유학파 출신들이 청와대와 정부 요직에 포진하고 각종 미국식 정책이 등장했던 것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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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학생들이 중국 학교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개 중국 대학은 중국 현지 학생에게는 소정의 학비와 기숙사비만을 징수한다. 반면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는 상당한 액수의 학비와 부대비용을 받아 학교 운영비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베이징대의 경우 중국인 학생에게는 연간 학비로 5000위안(약 88만원)가량을 받는데,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문자는 2만6000위안(약 462만원), 이자는 3만위안(약 529만원)으로 5배 비싸게 받는다. 기숙사비의 경우 중국 학생들에게는 연간 1000위안(약 17만원)가량을 받지만, 외국 학생들에게는 한 달에 최고 3000위안(약 52만원)까지도 받는다. 연간이면 3만6000위안(약 636만원)에 달한다. 이는 칭화대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급증하는 초·중·고등학생의 중국 조기유학에 들어가는 비용도 연간 2만달러(약 2200만원) 이상이라고 한다. 중국의 물가수준 등을 고려하면 터무니없는 비용이 한국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또 과거에 비해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환율 부담 역시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중국 대학들과 중국 유학원 사이에서는 “한국 유학생 1명이 중국 학생 10명을 공부시킨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하지만 정작 재중 유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는 상당히 제한돼 있다. 베이징대와 칭화대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대개 외국인 특례전형을 통해 입학한다. 중국 대학의 경우 입학은 쉬운 반면 졸업이 어렵다. 입학 후에는 유학생들끼리 별도 기숙사를 사용하고 언어 문제 등으로 별도 수업을 듣는 경우가 많다. 이에 중국 주재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재중 유학생에 대한 기대 수준이 과거보다 많이 낮아진 편이라고 한다.

중국 기업 입사의 경우 전반적인 임금수준이 한국에 비해 떨어져 한국 학생들이 스스로 꺼리는 편이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도 한국 학생들의 임금 요구가 높아 한국 유학생 채용을 꺼린다. 게다가 한국이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큰 시장도 아니라 굳이 한국 유학생을 고용할 이유가 없다. 한국 유학생을 고용할 바에는 중국어는 더 잘하고 임금은 더 저렴한 조선족 학생들을 택한다고 한다. 베이징대 유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한국어와 중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조선족 동포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물론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의 임금이나 복지 수준이 많이 개선되면서 중국 현지 기업에 취업하는 재중 한국 유학생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국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수준과 상이한 기업문화 탓에 적응을 못하고 관두는 경우도 많다. 상하이에 주재하는 한 국내 대기업 중국법인의 관계자는 “같은 한국인이라도 한국에서 파견된 주재원과 현채인(현지 채용인력)은 임금이나 복지 혜택 차이가 엄청나다”며 “재중 유학생 출신 주재원들은 비록 중국에서 유학했다 해도 중국어나 현지사정 파악 등에서 조선족 계약직 직원들보다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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