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초등학교는 부모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딱히 용돈이라는 것이 필요가 없다. 아이들만 집에 두고 마트에
가는 일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아이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함께 가서 부모의 돈으로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로 용돈을 주지
않으니 친구의 생일 파티 같은 데 초대를 받아도 부모 주머니에서 선물 사는 돈이 나간다.
보통 한국에서는 성적에 따라 아이 용돈을 올리거나 깎지만, 영국 초등학교는 성적이 등수로 매겨지는 게 아니라 레벨로 표시되기 때문에
‘반에서 몇 등을 하면 어떤 선물을 사주겠다’는 식의 약속도 할 수 없다. 또한 아이의 능력에 따라 성취도가 다르다는 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성적보다 아이가 얼마나 노력을 하고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는지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중학교에 진학하면 보통 일주일에 얼마씩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는다. 액수는 1(1천5백원)~5유로(7천5백원)까지 집안 분위기와 환경에 따라
다양하다. 세차를 하거나 집안일을 돕는 대가로 용돈을 덤으로 버는 아이들도 있다. 이 시기부터는 자신이 알아서 용돈을 관리하기 때문에 따로 돈을
모아 친구나 부모의 생일 선물을 사기도 한다. 11학년(고등학교 2학년)부터는 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나이기 때문에 꽤 많은 아이들이 주말에
파트타임으로 일을 한다.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으면서도 따로 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다. 용돈의 사용처는 휴대전화, 옷, 가방 등 갖고
싶은 것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한다.
용돈은 스스로 벌고, 학비는 대출 받아
한국에 비해 아주 많이 달라지는 시기는 대학이다. 부유한 가정의 자녀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 등록금을 ‘student
loan(학자금 대출)’으로 마련한다. 대학생이 되면 집에서 나와 독립생활을 하기 때문에 기숙사 비용이나 숙식비 등도 만만치 않은데 이 비용
역시 대출로 마련한다. 4년의 대학 생활을 마치면 보통 1억이 넘는 돈을 빚지게 된다.
학자금 대출은 대학 졸업 후 정식 직업을 갖게 되면 월급에서 갚아나간다. 동료 교사 중에는 10년째 이 대출금을 갚는 이가 있는데,
월급에서 아주 조금씩 빠져나가기 때문에 이를 다 갚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신혼부부는 부모의 보조를 바라지 않고 모기지(주택담보대출)로 집을 마련한다. 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영국 부모들은 일단 아이가 대학생 정도 나이가 되면 ‘너는 너, 나는 나, 부모로서 할 일은 다 했으니 이제 너는 독립적으로 살아야 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부모의 마음이 다 같다지만 경제적인 면에서 한국과 영국의 부모는 이렇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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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경제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모형으로 된 금을 구경하고 있다.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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