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7일 목요일

도구 쓰는 손의 진화는 직립보행의 결과일까?

지구상의 그 많은 동물 가운데 사람이 유별난 종이 된 건 물론 머리가 좋아서겠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두 가지 특징, 즉 직립보행과 도구를 만들고 쓰는 손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오래 전부터 고인류학자들은 인류가 나무에서 내려와 두 다리로 서게 된 게 진화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해왔다. 그 결과 보행에서 자유로워진 두 손이 다른 짓을 하게 됐고 여기에 맞춰 뇌용적도 팽창했다는 것.


그러나 지난 2009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약 440만 년 전 인류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Ardidpithecus ramidus)의 존재는 이런 가설을 뿌리부터 흔들기에 충분했다. 이 인류의 발뼈는 엄지발가락이 현생인류처럼 발 앞에 있는 게 아니라 원숭이처럼 옆에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즉 발이 원숭이처럼 나뭇가지를 잡을 수 있었다는 것. 그럼에도 두 발로 설 수 있는 정도의 힘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즉 440만 년 전까지도 인류의 발은 오늘날 원숭이와 현생인류 사이의 과도기적 형태였던 것.

이런 새로운 발견에 영감을 받아서였을까. 일본이화학연구소 상징인지발달연구팀은 현생인류의 손이 정말 직립보행의 결과로 진화한 것인지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를 학술지 ‘영국왕립학회회보B’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인류학자들이 손의 진화를 생각할 때 사람과 가장 가까운 종인 침팬지와 비교하면서 둘의 공통조상이 침팬지에 가까울 것이라고 가정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르면 사람의 손은 큰 변화를 겪은 게 되는데, 침팬지는 엄지손가락이 작아 물건을 잘 쥐지 못하고 네발로 걸을 때도 손등을 땅에 대기 때문이다. 반면 사람은 엉금엉금 기어갈 때 손바닥을 바닥에 댄다.

침팬지 손이 특이한 구조?
그러나 놀랍게도 유인원이 아닌 원숭이의 손은 오히려 사람과 더 가깝다. 즉 엄지가 그렇게 작지 않아 물건을 어느 정도 힘을 줘 쥘 수도 있고, 네발로 걸을 때도 사람처럼 손바닥을 땅에 댄다. 결국 사람과 침팬지가 공통조상에서 갈라진 뒤 오히려 침팬지 쪽에서 손 구조의 변화가 더 컸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연구자들은 이 가정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사람과 일본원숭이를 대상으로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자극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를 조사했다. 사람의 경우는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일본원숭이는 개별 뉴런에 전극을 연결해 활성을 측정했다. 물론 비교를 위해서는 같은 방법을 쓰는 게 가장 좋지만, 원숭이가 fMRI 장치를 신경쓰지 않게 훈련할 수 없고 사람 뇌 속 개별 뉴런에 전극을 연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둘 다 데이터 해상도가 높기 때문에 연구결과를 해석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측정 결과 알려진 것처럼 사람의 다섯 손가락을 담당하는 뉴런은 뇌의 일차체감각피질에서 서로 별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즉 눈을 감은 상태에서 누군가 내 손가락 가운데 하나를 건드리면 어떤 손가락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일본원숭이의 경우도 뉴런이 다섯 손가락을 개별적으로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테스트한 뉴런 164개 가운데 96%인 158개가 일대일 대응을 보였다. 둘째와 셋째 손가락에 동시에 반응한 뉴런이 2개, 셋째와 넷째 손가락에 동시에 반응한 뉴런이 1개, 넷째와 다섯째 손가락에 동시에 반응한 뉴런이 3개였다.

결국 일본원숭이의 손가락은 이미 사람의 손가락만큼이나 섬세한 조절이 가능한 신경의 배선이 갖춰진 셈이다. 실제로 원숭이는 자연상태에서 도구를 쓰는 일이 거의 없지만 필요할 경우 쉽게 습득한다. 예를 들어 안다만섬 해안가에 사는 짧은꼬리원숭이는 돌로 굴껍질을 깨 굴을 먹는다. 결국 사람이 능숙하게 손을 쓸 수 있는 건 두 다리로 선 이후 자유로워진 손이 진화를 거쳐 구조가 바뀐 결과는 아니라는 말이다.


▲ 일본원숭이(왼쪽)와 사람(오른쪽)의 손과 발. 원숭이의 손과 발, 사람의 손이 비슷하게 생겼지만, 신경배선을 조사한 결과 원숭이와 사람의 손가락은 개별적으로 담당 영역을 차지하는 반면(색으로 표시), 원숭이 발가락은 영역이 겹쳐져 있다. 이런 특성은 사람 발가락도 비슷하지만 사람의 경우 엄지발가락만은 별도의 담당 영역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직립보행을 가능하게 한 진화의 결과로 보인다. ⓒ‘영국왕립학회회보B’

사람 엄지발가락은 특별해
한편 발가락에 대한 실험결과는 손가락과 많이 달랐다. 즉 원숭이의 발은 손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섬세함은 훨씬 떨어져 발가락 자극을 감지하는 뇌영역의 뉴런 108개 가운데 일대일로 반응하는 건 54%인 59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뉴런들은 두 발가락 이상의 자극에 동시에 반응했다.

이런 패턴은 사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지만 큰 차이가 하나 있었다. 즉 엄지발가락만은 다른 발가락과 완전히 구분되는 뇌영역에서 자극을 처리했던 것. 눈을 감았을 때 누군가 셋째 발가락을 건드리면 종종 둘째 발가락 또는 넷째 발가락이라고 틀린 답을 할 수 있지만, 엄지발가락은 확실히 알아맞춘다는 것. 연구자들은 영장류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만이 엄지발가락의 정보를 독립적으로 처리하게 진화했고 이는 직립보행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두 발로 설 때 발바닥과 뇌의 감각신호피드백이 매우 중요한데(그래야 균형을 잡고 설 수 있다), 그 축이 바로 엄지발가락이라는 것.

연구자들은 결국 직립보행을 위한 발의 진화와 그에 맞춘 뇌 회로의 진화는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나 그 이후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시기에 이뤄진 것으로 추측했다. 반면 손의 경우는 원숭이와 사람 모두 뇌회로가 비슷한 구조로 유지돼 있기 때문에 발만큼의 큰 변화는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즉 직립이 손의 진화를 이끌었다는 기존 설명이 틀렸다는 말이다.

우리는 사람과 침팬지의 공통조상을 은연 중 침팬지와 가까운 형태였을 것으로 상상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큼을 시사하고 있다. 문득 둘의 공통조상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해진다.



 ScienceTimes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