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7일 목요일

스티븐 호킹, 왜 노벨상을 못 받을까?

입증하기 불가하며 관측조차 어려운 이론
금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추앙 받고 있는 스티븐 호킹 박사. 그가 지난 1월 8일 71번째 생일을 맞았다. 당시 이 천재 물리학자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연구해 온 한 인류학자는 한 기고문을 통해 “축하해야 할 것은 호킹 박사라기 보다는 그의 뇌와 그의 주변 인물들”이라고 주장했다.

금세기 최고 물리학자, 그는 왜 노벨상을 못 받나?
주인공은 미국 UC버클리 대학의 헬렌 미아렛 교수. 미아렛 교수는 미국 IT전문매체 와이어드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스티븐 호킹은 사람보다는 기계에 가깝다. 마치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와 같다”는 도발적인 표현을 썼다. 대단한 파문을 일으켰다.

얼핏 보기에는 호킹 박사의 천재성을 기계에 비유, 비하하는 발언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호킹 박사를 오랫동안 인류학적 차원에서 연구하고 관찰해 온 미아렛 교수의 의도는 그를 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호킹 박사의 뛰어난 머리, 그리고 그를 지탱해 주고 후원해 주는 주변 사람들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사실 호킹 박사는 항상 다른 사람의 도움을 통해 연구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비서를 따로 두고 있지만 자신이 흥미를 갖고 있는 주제에 대해 했던 말이나 그가 만든 자료를 분류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아렛 교수는 “호킹 박사는 기술자, 학생, 보조자, 기계까지 많은 수의 다른 신체를 갖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호킹 박사의 천재성은 그의 생각 하나만으로는 이뤄지기 힘든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2013년 노벨 물리학상은 우주탄생의 열쇠로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입자의 존재를 일찌감치 예견한 영국의 에든버러 대학 명예교수 피터 힉스와 벨기에의 브뤼셀 자유대학 명예교수 프랑스아 앙글레르에게 돌아갔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노벨상의 달인 10월마다 연례행사처럼 느끼는 일이다. 그래도 뭔가 아쉬움을 남는다. 왜 자타가 공인하는 금세기 최고의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노벨 물리학상을 타지 못하는가? 심지어 후보대상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노벨 물리학상, 이론을 받쳐주는 증거가 탄탄해야
과학의 최고 영예인 노벨 물리학상을 받으려면 일반 아카데미상과는 다른 훨씬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자신의 이름으로 수여되는 물리학상은 “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나 발명을 한 사람”에게 수여돼야 한다.

얼핏 보면 까다로운 조건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서 핵심은 ‘발견과 발명’이다. 우주가 작동하는 원리를 아주 멋지게 설명했다 해도 그 이론을 받쳐주는 탄탄한 증거가 없으면 상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경이로운 이론의 제안과 노벨상 수상 사이에는 상당한 시각의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물리학상을 받은 피터 힉스가 물질을 구성하는 다양한 소립자들이 어떻게 질량을 얻는지 설명하는 방식을 생각해 낸 것은 정확히 49년 전의 일이다.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이 질문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입자와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물리학 표준모형(Standard model of Physics)의 마지막 퍼즐 조각 가운데 하나였다. 질량이 없으면 모든 물질은 광자(phonton)와 같아진다.

그러면 물질이 빛의 속도로 움직여 생명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아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힉스의 이론은 (존재하기는 하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입자의 가정된 존재를 근거로 했다. 비록 그 존재를 증명해 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다.

힉스 입자와 그 원천이 되는 힉스 장(Higgs field)은 수십 년 동안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그 결실을 맺게 되었다. 지하에 건설된 대형강입자충돌가속기(LHC)를 통해 힉스로 추정되는 입자가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호킹 박사의 이론은 이와는 다르다. 2012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LHC 실험에서 힉스 입자로 추정되는 소립자가 발견되자 호킹 박사는 힉스가 노벨 물리학상을 탈 것으로 예측했다.

호킹 박사는 물리학 이론을 두고 내기를 거는 버릇이 있다. 그는 앞으로 힉스 입자가 발견될 것인가, 발견되지 않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발견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돈을 걸었다. 그러나 추정입자가 발견되자 내기에서 졌다고 인정하고 미시간 대학 물리학자 고든 케인에게 100 달러를 건넸다.


▲ 호킹 박사의 블랙홀 이론은 현대 천체물리학이론에 커다란 혁명을 일으켰다. 우주의 생성과 소멸 또한 그 속에 담겨 있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입증하기 어렵고 관측도 어렵다. 그가 노벨상과 인연이 먼 이유이기도 하다. ⓒ위키피디아

호킹 박사는 입증하기 어려운 난제에 항상 매달려
아인슈타인에 이어 최고의 물리학자로 평가 받는 호킹 박사는 노벨상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오히려 아쉬워하는 것은 본인이 아니라 독자를 비롯해 그를 아는 팬들이다. ‘시간의 역사 A Brief History of Time’를 썼고 블랙홀의 청사진을 만들어 낸 과학자가 아직도 노벨상을 받지 못해 안타까워한다.

호킹 박사가 노벨상과 인연이 없는 것은 그가 늘 입증하기 어려운 문제에 이끌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M이론으로 불리는 끈 이론을 연장해 양자물리학과 일반상대성 이론을 조화시키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M이론은 시공간에 11개의 차원이 있다고 상정한다. 그러나 빛 같은 특정 에너지는 ‘막(brane)’이라고 불리는 3차원 공간에 갇혀 있다. M이론은 입증될 수만 있다면 이른바 통일장 이론인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이 될 수도 있다. 이론물리학자들의 꿈이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은 현실적으로 검증할 방도가 없다고 생각한다. 끈이론의 일부 측면은 검증이 가능하지만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는 고출력 장치가 필요하다. 이처럼 호킹의 이론은 검증하기가 어렵다.

물론 현재 우리의 능력으로 검증할 수 있는 것도 일부 있다. 예를 들어 학자들은 LHC에서 양자를 충돌시켜 힉스 비슷한 입자를 발견했다. 그 입자가 끈 이론의 기본 중 하나인 초대칭 개념을 입증할 수 있다고 한다.

CERN의 LHC, 호킹 박사에게 노벨상을 안겨줄 수도
그러나 이것도 타당한 증거를 내세우기가 쉽지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아마 호킹 박사의 연구와 업적 가운데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주제는 블랙홀 연구라는데 입을 모은다.

왜냐하면 LHC가 소형 블랙홀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LHC내부에서 입자가 서로 충돌하면 극소형 패키지 속에 많은 에너지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질량- 에너지 등가성(아인슈타인의 E=mc2 덕분에 우리는 입자의 에너지가 많을수록 질량이 더 커진다는 것을 안다.

그러면 CERN의 LHC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피터 힉스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안겨 준 것처럼 호킹 박사에게도 노벨상을 선물할 수 있을까? 그는 2012년 시애틀 과학축전에 참가했을 때 이런 농담을 던졌다.

“그런 소형 블랙홀이라도 일단 만들어지면 ‘호킹 방사(Hawking radiation)’로 알려진 에너지 방출을 통해 모든 질량을 잃게 되고 블랙홀이 증발하면 모든 정보가 사라진다. 그러면 그때 내가 노벨상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LHC가 소형 블랙홀을 만들어 호킹의 이론을 증명해 낼 수 있을까? 아마 신의 입자를 증명해 내는 일보다 수천배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학은 항상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냈다.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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