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 대로 미국 아이들은 자립심이 매우 강한 편인데 그 뒤에는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의 노력이 있다. 미국 부모들은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신생아라도 부부 침대에서 재우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아기용 침대에 재우는 건 기본이고, 안방과 이어지는 작은방을 따로 만들어
아이와 부모의 공간을 분리시키는 경우도 많다. 사실 밤새 보채는 아이를 다른 방에 두고 돌보는 건, 함께 자며 돌보는 것보다 더 공이 많이
들어간다.
아이가 앉거나 걷게 되면 혼자 이를 닦고 세수하고 식사를 하도록, 또 혼자 옷을 입거나 끈 있는 신발을 맬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데 이 또한
부모가 직접 해주는 것보다 많은 인내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외출에 늦는데도 불구하고 신발 끈을 묶는 아이에게 “이렇게 토끼 귀처럼 고리를 만들고
줄을 돌려서” 하며 매번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아이가 잘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와! 정말 대단한 일을 했구나!” 하며 항상 칭찬해주는 미국
부모들을 볼 때면 그 참을성에 감탄하게 된다.
이렇게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하도록 하는 것과 더불어 작은 일이라도 아이가 항상 자신의 의견을 내서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예를 들어 부모가 무조건 주스를 컵에 따라주는 대신 “주황색 컵에 마실래, 파란색 컵에 마실래?”라고 묻고, 엄마가 적당한 옷을 찾아 입혀주는
대신 “옷장 안에 있는 빨간색 원피스를 입을까, 아니면 서랍장 안에 있는 핑크색 치마를 입을까?” 하고 먼저 아이에게 물어서 작은 것들부터
스스로 결정하는 법을 가르친다.
어릴 때부터 아이 선택 존중하며 독립심 키워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가족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일 또한 철저히 분담한다. 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등교 준비부터, 숙제하기, 잠자기 전 책
읽기 등 자신의 일을 도움 없이 잘 해나갔는지, 식사 돕기나 청소, 잔디 정리, 애완동물 돌보기 등 각종 맡은 집안일들을 잘 실천했는지 일일이
계획표에 적어 냉장고 같은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는 가정도 많다. 아이들은 이렇게 가사를 도운 대가로 일정한 용돈을 타서 자신이 필요한 물건들을
사는 등 규모 있게 돈을 운영하는 방법을 배운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열세 살 정도가 되면 베이비시터나 애완견 돌보는 일을 하며, 학교나 YMCA 등에서는 아기 돌보는 법이나 응급처치 등에
관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면 본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한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 고등학생의 80% 정도가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한다.
사실 아이들의 자립을 꾸준히 독려하고 자녀의 독립 후에는 평생 어느 정도 선을 긋고 부모 자식 관계를 이어가는 미국인들의 모습은 한국인의
시각에서는 조금 삭막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식을 하나의 독립된 개인으로 인정하고 홀로 설 수 있도록 가르치고 지켜보며 격려하는 모습 또한
다른 형태의 자식에 대한 부모의 깊은 사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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