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9일 화요일

벌써 27년? 전국 고등학생 독일어 연극 대회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제2외국어 대회인 ‘전국 고등학생 독일어 연극 및 낭송 대회’가 지난 12일 성균관대 경영관에서 개최됐다. 한국독일어교사회·성균관대 문과대학이 주최하고 주한독일문화원과 한국독어독문학회가 후원한 이 대회는 올해로 27회째를 맞았다.
이 대회의 가장 큰 매력은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라는 모토 아래 순위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참가하는 학생들의 성적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축제로 즐기며 몰입하게 된다. 학생들은 자신의 공연이 끝난 뒤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다른 팀의 공연을 감상하고, 서로의 공연을 존중하고 호응해줬다.
단체 순위는 매기지 않지만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개인에게 주는 개인상은 있다. 주연이 아닌 조연도 탈 수 있다.
연극의 경우 각 팀당 15분씩 공연이 가능하며, 시간 이외에는 주제나 내용 등 어떤 것에도 제약이 없다. 공연팀은 대회 하루 전에 모여 리허설을 진행한다. 올해 대회에는 외고와 일반고를 막론하고 총 13개 팀이 참여했는데, 독일어를 배우지 않는 학교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다양한 학교가 참여한만큼 연극의 종류도 매우 다양했다. 영화 ‘조커’를 각색해 공연한 보성고,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바탕으로 한 한영외고, 창작 연극을 준비한 대원외고 등 볼거리가 풍부했다. 연극 방식 또한 다양했다. 뮤지컬 ‘맘마미아’를 공연한 팀은 노래를 독일어로 번안해 부르고 단체 안무를 맞춰 환호를 받았다. 맘마미아의 유명한 OST가 나올 때는 학생들이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키가 큰 여학생이 남자 역할을 맡아 '걸크러쉬'의 매력으로 여학생들의 호응을 받기도 했다.
모든 팀의 공연이 끝나고 독일인 심사위원들의 심사 결과에 따라 개인상 시상이 이어졌다. 부상으로 독일문학도서, 독일문화원 수업 무료 수강권 등이 주어졌다.
"여름부터 대본 준비…본격적인 입시 전 추억 남기기"
독일어 연극제에 참여한 학생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공연을 준비했을까. 한영외고팀에서 총연출을 맡은 이유림(독일어과 2) 학생을 인터뷰하였다.
- 가뜩이나 바쁜 외고에서, 특히 수행평가로 정신 없는 11월에 연극 대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전국 독일어 연극 대회 참가는 한영외고 독일어과의 전통이에요. 독일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적은 편이라, 그동안 공부해 온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들과 참가했어요."
- 독일의 유명한 문학이나 영화를 주제로 공연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즈의 마법사'를 선택했더라고요.
"원래는 학교 행사 때 이미 연극을 한 경험이 있어서 그 작품을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2차세계대전에 대한 내용이라 독일인 심사위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으실 거라는 말을 들었죠. 그 이후에 급하게 선택한 작품이에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주연배우가 여러 명이라서 선택했어요."
- 작품 선택 이후 연극 준비 과정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우선 참가가 확실해지자 희망하는 학생을 지원받아 작가·연출·스태프로 나누었어요. 작가팀은 여름방학부터 대본을 쓰기 시작해 개학한 후 최종 대본을 완성했어요. 이후 선생님께 양해를 구해 독일어 수업 시간이나 방과 후 시간을 적극 활용해 연습했어요. 동선이나 동작은 물론이고 독일어 발음까지 교정하느라 꽤 시간이 걸렸어요."
- 준비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요?
"연습시간을 잡는 거요. 제 일정도 일정이지만 20명 정도의 학생들이 서로 스케줄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죠. 친구들과 몇 번 다툰 적도 있고요. 하하."
- 연극의 총연출로 특히 고생이 많았을 것 같아요. 연극을 마친 소감이 남다를 텐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결과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매우 뿌듯해요. 한편으로는 본격적인 입시가 시작되기 전에 친구들과 함께 한 마지막 행사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도 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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