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5일 목요일

활주로 번호 '13' 무슨 뜻일까요?

한 바퀴 360도 가리키는 방향각에서 '0'을 뺀 숫자가 활주로 번호이지요
날씨에 따라 동풍이 불면 7번 활주로, 서풍이 분다면 25번을 이용해요
인천공항, 1시간에 60대 뜨고 내리죠


지훈이의 아빠는 파일럿이에요. 지훈이의 꿈도 아빠처럼 멋진 조종사가 되는 거랍니다. 그래서 오늘도 아빠와 함께 비행기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 있어요. 그런데 영화에서 위험한 상황에 빠진 비행기가 비상 착륙하는 장면이 나왔어요.

비행기: 윙웨스트2006, 비상 착륙을 요청합니다.

관제탑: 활주로 24L에 착륙을 허가합니다.


"아빠, 아무리 파일럿이라도 전 세계 비행장 구조를 다 외울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저런 긴급 상황에서 어떻게 원하는 활주로를 찾아 착륙할 수 있어요?"

"비행장 구조를 몰라도 활주로 번호를 들으면 그 위치를 알 수 있기 때문이야."

아빠께선 지훈이에게 여러 공항의 활주로 사진을 보여주셨어요. 사진을 들여다보던 지훈이는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이창우
"아빠, 활주로 번호에 36보다 큰 수가 없어요. 게다가 활주로 한 개에 번호가 두 개씩 있네요. 같은 활주로에 왜 다른 번호가 적혀 있어요?

"활주로 번호가 36을 넘지 않는 이유는 활주로 번호가 방향을 나타내기 때문이란다. 우리가 한 바퀴를 돌면 360도이잖니? 활주로 번호는 북쪽을 기준으로 했을 때 활주로가 가리키는 방향각에서 끝자리의 '0'을 뗀 숫자야. 즉 활주로 번호가 13이면 130도 방향 활주로라는 뜻이지."

"아하! 아까 영화에서 '활주로 24L로 착륙하라'는 말은 240도 방향의 활주로로 착륙하라는 뜻이었군요? 아빠, 그럼 24 뒤에 붙은 'L'은 무슨 뜻이에요?"

"각은 평행이동해도 변하지 않아. 그래서 240도 방향 활주로가 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 공항에 같은 방향 활주로가 여러 개 있을 때, 보통 R(오른쪽), M(가운데), L(왼쪽) 등을 번호 옆에 붙인단다. 따라서 '24L'은 240도 방향의 활주로 중 가장 왼쪽에 있는 활주로를 말하지."

그런데 아빠께서 보여주신 활주로 사진엔 이상한 점이 또 있어요. 사진을 유심히 본 지훈이는 활주로 양끝에 적힌 숫자가 18만큼 차이 난다는 사실을 알아챘어요. 왜 그럴까요? 바로 평각이 180도이기 때문이에요. 직선인 활주로 양끝이 가리키는 각이 서로 180도 차이 나므로 번호도 18만큼 차이 나는 거예요. 하지만 지훈이의 궁금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아빠, 아까 활주로 번호가 방향을 나타낸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위니펙 공항 활주로를 보니 '25'란 번호가 실제로는 70도 방향에 쓰여 있어요. 왜 활주로 번호가 실제 방향과 반대로 적혀 있나요?"

"지훈이 관찰력이 대단한데? 그것은 활주로 번호가 실제 방향이 아니라 '비행기가 향하는 방향'을 나타내기 때문이야. 조종사들은 비행기 계기판의 나침반으로 비행기가 향하는 방향을 알 수 있는데, 250도 방향으로 가고자 할 때 25번 활주로를 쓰는 거란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활주로를 양쪽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뭐예요? 한 방향으로만 쓰는 게 헷갈리지 않고 더 편할 것 같은데요."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맞바람을 받는 게 유리하거든. 그날 날씨에 따라 맞바람을 받을 수 있게 활주로 방향을 바꿔 사용하는 거야."

"알겠어요. 만약 동풍이 분다면 7번 활주로를, 서풍이 분다면 25번 활주로를 이용하는 거지요? 그렇다면 활주로를 만들 때도 바람이 많이 부는 방향으로 만들어야겠어요."

"그렇지. 그럼 아빠가 문제 하나 낼게. 제주국제공항에는 6·13·24·31번 활주로가 있고, 6번과 24번 활주로가 다른 활주로보다 길단다. 제주국제공항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니?"

"6-24, 13-31 두 활주로가 거의 십자가 모양을 이루고 있으니, 바람이 사방에서 부나 봐요. 6-24번 활주로가 더 길다는 것은 소형, 대형 등 여러 기종이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만큼 사용량도 많겠지요? 그건 남서풍이 북서풍보다 더 많이 분다는 뜻이에요."

공항에선 하루에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립니다. 그만큼 활주로도 많이 필요하겠지요? 지훈이는 공항에 활주로가 몇 개나 필요한지 궁금해졌어요.

"아빠, 인천국제공항은 국제적으로 유명하니 활주로도 아주 많겠네요?"

"그렇지 않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는 3개뿐이거든. 영국 런던의 히스로공항은 2개,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공항은 활주로가 4개 있어. 사실 활주로는 2개만 있어도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데 별문제가 없단다."

"고작 두 활주로에 어떻게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어요?"

"인천국제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약 4000m이고,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속도는 대략 시속 120~280㎞란다. 시속 120㎞라면 4000m를 빠져나가는 데 2분이 걸리지. 활주로가 2개일 때 한쪽에서 이륙하고, 다른 한쪽에서 착륙한다면 비행기가 1시간에 60대 뜨고 내리는 거야. 하루를 20시간으로 계산하면 1200대가 이착륙할 수 있고, 1년에 약43만대가 이착륙할 수 있는 셈이지. 실제로 히스로공항에선 연평균 비행기 45만대가 이착륙한단다."

"와~ 비행기만 신기한 줄 알았더니, 공항에도 숨겨진 비밀이 많았네요! 저도 아빠처럼 파일럿이 되어 많은 공항에 가볼래요."
[함께 생각해봐요]
인천국제공항의 활주로 번호는 〈보기〉와 같습니다. 활주로가 총 몇 개인지 구하고, 같은 활주로끼리 번호를 연결하여 보세요.
〈보기〉 15R, 33L, 15L, 33R, 16, 34
정답: 활주로는 총 3개입니다. 15L-33R, 15R-33L, 16-34가 같은 활주로이지요.


[관련 교과] 3학년 2학기 '규칙 찾기와 문제 해결' 4학년 1학기 '각도' 4학년 2학기 '수직과 평행'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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