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이기고 美 명문대 합격

불가능해 보였던 꿈에 날개… 진짜 도전은 이제 시작!

한국장학재단 '드림장학생' 3인

흔히 미국 대학으로의 유학은 경제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는 얘기를 한다. 미국 사립대의 1년간 학비가 평균 6만 달러 이상일 뿐만 아니라, 생활비까지 더하면 비용은 그 이상이기 때문.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에 속할 만큼 가정형편이 어려움에도 미국 명문대 입학의 꿈을 놓지 않는 이들이 있다. 한국장학재단이 지난해 만든 저소득층 해외 유학 돕기 프로젝트 '드림장학생'이 그 주인공. 고등학교 성적과 발전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전국 고등학교 3학년생 중 1년에 10명만을 최종 선발, 해외 대학 합격 시 최대 4년 동안 연간 5만 달러 지급한다. 미국 대학 수시 전형에 이미 합격했고, 최상위 대학의 정시 전형을 준비하며 '무모한 도전'을 '실현 가능한 도전'으로 만들고 있는 학생 3인을 만나봤다.

송인수│“지레 걱정하고 겁먹기보단 용기 낼래요”

송인수. /이경민 기자

지난해 드림장학생 1기로 뽑힌 송인수(19·경남 창원)씨는 중학교 때까지 방황하는 청소년 중 한 명이었다. 달라진 계기는 중 3 때 찾아온 할머니의 죽음이었다. 한 번도 자랑스러운 손자였던 적이 없음을 반성하고 바르게 살자고 굳게 다짐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졸업 후 곧장 취업할 계획으로 창원기계공업고에 입학한 송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학교생활에 임했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고 창원시 주최 기능경진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성과는 그간의 노력을 말해줬다. 취업 생각만 하던 그에게 드림장학생 합격은 운명을 바꿀 만한 인생의 큰 사건이었다.

“고 2 때 학교 대표로 뽑혀 창원시에서 주최하는 인재육성장학사업인 ‘미국 아이비리그 투어’에 참가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MIT 공대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멋진 캠퍼스에서 자유롭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나도 그들처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했는데, 힘겹게 합격했습니다.”

고교 졸업 후 서울에 올라와 영어 학원 앞 고시원에 쪽방을 잡고, 영어 공부에 매진했다. 송씨는 “취업을 우선으로 하는 고등학교에 다녔기에 제대로 영어와 수학을 공부한 적이 없어 중학교 책부터 다시 펼쳤다.

최근에 아이오와 주립대로부터 합격 소식을 받은 그는 합격의 기쁨은 잠시 미뤄두기로 하고 정시를 준비 중이다. “정시 때 유명 사립대에 지원하고 싶지만, 학비가 주립대보다 2만~3만달러가 더 비싸 장학금만으로는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언제쯤 모든 걱정이 사라질지 알 수 없지만, 지레 걱정하고 겁먹기보다는 일단 용기를 내보기로 했어요.”

김민│“넓은 세상서 마음껏 꿈 펼치고파”

김민

드림장학생 1기로 뽑힌 김민(19)씨는 대구 시지고에서 유명한 우등생이자 모범생이었다. 고 3 1학기까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김씨의 꿈은 국내 명문대 의대 진학. 그의 꿈이 갑자기 바뀐 것은 지난해 초 드림장학생 1기 공모 포스터를 본 다음이었다. 어두운 터널에서 만난 한 줄기 빛같이 느껴졌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전형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런 기회가 흔치 않아서 흔들렸죠. 미국 대학으로의 진학이 욕심일 수도 있지만, 현실을 바꿔줄 유일한 대안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주변에서는 굳이 외국에 나가야겠느냐며 만류하는 의견이 많았다. 고민하던 김씨는 갈피를 못 잡았고, 결국 모의고사 성적은 수직으로 떨어졌다. 방황을 멈추게 한 사람은 어머니였다. 김씨는 “넓은 세상에서 마음껏 꿈을 펼쳐 나중에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돕는 인재가 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결심을 굳혔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미국 대학을 염두에 둔 다른 경쟁자보다 준비 시간이 월등히 짧았기에 졸업하는 해에는 지원서조차 작성하지 못했다. 한 번도 사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그에게 토플 공부는 또 하나의 넘기 어려운 산이었다. 불확실한 미래로 힘겨운 하루하루였지만 최선을 다했다.

결국 수시 전형으로 인디애나 주립대로부터 합격 소식을 들은 그는 스탠퍼드대를 목표로 현재 정시를 준비하는 상태다. 그는 “늘 안주하지 않는 인재가 되고 싶다. 앞으로 생물학·생화학 분야의 저명한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배달별│“시련 이겨낸 멋진 인재가 되고파”

배달별

올해 드림장학생 2기로 선발된 배달별(18)양은 중학교 때 아버지가 산업재해로 일을 그만두면서부터 가난에 시달렸다. 그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그에게 찾아온 또 다른 시련은 바로 난독증. 어느 날 갑자기 글을 읽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상황에서 그를 응원해준 사람은 학교의 상담 선생님이었다.

“누구나 인생에는 시련이 있으며 각자에겐 이겨낼 힘도 있다고 말씀해주신 선생님 덕분에 힘든 시기를 무사히 견딜 수 있었어요. 선생님처럼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로해줄 수 있는 멋진 상담가가 되고 싶다는 목표도 그때 생겼지요.”

경남 함안의 명덕고에 입학한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줄곧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매사 최선을 다하는 그를 지켜본 고 3 담임선생님은 드림장학생을 추천했고, 그는 9대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다.

그때부터 그는 수능공부 대신 토플 책을 잡았다. 배양은 “중간에 한 번도 불평을 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저의 모습에 유학을 우려했던 부모님과 친구들도 응원해줬다”고 말했다.

공부한 지 3개월 만에 토플 80점대를 만들고, 현재 미주리대에 합격한 그는 “시련을 이겨내고 국제무대에서 멋지게 활약하는 인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