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어교육 투자 많지만 성과 높지 않아”

“한국은 영어교육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영어교육이 개인적, 직업적, 국가 전체 차원으로 시급하게 행해져야 하는 과제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교육 기업인 Education First(이하 EF) 학술연구 부문 수석 부사장 크리스토퍼 맥코믹(Dr. Christopher McCormick) 박사는 5일 각기 다른 나라 성인의 평균 영어실력을 비교할 수 있는 지표인 ‘EF 영어능력지수(English Proficiency Index, 이하 EPI)’를 발표하며 한국의 영어교육에 대해 분석했다.

‘EF 영어능력지수(EPI)’는 EF가 전세계 국가의 영어실력을 평가하기 위해 실시하는 연구로 성인을 대상으로 문법, 어휘, 독해 및 듣기 영어 능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한다. 이번에 공개된 3차 연구결과는 2012년 한해 동안 총 60개의 국가 및 지역들에서 성인 75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1위를 차지한 스웨덴을 비롯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반도 국가들이 최상위권인 ‘우수’ 등급을 기록한 반면, 중동 및 남미국가들은 ‘미흡’, ‘불량’ 등 하위권을 기록하였다. 한국은 24위를 기록하며 작년에 이어 ‘보통’ 등급에 머물렀다.

EPI는 제1차(2007년~2009년, 44개국 약 200만 명 대상), 제2차(2009년~2011년, 54개국 170만여 명 대상) EF 영어능력지수를 포함해 총 6년 간 성인 500만 명의 시험 결과를 토대로 영어 학습 트렌드 및 신장 추세에 대한 분석 결과도 공개됐다.

우크라이나, 스리랑카 등 이번에 처음으로 포함된 7개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53개 국가 및 지역 중 53%가 영어능력에서 두드러진 상승세를 나타낸 반면, 15%는 현저한 실력 저하를 보였다. 터키,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은 지난 6년 간 영어 실력이 현저히 향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폴란드와 헝가리, BRICs 국가, 일부 남미 국가(브라질, 콜롬비아, 페루 및 칠레)도 전반적으로 영어능력지수가 상승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영어에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드러났고, 유럽 국가들 중 프랑스는 하향세를 보이며 다른 유럽 국가들과 대조적인 결과를 나타냈다.

크리스토퍼 맥코믹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영어능력지수가 1인당 국민 총소득이나 인간개발지수(HDI)와 같은 경제적 성장 지표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이라며 “그 예로 BRICs국가들은 경제동향과 영어능력지수 상승 패턴이 유사하게 나타났으며, 가장 크게 점수가 오른 터키의 경우, 여러 경제적 지표에서 지속적인 급등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공교육과 사교육을 합쳐 평균 2만 시간 정도를 영어 학습에 투자할 정도로 교육열이 높지만 지난 6년 간 EF 영어능력지수는 특별히 향상되지 않았다. 성인들의 전반적인 영어 실력은 보통 이상이지만, 암기와 문법 위주의 영어 교육으로 인해 실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한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크리스토퍼 맥코믹 박사는 “60개국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봤을 때, 얼마의 돈을 투자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스마트하게 투자를 했느냐에 따라 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영어교육은 정부 뿐 아니라 개인, 가정에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과연 어떤 부분을 평가해야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 공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키플레이어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EF는 1965년 설립된 글로벌 교육기업으로, 전세계 450 개 이상의 캠퍼스와 지사에서 특화된 언어교육, 정규 학위 과정 및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EF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공식 교육 파트너로 선정됐으며, 전세계 각국 성인들의 영어 능력을 측정해 비교 분석한 지표인 EPI를 발표하고 있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