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8일 화요일

외고·자사고 자기소개서 제출 전 자가진단

31개 외국어고와 8개 국제고, 10개 전국단위모집 자사고들의 2017학년도 신입생 선발이 한창이다. 민사고, 상산고 등 일부 학교는 이미 최종 합격자 발표까지 모두 마쳤지만 수도권 외고·국제고와 하나고, 외대부고 등의 학교들은 11월 중순을 전후로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자기주도학습전형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 준비 또한 마무리 되어야 할 시기이지만 아직까지 손을 놓지 못한 수험생들도 적지 않다. 물론 이미 완성된 자소서도 실수나 보완점을 찾기 위해 끝까지 점검하는 자세는 중요하다. ‘방향이 잘못됐다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는 말처럼 막바지 자소서 점검이라 할지라도 글자수보다는 내용에 더 신경 써 보완하는 게 핵심이다. 핵심을 꿰뚫었다면 좋은 자소서의 완성은 3~4일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입시컨설팅 학원멘토가 제시하는 입시정보를 토대로 자소서 제출 전 자가진단법 몇 가지를 짚어봤다.
내가 중심인가, 사례가 중심인가
자기주도학습전형 도입 초창기 자소서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표현들의 남발이었다. ‘다양한’, ‘열심히’, ‘뛰어난’ 같은 막연한 수식어들이 지원자 개개인의 경쟁력을 담보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각 학교 자소서 항목마다 수차례 반복되고 있는 ‘구체적’ 글쓰기의 중요성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됐다. 그 결과 입시기관과 수험생들은 예년 합격자 자소서들의 ‘구체적 사례’에 주목했고 최근 자소서에는 이런 ‘모방’들이 크게 늘었다. 이 경우 ‘흉내내기’로 인한 독창성의 부재도 문제지만 사례에 묻혀버린 지원자의 정체성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구체적인 표현에만 집중한 나머지 지원자 캐릭터는 오히려 사례에 가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특정 분야에 대한 탐구나 연구 활동을 소재로 삼았을 때가 대표적이다. 그 탐구 과정과 참고문헌, 배경 이론, 자신이 습득하고 이해한 전문 지식까지 구체적으로 상세히 설명하고 나면 그때부터 자기소개서는 ‘소재소개서’가 된다. 심지어 해당 이론들을 입학담당관들에게 마치 가르치듯 설명하는 자소서도 적지 않다. ‘배웠다’, ‘알게 됐다’, ‘깨달았다’, ‘느꼈다’ 등으로 활동의 ‘자기화’를 시도할 때에도 과연 읽는 사람이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함께 제시 되었는지가 중요하다. 때문에 자소서에 특정한 활동을 표현할 때에는 과정 뿐 아니라 그 계기나 활동 이후의 변화된 점, 스스로의 평가 등이 함께 포함되는 것이 중요하다. 책이나 논문,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낸 지식들은 그 내용이 아무리 좋더라도 자소서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입학담당관이 자소서를 통해 알고 싶은 것은 소재 자체가 아니라 해당 소재 뒤에 숨겨진 지원자의 역량과 가치관이기 때문이다.
잘 읽히는가, 읽히지 않는가
자소서 작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일반화된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답이 없을뿐더러 예년의 만점 자소서를 따라한다면 오히려 낮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자소서 평가는 학교나 입학담당관에 따라 주관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소서를 잘 쓰기 위한 보편적인 원칙을 몇 가지 제시한다면 그것은 일반적인 글쓰기 원칙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소서에는 정답이 없을지라도 글쓰기에는 어느 정도의 ‘모범’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글의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좋은 글의 공통분모로 ‘잘 읽혀짐’의 미덕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자소서와 같은 실용문에서 잘 읽혀지는 글은 목적 달성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 입학담당관 또한 자소서를 읽는 순간만큼은 한 명의 독자임을 명심하고 상대방이 자신의 글에 쉽게 몰입될 수 있는지를 점검해보자. 한 문장 안에 띄어쓰기 기준 20~30개 이상의 단어가 사용된 장문이나 접속사를 남발한 전개 등은 글의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원인들이다. 자신의 활동, 공부법 등을 나열식으로 배열하기 쉬운 자소서 작성의 특성상 피하기가 쉽지 않은 오류들이다. 막바지 점검 시 반드시 확인해봐야 하는 사항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과관계를 명확히 하는 내용 전개의 매끄러움이다. 아무런 연관도 없는 과목별 공부법들을 두서없이 나열하거나 동아리활동, 독서활동 등이 전체 이야기 흐름과 무관하게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각각의 소재 내용은 전달될 수 있을지 몰라도 독자의 온전한 ‘호감’을 사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각각의 사례들이 하나의 ‘나’를 표현하기 위해 단합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이다. 가장 좋은 자소서는 입학담당관 자신도 모르게 호감이 가는 자소서이다. 그 첫 번째 힘은 잘 읽히고 쉽게 이해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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