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MOOC 코세라…100여곳 대학, 450개 강의 개설
“온라인 공개강좌(MOOC)가 부서를 옮길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던 장효영 선임(32)은 지난해 미디어솔루션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사내 공모로 뽑는 과정에서 코세라를 통해 ‘기계 학습’이란 10주짜리 강의를 들었던 게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코세라는 스탠퍼드대 프린스턴대 예일대 등 미국 명문 대학의 강의를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세계 최대 MOOC 서비스 업체다. 그는 “이 강의 덕분에 평소 관심 있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개발 업무를 담당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강의를 온라인에서 공짜로 들을 수 있는 MOOC가 직장인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세계 석학의 강의를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들으며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다. MOOC 수업을 듣는 사람끼리 토의하고 같이 공부하는 오프라인 스터디 모임도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 관련 기업에 다니는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요즘 회사에서 데이터를 분석할 일이 많은데 대학 때 수업을 열심히 듣지 않은 게 후회됐다”며 “그러던 차에 코세라에서 ‘데이터 분석’ 수업을 발견하고 구원을 받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집에서 하버드대 수료증 받아
온라인으로 세계 명문 대학의 강의를 듣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MIT는 이미 2002년부터 오픈코스웨어(OCW)라는 이름으로 학부와 대학원 과정의 수업 자료와 강의 동영상을 2200개 올려 놓았다.
하지만 현재의 MOOC는 형태나 파급력 면에서 기존 온라인 교육과는 완전히 다르다. 김형률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MIT OCW가 단순히 강의 자료를 올려놓고 관심 있는 사람은 보라는 식이었다면 1~2년 전부터 나타난 MOOC는 온라인에 맞게 강의 동영상을 다시 찍고, 학생들의 질문에 교수가 답도 해주는 등 진일보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내 최초의 MOOC 플랫폼인 ‘스노우’를 만들고, 지금은 MOOC 활성화를 위한 단체인 ‘펭귄스텝’을 이끌고 있다.
가장 유명한 MOOC 플랫폼인 코세라, 에덱스, 유다시티 세 곳을 살펴보면 MIT OCW와 많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MOOC에서는 MOOC만을 위한 강좌가 매번 새롭게 개설된다. 수업 진도가 다 끝나면 강좌가 닫히고 사라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그 전에 수강 신청을 해 수업을 들어야 한다. 강좌는 4주에서 13주짜리까지 다양하다. 예컨대 코세라에서 프린스턴대의 ‘통계학1’은 지난 9월22일 개설돼 12월15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숙제를 기한 내에 제출하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교수와 학생이 게시판을 통해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시험도 치러야 한다.
무엇보다 MOOC에서는 일정 학비를 내면 숙제를 제출하고 시험을 본 뒤 강의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MOOC에서 딴 하버드대나 스탠퍼드대 수료증이 취업이나 진학 때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대학 강의 형태도 바꿔놓아
온라인 교육의 단점은 도중에 그만두기 쉽다는 것이다. MOOC에서도 수업을 끝까지 듣는 비율은 7~9%에 그친다. 지난해 가을 듀크대에서 개설한 ‘바이오전자공학’ 수업은 1만2725명이 등록했지만 비디오를 시청한 사람은 7761명, 숙제를 제출한 사람은 3658명이었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 스터디모임도 생겨난다. ‘코세라 밋업’이란 사이트는 나라별 지역별로 같이 수업을 들을 사람을 연결해준다. 펭귄스텝은 내년 1~2월 겨울방학에 숙대 강의실에 모여 같이 공부하는 ‘펭귄스텝 MOOC 캠퍼스 1기’를 모집 중이다.
이태억 KAIST 교수학습혁신센터장은 MOOC로 인해 오프라인 대학들의 수업도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식 전달은 온라인 강의 동영상을 통해서 진행하고, 실제 수업 시간에는 사례 연구나 토론, 실험실습, 질의응답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진 교수들이 진도를 나가느라 칠판에 적어가며 설명하기 바빴다”며 “앞으로는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오프라인에선 교수에게 모르는 것을 묻는 식으로 수업이 변할 것”으로 내다봤다.
■ 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 온라인 대중공개 강좌다. 인터넷을 통해 대학 강의를 무료나 싼값에 이수할 수 있는 새로운 대학 교육 시스템이다. 수강생은 동영상 강의를 듣는 것뿐만 아니라 교수에게 질문하고, 시험을 볼 수도 있다. 정규 교육을 보완하는 시스템이자 직장인 재교육 프로그램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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