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7일 토요일

'바둑' 가로세로 19줄… 우주보다 큰 세계

2줄인 격자판엔 점이 4개… 81가지 방법으로 돌 놓을 수 있어
가로세로 19줄 바둑판은 점 361개

돌 놓는 법,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아… 같은 바둑경기 4000년 동안 없대요

"이야~ 이번에도 어려운 상황을 기막히게 빠져나왔군. 역시 바둑을 배운 사람다워."

준수와 함께 드라마를 보던 아빠께서 감탄한 목소리로 손뼉까지 치며 말씀하셨어요.

"아빠, 이 드라마는 직장 생활에 관한 내용이잖아요? 바둑과 무슨 상관이 있어요?"

"하하. 저 주인공이 과거에 바둑 기사였거든. 중요한 순간에 과감한 선택으로 어려움을 벗어나는 모습이 마치 바둑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상황과 비슷해서 하는 말이야. 준수도 이참에 바둑을 배워 볼래?"

"바둑은 검은 돌과 흰 돌을 번갈아가며 한 번씩 놓는 게 전부잖아요? 그게 무슨 재미가 있나요? 장기나 체스는 말(馬)마다 특징이 다르니 다양한 작전을 세울 수 있어서 재미있는데…."

"바둑은 검은 돌과 흰 돌을 번갈아 놓으며 상대 돌을 에워싸는 비교적 단순한 규칙이 있어. 하지만 그 속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 즉 경우의 수가 무한에 가까워서 매번 다른 대결이 펼쳐진단다."

[개념쏙쏙! 수학] '바둑' 가로세로 19줄… 우주보다 큰 세계
/그림=이창우
"예? 경우의 수가 무한하다고요?"

"자, 바둑판을 잘 보렴. 가로 19줄, 세로 19줄의 격자로 되어 있지? 그럼 선이 교차하는 지점은 모두 몇 개일까?"

"361(=19×19)개요!"

"맞아. 그럼 쉽게 가로 2줄, 세로 2줄 바둑판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에 검은 돌이나 흰 돌을 놓는 방법은 몇 가지나 될까? 아무것도 놓지 않는 경우를 포함해서 말이야."

"글쎄요? 아무것도 안 놓는 방법, 검은 돌만 놓는 방법, 흰 돌만 놓는 방법, 검은 돌 한 개와 흰 돌 세 개를 놓는 방법…."

"그런 식으로 언제 다 세겠니? 한 점만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놓지 않는 방법, 검은 돌을 놓는 방법, 흰 돌을 놓는 방법, 이렇게 세 가지 경우가 있겠지? 그리고 점이 총 4개 있으니까, 경우의 수는 '81(=3×3×3×3)가지'가 된단다. 이렇게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방법은 중복이 허용되는 문제에 적용할 수 있어. 예를 들어 동전을 세 번 던졌을 때 나올 수 있는 가짓수는 (앞, 앞, 앞), (앞, 뒤, 앞), (앞, 앞, 뒤), (뒤, 앞, 앞), (뒤, 뒤, 앞), (뒤, 뒤, 뒤), (앞, 뒤, 뒤), (뒤, 앞, 뒤)의 8가지가 되잖니? 이건 동전 하나를 던졌을 때 '앞, 뒤'라는 2가지 경우가 나오기 때문에, 2를 세 번 곱하여 계산할 수 있지. 그럼 주사위를 2개 던졌을 때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몇 가지나 될까?"

"주사위 하나는 6가지 수가 나올 수 있으니까, '36(=6×6)가지'인가요?"

"잘했어. 어때? 네 점만 봐도 경우의 수가 정말 많지? 그렇다면 가로와 세로가 모두 3줄인 격자판은 어떨까?"

"점이 9개니까 3을 아홉 번 곱하면…. 무려 '1만9683가지'예요! 정말 엄청나네요."

"맞아. 물론 바둑 규칙에 따라 몇 가지 경우는 제외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1만 가지가 넘지. 네덜란드의 한 컴퓨터과학자가 가로와 세로가 모두 19줄인 바둑판에서 돌을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계산했더니, 약 2×10170이 나왔다고 해. 그 값은 천체물리학에서 말하는 우주 전체의 원자 개수(약 12×1078)보다 큰 수란다."

"와~ 정말 경우의 수가 무한한 거나 다름없네요."

"그래서 4000년이 넘는 바둑 역사 속에서 형태가 같은 대국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야."

[개념쏙쏙! 수학] '바둑' 가로세로 19줄… 우주보다 큰 세계
/그림=이창우
"아빠, 그런데 돌을 순서대로 놓는 방식이라면, 먼저 두는 쪽이 유리하지 않은가요? 오목만 해도 먼저 둘 때 더 많이 이기는데요."

"맞아. 바둑뿐 아니라 오목, 장기, 체스 등 서로 번갈아 가며 하는 경기는 먼저 두는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단다. 실제로 오목은 먼저 두는 쪽이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컴퓨터 전문가들이 증명하면서 공평하지 못한 게임으로 여겨지게 되었지."

"승패는 정정당당하게 겨루어야 하는데 그러면 안 되죠! 바둑을 공평하게 두기 위한 규칙은 없나요?"

"물론 있지. 공정함이 생명인 대회에서는 나중에 두는 상대에게 '6집 반'이라는 점수를 주고 시작한단다. 처음에는 '4집 반' '5집 반'을 주기도 했는데, 수많은 바둑 경기 승패를 분석한 끝에 '6집 반'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가장 공평한 점수라는 결론을 내렸대."

"와~ 아빠 말씀을 듣다 보니 바둑에 흥미가 생겨요."

"바둑은 서로 번갈아가며 두는 게임 중에 가장 심오한 게임으로 인정받았어. 재미있게도 컴퓨터 프로그램이 체스나 장기 챔피언을 이기기는 했어도, 바둑 챔피언을 이기지는 못했대. 그래서 바둑은 컴퓨터끼리 대결하게 하여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겨룬단다. 그만큼 바둑의 수는 무궁무진하지. 또 앞서 말했듯이 바둑은 수학과도 관련이 깊어서 배우는 과정에서 수학적 사고력도 기를 수 있단다."

"아빠, 우리 당장 바둑 둬요! 집 안에서 아빠와 할 수 있는 정말 좋은 놀이를 찾았네요!"


[관련 교과]
6학년 2학기 '경우의 수와 확률'


[함께 생각해봐요]
0~9까지 숫자로 만들 수 있는 세 자릿수는 모두 몇 가지일까요?(단 숫자는 중복되어도 괜찮습니다.)

해설: 한 자리에 10가지 숫자를 쓸 수 있으니 '1000(=10×10×10)가지'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백의 자리에 '0'이 들어가면, 세 자릿수를 만들어야 하는 조건에 맞지 않아요. 백의 자리에는 1~9까지 숫자만 쓸 수 있지요. 따라서 답은 '990(=9×10×10)가지'입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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