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30일 토요일

미국에서 의대보내기

의대에 들어가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가요?
A: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선발인원이 적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10년 현재 미국내 130개의 의대에서 한 해에 선발하는 신입생은 1만8000명을 조금 넘고 있다. 약 6만명의 지원자들이 복수지원을 통해 한명의 지원자가 적게는 15군데에서 많게는 50군데 까지도 지원을 하고 있으니 연인원으로 따지자면 적어도 20: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고, 실질인원으로 따져도 약 3: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까다로운 의대신설에 관한 기준들이 존재하는 한 의대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기는 불가능 하므로, 당분간 이러한 경쟁은 계속 될 듯 싶다.

기본적으로 이렇게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각 의대에서는 신입생을 선발할 때 Diversity라는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즉, 다양한 인종으로 학생들을 구성하고자 노력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한국계 학생들의 의대입학을 더욱 어렵게 하는 주요원인이다.

Asian, White, Spanish 및 Black으로 나누어지는 네 인종 간의 경쟁도 문제이고 또한 한국계 학생들은 평균 경쟁률보다 훨씬 높은 같은 Asian 학생들과의 경쟁을 또 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같은 점수를 받은 지원자들을 비교하면 Asian은 불합격한 그 점수로 다른 인종의 학생들은 합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점 3.5와 MCAT 30점이라는 점수의 지원자가 Asian일 경우의 합격률은 약 30%, White일 경우의 합격률은 약 40%, Spanish일 경우의 합격률은 약 70%, 그리고 Black일 경우의 합격률은 약 85%를 보이고 있으니 그 차이는 사뭇 심각한 수준이다.

게다가 Asian이라는 분류에는 교육열이라면 한국계 부모님들을 훨씬 앞서가고 있는 중국계와 인도계 지원자들도 함께 포함되어 있으니, Asian들 사이에서의 경쟁에서도 한국계 학생들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인구규모에서 중국계와 인도계에 불리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민역사, 가구당 평균소득 및 전반적인 영어구사력에서도 뒤쳐지는 것이 현실이고, 또한 비록 극소수의 경우라고는 하지만 의대지망 자녀에 대한 교육비 지출규모에서도 그들은 한국계 가정을 앞서고 있으니 우리 자녀들의 의대입학의 기회는 세개의 큰 산으로 가로막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자기와의 싸움, 다른 인종과의 경쟁, 그리고 동양사람들간의 경쟁이라는 삼중고를 잘 이겨내는 지혜와 용기가 절실한 상황이다.

불리한 사항은 더 있다. 바로 의대진학을 위해서는 공부가 최우선이라는 사고방식이 한국계 학생들에게는 최대의 적이다. 물론 공부를 등한시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나, 학업성적 외에도 꼭 챙겨야 할 의료봉사, 리더십, 연구실적 등의 Extra-Curricular이 부수적이라는 생각을 바꿔야 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어떤 학생은 의료봉사에 참석해서도 봉사는 뒷전이고 책만 들여다 보다가 쫒겨나는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효율적인 학습습관과 시간관리능력이 부족한 학생일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에세이를 잘 못 쓰는 점도 역시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에세이를 잘 못 쓰는 이유가 영어구사력의 부족함 만은 아니며, 이 역시 적극적인 봉사정신의 결여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재료가 있어야 훌륭한 요리를 만들 수 있듯이, 적극적이며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한 환자경험이 있어야 의대에서 만족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일류 의대를 목표로 4.0을 유지하려고 Extra-Curricular들을 뒷전으로 미루다가 일류 의대는 커녕 아무 의대도 못 가게 되는 경우가 한국계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 것이 되어서 많이 아쉽다.

결코 쉽지 않은 미국에서 의대가기를 그나마 효율적으로 이루기 위해서 부모님들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라는 광고문구처럼 “우선순위를 바꾸면 의대진학 시키기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더라”라는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다. 특히 미국생활이 상대적으로 짧은 학생들과 부모님들께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저학년 시절부터 공부와 특별활동을 함께 병행하면서도 충분히 성취도를 높힐 수 있도록 Time Management Skill을 증진시키는 것이 미국교육제도에서 살아남아 의대까지 도달하는 최고의 수단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워싱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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