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5일 목요일

거꾸로 읽어도 똑같은 말, 수학 원리 숨어있어요

거꾸로 읽어도 똑같은 '팰린드롬'… 어떤 숫자든 뒤집은 숫자 더해 만들죠
196처럼 예외인 숫자도 있어요

180도 회전해도 똑같은 '앰비그램'… 대칭 원리 이용해 만들었죠


"수박 수박 수박 수박수~"

"하하하. 저 광고 정말 재미있어요."

수진이는 TV를 보다가 크게 웃었어요.

"무슨 광고를 봤기에 그렇게 큰 소리로 웃니?"

"처음에는 수박 광고인 줄 알았는데, 수박을 계속 연결해서 말하니까 마지막에는 '박수'가 되었어요. 박수하며 우리나라 선수들을 응원하자는 거예요."

"와~ 그거 정말 재미있구나. 엄마가 어릴 때 유행했던 팰린드롬(palindrome) 놀이가 생각나는걸?"

"팰린드롬이요? 그게 뭐예요?"

"앞에서 읽어도, 뒤에서 읽어도 똑같은 숫자나 단어, 문장을 말한단다. '기러기' '오디오' '토마토'처럼 말이야. '다시 합창합시다' '다 좋은 것은 좋다' '여보 안경 안 보여' 같은 문장도 있지."

"정말 거꾸로 읽어도 똑같네요? 참 신기해요!"

"하하. 팰린드롬은 언어와 문자를 이용한 놀이야. 영어에도 'eye' 'level' 'madam' 등이 있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팰린드롬에 수학 원리가 숨어 있단다."

"수학이요? 전혀 수학과는 상관없을 것 같은데요?"

거꾸로 읽어도 똑같은 말, 수학 원리 숨어있어요
/그림=이창우
"문자열의 앞뒤가 똑같아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거든. 첫째로 글자가 1개이면 가능, 둘째로 글자의 종류가 짝수로 존재하면 가능, 셋째로 한 가지 글자가 홀수로 존재해도 나머지 글자의 종류가 짝수로 존재하면 가능, 그리고 홀수인 글자가 두 가지 이상 존재하면 불가능하다는 거야. 어때?"

"팰린드롬의 조건을 들으니, 정말 수학적인 것 같아요."

"팰린드롬은 글자뿐만 아니라 숫자에도 쓸 수 있어. '131' '2345432'처럼 말이야. 그런데 미국의 컴퓨터 학자인 '그루엔버거'라는 사람은 어떤 수라도 그 수를 뒤집은 다음, 처음 수와 뒤집은 수를 더하면 팰린드롬이 된다고 했어. 자, 임의의 어떤 수를 정해보렴."

"제 생일인 '721'이요."

"자, 721에 그것을 뒤집은 127을 더하면 848! 팰린드롬이 되었지?"

"정말이네요! 한번 더 해 볼래요. 제가 좋아하는 지동원 선수의 등번호인 19와 그 수를 뒤집은 91을 더하면…. 어라? 110이 되는데요?"

"그럴 땐 같은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하면 돼. 110과 그것을 뒤집은 11을 더하는 거야. 그러면 121로 팰린드롬이 되지? 그루엔버거는 어떤 수라도 이 과정을 되풀이하면 팰린드롬이 된다고 했어. 그런데 여기에는 예외도 있어. '196'은 이런 과정을 아무리 되풀이해도 팰린드롬이 되지 않거든. 컴퓨터로 7000만 자리까지 계산해도 팰린드롬이 되지 않았대."

"우와~ 196이란 수는 정말 신기하네요."

"그렇지? 이번에는 아주 재미있는 수식을 하나 보여줄게."

엄마께서는 종이에 다음과 같은 수식을 쓰셨어요.

6I-(8+8+8+8+8)=(8+8+8+8+8)-I9

"엄마, 이게 뭐예요?"

"종이를 180도 돌려서 한번 볼래?"

"어라? 회전해도 식이 똑같네요?"

거꾸로 읽어도 똑같은 말, 수학 원리 숨어있어요
/그림=이창우
"맞아. 이것은 대칭의 원리를 이용한 '앰비그램(ambigram)'이라는 거야. 이 식은 180도 회전했을 때 정확히 포개어지므로 '점대칭'이라고 할 수 있어. 'bud'라는 단어는 가운데를 기준으로 반으로 접었을 때 정확히 포개어지므로 '선대칭'이라고 할 수 있지. 영문 알파벳에는 'T, Y, U, A' 등 선대칭인 특징과 'p, b, q, d' 등 회전하거나 접었을 때 겹쳐지는 특징을 가진 글자들이 있어서 다양한 앰비그램을 만들 수 있단다. 앰비그램은 보기에 아름답기 때문에 간판이나 상표 등의 글자 디자인에 많이 활용되지."

"그럼 한글도 가능하겠네요? '응'이나 '표'처럼 뒤집거나 겹쳐도 포개지는 글자와 '늑' '를' '근'처럼 회전해서 포개지는 글자도 있으니까요."

"와~ 잘 찾는구나. 그럼 또 다른 글자놀이인 '애너그램(anagram)'을 알려줄게. 올리브 나무를 뜻하는 'OLIVE'라는 단어에서 'I'와 'O'의 위치를 바꿔 볼래?"

"I LOVE. 어라? 사랑한다는 뜻이 되네요?"

"그래. 애너그램은 단어나 문장 속 글자의 배열을 바꾸어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나타내게 하는 것이란다. 수박의 글자 위치가 바뀌어 '박수'가 되는 것처럼 말이지. 영문 알파벳은 자음과 모음이 분리되었기 때문에 애너그램을 만들기 쉬워서 퍼즐 놀이에 자주 활용된단다."

"그러고 보니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붙어 있네요."

"한글도 자음과 모음으로 나누어 애너그램을 만들 수 있어. '수학'은 'ㅅ, ㅜ, ㅎ, ㅏ, ㄱ'으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조합하여 '하숙'이란 새 단어를 만들 수도 있지. 엄마가 어릴 때는 여러 글자를 아무렇게나 늘어놓고, 그 글자를 이용해 최대한 많은 단어를 만드는 사람이 높은 점수를 얻는 놀이도 했단다."

"와~ 정말 재미있겠어요. 우리도 한번 해 봐요. 제가 지면 오늘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좋아! 그럼 엄마도 옛 추억을 되살려 볼까나?"


[관련 교과]
5학년 1학기 '도형의 합동', 6학년 2학기 '경우의 수와 확률'

[함께 생각해봐요]
한글, 숫자, 영문 알파벳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펴보고, 점대칭이나 선대칭이 되는 것, 혹은 점대칭과 선대칭이 모두 되는 것 등으로 나누어 보세요. 그리고 이를 이용하여 자기만의 앰비그램을 만들어 보세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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