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2일 금요일

학부모 상담도 부부가 함께

영국에서는 아빠들이 정시에 퇴근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가능하고, 또 그런 사람들이 한국에 비해 많다. 아침이면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는 아빠들, 아내보다 일찍 퇴근하면 아이 돌봐주는 집에 가서 아이를 데려오고 저녁 준비까지 하는 아빠들도 흔하다. 엄마보다 요리를 더 잘해서 식사 담당을 하고 저녁이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재우는 아빠도 많다. 굳이 엄마 일, 아빠 일이 따로 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냥 ‘부모 노릇’을 공유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일 년에 한 번씩 공개적으로 치르는 학부모 미팅에도 대부분 부모가 함께 참석한다. 상담을 해보면 “아빠라서 엄마보다 아이의 학업에 소극적이네”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아이 교육에 관심이 많다. 아이가 아파 학교에 못 가면 아빠가 회사를 가지 않고 아이를 돌보는 일도 흔하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할 때 업무나 회의 중에 나가도 상사나 동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날 처리해야 할 업무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인이 시간을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리 잡혀 있다. 정시 퇴근, 융통성 있는 회사 분위기 덕분 영국에는 이혼가정이 많다. 한국은 대체로 숨기는 분위기고 영국은 그렇지 않다 보니 더 많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경우는 부부가 키우는 것보다 더 힘이 들기 때문에 배려를 많이 하는 편이다.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의 한 남자 교사는 혼자서 딸 셋을 키우는데 아이가 아파서 결근하거나 칼같이 퇴근할 때, 한국처럼 눈치를 보지 않는다. 세상에 아빠 노릇이라는 게 있을까. 굳이 아빠 노릇이 무엇이냐고 영국 아빠들에게 묻는다면 첫째는 “아이들과 많이 놀아주며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드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호숫가에 나와 오리에게 빵을 던져주는 아빠와 아이들, 자전거를 타고 숲 속 산책로를 달리는 아빠와 아이들, 정원에서 축구를 하고 수영장에서 같이 물장구를 치는 아빠들. 생긴 모습과 환경이 다를 뿐 이런 모습은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 세상 모든 아빠들의 바람은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영국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한국 사람들이 약간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제안한다면 그건 정시 퇴근이다.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리자면 영국처럼 오후 5시 정시 퇴근. 나라가 경제 대국이 되면 나도 따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제 한국도 밥 굶을 걱정을 하며 사는 나라는 아니니 사람들이 개인과 가정의 행복에 더 가치를 두고 살면 좋겠다.
영국 학교의 학부모 상담 풍경. 부모가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 (오른쪽)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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