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6일 화요일

서울대醫大 문과생 지원 허용 입시案, 과학고·外高 '밥그릇 싸움'으로 번져

문과(文科) 고교생도 의대·치대 등 이과(理科) 인기 학과를 지원할 수 있도록 교차 지원을 허용한 서울대 2015학년도 입시안을 두고 과학고 학부모가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과학고 학부모들은 "정시모집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만으로 평가를 하는데 교차 지원을 허용하면 외국어고 출신이 유리해진다"며 잘못된 입시안이니 고쳐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서는 이를 두고 "학부모 심정이 이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자식 일이 조금 불리해진다 싶으면 이렇게까지 나서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서울대 고위 관계자는 "일부 과학고생 학부모가 최근 청와대에 '서울대 새 입시 정책이 우려스럽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현재 고교 2년생이 치르는 2015학년도 입시부터 정시 비중을 17.4%에서 24.6%로 늘렸고, 이 학생들은 오로지 수능으로만 뽑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의대·치대·수의대의 문과생 교차 지원도 허용하기로 하면서 "외고 출신 수능 고득점 문과 학생이 이과 계열 최상위권 학과인 의대·치대에 몰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서울대는 "자체 개발 변환 표준점수로 환산해 적용하기 때문에 외고 고득점자가 무더기로 의대에 입학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의대 정원 95명 중 문과 출신 학생은 5~6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과학고 학생 중 의대에 들어오는 학생은 연간 10명 이내"라면서 "의대나 치대에 오는 과학고 학생이 많지는 않지만 그마저도 외고 출신에게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문 간 장벽 제거 취지로 입시안을 마련했지만, 이로 인해 과학고 학부모까지 나서서 청와대를 들쑤시는 형국이 돼 난감하다"며 "교육적 측면에서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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