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5일 목요일

스피드스케이팅은 왜 경기마다 출발선 다를까?

지름 길어지면 원의 둘레도 길어져 아웃코스가 인코스보다 레인 더 길죠
500m 경기는 인·아웃 1번씩 똑같지만 1000m 경기는 아웃코스 출발 선수가
'아웃코스 3번+인코스 2번'으로 불리… 그래서 12.57m만큼 앞에서 출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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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어제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들이 귀국했어요. 동계올림픽 폐막이 아쉬웠던지 TV에선 우리 선수들의 활약상을 다시 보여주곤 하지요. 건우는 오늘도 아빠와 함께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빙속여제 이상화 선수와 올림픽에 6번이나 출전한 이규혁 선수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 재방송을 봤어요.

"아빠, 제가 퀴즈 하나 낼게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과 육상 경기장은 둘 다 한 바퀴가 400m예요. 그렇다면 두 경기장은 어떻게 다를까요?"

"글쎄…. 우선 두 경기장의 레인 수가 달라. 육상 경기장은 보통 8개 레인이 있는데,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레인은 2개뿐이지. 그밖에는 바닥이 얼음과 고무로 만들어졌다는 차이점이 있겠구나. 하지만 아빠도 더는 모르겠는데?"

"제가 얼마 전 새로 알게 된 사실을 하나 알려 드릴까요? 두 경기장 모두 직선과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모양이 조금 다르거든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이 육상 경기장보다 조금 더 길쭉한 모양이에요."

설명을 마친 건우는 이규혁 선수의 스피드스케이팅 1000m 마지막 경기 재방송으로 눈을 돌렸어요. 그런데 경기 장면을 보다가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습니다.

"아빠, 1000m 경기에서는 왜 아웃코스 선수가 조금 앞에서 출발해요?"

"그 이유는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단다. 우선 아웃코스와 인코스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겠지? 아웃코스는 바깥쪽 레인을, 인코스는 안쪽 레인을 가리킨단다. 직선 구간에서는 상관없지만, 곡선 구간에서는 아웃코스와 인코스의 길이가 달라지지. 건우야, 혹시 원의 둘레를 구하는 방법을 아니?"

"그럼요! 원의 둘레는 지름에 원주율(π=3.141592…)을 곱해서 구해요. 그래서 지름이 달라지면 원의 둘레도 달라지죠. 아웃코스의 지름이 인코스보다 길어서 그만큼 레인의 길이도 길어진다는 뜻인가요?"

"맞아. 건우가 말한 대로 아웃코스는 바깥쪽 레인이기 때문에 곡선 구간을 한 번씩 통과할 때마다 인코스보다 더 먼 거리를 달려야 해. 그래서 아웃코스를 도는 선수는 인코스와의 거리 차, 즉 12.57m만큼 앞에서 출발하는 거야. 스피드스케이팅의 모든 경기는 한 바퀴 돌 때마다 교차 구간이 있는데, 인코스를 탄 선수는 다음 바퀴에서 아웃코스를, 아웃코스를 탄 선수는 다음 바퀴에서 인코스를 타야 한단다. 두 선수가 교차 구간을 지날 때 서로 레인을 바꿔서 달리지. 참고로 교차 구간에서는 직선 구간을 대각선으로 통과하는데, 이 거리까지 계산해서 한 바퀴가 400m가 되도록 경기장을 설계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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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창우
와,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도 이렇게 수학 원리가 담겼네요! 건우는 어떻게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한 바퀴가 400m가 되는지 계산했어요. 위 그림을 보면, 경기장의 직선 구간은 112m예요. 인코스 곡선 구간 길이는 '(26×2)×π÷2≒81.68(m)', 아웃코스 곡선 구간 길이는 '(30×2)×π÷2≒94.25(m)'가 되고요(π=3.141592로 계산). 교차 구간의 길이는 약 112.07m(가로 112m, 세로 4m인 직사각형의 대각선 길이)입니다. 따라서 한 바퀴는 '112+81.68+112.07+94.25=400(m)'이 되지요. 다만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의 세부적인 크기는 장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고 해요.

"아빠, 정말 신기하네요. 곡선 구간의 거리 차를 계산하는 것은 알았지만, 교차 구간의 비스듬한 거리까지 계산할 줄은 몰랐어요.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또 있어요. 1000m 경기는 출발선이 다른데, 왜 500m 경기는 출발선이 같아요?"

"경기마다 차이점을 알고 있다니, 건우의 관찰력이 대단하구나. 1000m 경기에서 아웃코스 선수가 조금 앞에서 출발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대로 아웃코스의 곡선 구간이 인코스보다 길기 때문이야. 그런데 만약 두 선수가 인코스와 아웃코스의 곡선 구간을 동일한 횟수로 탄다면, 누구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점이 없겠지? 500m 경기의 경우 인코스에서 출발하는 선수는 곡선 구간을 인코스로 1번, 아웃코스로 1번 돌고, 아웃코스 출발 선수는 아웃코스로 1번, 인코스로 1번 돌고서 결승선에 골인한단다. 즉 어디서 출발하든 같은 거리를 달리는 거야. 반면 1000m 경기에서는 인코스 출발 선수가 곡선 구간을 인코스로 3번, 아웃코스로 2번 돌고, 아웃코스 출발 선수는 아웃코스로 3번, 인코스로 2번 돌고서 결승선에 골인하므로, 같은 출발선상에서 경기를 시작하면 아웃코스 출발 선수가 불리하겠지? 그래서 아웃코스 선수가 조금 앞에서 출발한단다."

"우와~ 스포츠 경기도 이렇게 수학적으로 접근하니 더욱 재미있네요!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했는데, 이젠 더욱 관심 있게 지켜볼 것 같아요. 아! 겨울이 끝나기 전에 저랑 스케이트장에 가시는 게 어때요?"

"하하하. 그래, 오랜만에 함께 신나게 달려볼까?"
[함께 풀어봐요]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은 1000m 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의 결승선이 500m 경기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1500m와 5000m 경기의 출발선은 어느 위치에 있는지 구하고, 두 경기에서 아웃코스 선수와 인코스 선수의 출발선이 같은지 혹은 다른지도 생각해 보세요.
해설: 경기장 한 바퀴가 400m이므로, 1500m 경기는 3바퀴를 돌고 나서 300m를 더 가야 합니다. 따라서 결승선 100m 앞에서 출발하면 되지요. 또한 곡선 구간을 홀수 번(7번) 지나므로 아웃코스 선수가 앞에서 출발해요. 5000m 경기는 12바퀴 돌고 200m를 더 가야 하므로, 결승선 200m 앞에서 출발합니다. 마찬가지로 곡선 구간을 홀수 번(25번) 지나기 때문에 아웃코스 선수가 앞에서 출발하지요.



[관련 교과] 6학년 1학기 '원주율과 원의 넓이' 중학교 3학년 2학기 '피타고라스의 정리'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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