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5일 화요일

과도한 조기 교육, 뇌 발달 억제…정신병 유발도

남들보다 일찍 그리고 많이 배우면 정말 우수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까. 교육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학부모들의 고정관념이 오히려 자녀의 뇌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고 뇌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과도한 유아 조기교육은 감정과 본능을 억제하기 때문에 뇌 발달을 억제합니다.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죠."

서유헌 한국뇌연구원 원장(사진)은 4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유아 적기교육 캠페인' 행사에서 '뇌 발달 적기교육'을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서 원장은 "영유아기에 과도하고 편중된 조기교육을 시킬 경우 정신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이들의 뇌는 신경회로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엉성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며 "전선이 엉성한데 과도한 전류가 흐르게 되면 과부하가 걸리듯 과도한 조기교육은 과잉학습장애 증후군, 우울증, 애착장애 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남보다 더 먼저, 더 일찍 많이 할수록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아이들은 '감정과 본능이 없는 인간'이 아니라 '감정과 본능에 가장 예민한 인간"이라고 강조했다.

서 원장에 따르면 뇌는 특정 시기마다 발달하는 영역이 다르다. 뇌 발달 시기에 맞는 적절한 자극은 뇌 기능 발달을 돕지만, 과도하고 장기적인 자극은 오히려 뇌 기능을 손상시킨다. 그는 "독서만 많이 시키거나 언어교육을 무리하게 시킨다든지, 카드학습을 지속적으로 시키는 등 일방적이고 편중된 학습방법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전두엽·측두엽·두정엽이 골고루 발달하는 만 0~3세 시기에는 감정과 정서 발달에, 전두엽이 보다 빠르게 발달하는 만 3~6세의 경우 인간성을 길러주는 데에 중점을 둬야 한다. 영어 등 외국어 교육은 측두엽과 두정엽이 빠르게 발달하는 만 6~12세 시기에 시작하는 게 좋다. 서 원장은 "언어중추가 최고 성장률을 보이는 초등학교 2~3학년 이후 외국어 교육을 시작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그 전에 배울 경우 스트레스 탓에 과잉학습장애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영유아기에는 감정 조절, 긍정적 사고, 학습의욕 형성 등을 위한 '변연계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뇌의 중심부 주변에 있는 변연계는 인간의 행동과 생존에 관련된 중요한 기능들을 수행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감정 훈련과 유대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는 대인관계 기술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서 원장은 대한약리학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대한신경퇴행성질한학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초대 한국뇌연구원장, 국제뇌연구학회 위원, 국가생명공학종합정책심의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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