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일 금요일

한국인과 닮은꼴 이스라엘 숨은 인재들의 나라


  
   이스라엘의 역동적인 경제는 지난해 출간된 스타트업내이션(Start-up Nation·창업국가)이라는 책을 통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중이다. 이 책에 따르면 이스라엘에는 3800개의 벤처기업이 있다.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대해 무지했던 나였지만 일주일 방문 기간 동안 그들과 같이 일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이스라엘인들이 어떤 면에서는 한국인과 기질이 비슷하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 단편적인 경험을 가지고 쉽게 일반화하긴 어렵겠지만 내가 느낀 그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근면하다. 처음에 “Working from home”을 많이 한다는 말을 하기에 미국인처럼 회사에 나오지 않고 재택근무를 많이 한다는 뜻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게 아니고 퇴근해서도 집에서 일을 많이 한다는 말이었다. 또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서 일하고 항상 업무에 대응하는 버릇이 들어있다. 국내시장보다 해외시장을 중시하니까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고 한다.

영어 실력이 다 뛰어나다. 이스라엘인의 모국어는 히브리어다. 대학까지 교육도 히브리어로 받고 서점에 가보면 히브리어 서적이 중심이다. 그런데도 레스토랑 종업원부터 택시 운전사까지 웬만한 사람들이 모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5개 벤처기업의 CEO들과 연달아 미팅을 했는데 대부분이 거의 완벽한 영어를 구사했다. 해외유학 경험이 없는 한 이스라엘인에게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하느냐”라고 물어보니 “해외시장을 상대로 하는 일을 하다보니 업무를 통해서 영어가 늘었다”고 대답한다. 워낙 젊은 시절에 다들 장기 해외여행을 많이 나가고 그때 영어 실력이 많이 늘었을 거라는 설명도 있다.

시야가 국제적이다. 겨우 700만명의 이스라엘 국내시장이 너무 협소하다보니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바라보고 일한다. 창업한 지 반 년밖에 안된 한 게임업체 CEO는 우크라이나에 아웃소싱으로 게임을 개발해서 러시아와 유럽시장에 서비스하고 있으며 미국시장에도 곧 진출한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글로벌 게임 시장에 대한 그의 지식에 감탄했다.

이스라엘은 용광로(Melting Pot) 사회다. 어떤 면에서는 이민국가인 미국 같은 면이 있다. 그래서 작은 나라 안에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다 같은 유대인이긴 하지만 전세계에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나와 긴밀하게 일하는 오데드는 자신의 부모는 헝가리에서 이민을 왔고, 아내의 가족은 모로코에서 와서 정착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 세대에서는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많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외모만 봐도 프랑스인, 독일인, 러시아인, 아랍인 등등 조금씩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물어보면 역시 가족이 그 나라에서 이민왔다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이 가정에서 쓰는 언어에 따라 영어, 히브리어 외에 다른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도 많다.

군대가 의무 복무이며 커리어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좋은 부대에 들어가기 위해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 들어가듯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군대경력이 좋은 직장을 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과 달리 군대경력에 대해 모두 다 긍정적으로 이야기했다. 한 벤처 CEO는 “학교에서 전산학을 전공했지만 사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군대에 있을 때 제대로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다혈질이고 직선적이다. 돌려서 말하는 법이 없이 궁금하면 바로 물어본다. 처음에는 “왜 이러나”하고 당황했을 정도다.

이처럼 이스라엘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창업을 하고 세계시장에 도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역설적으로 그건 ‘불안감’으로 보였다. 독일 나치스의 홀로코스트를 피해 모여든 유대인들이 세운 나라. 사방이 적국으로 둘러싸였으며 두 시간이면 국경에 닿는 작은 나라. 항상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모험하는 국민성을 가진 나라를 만들었다면 과언일까.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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