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 과목 내용 줄줄 외울 정도
노트 필기 교환 위해 모임 가져
교사들 "과한 간섭은
악영향"
초·중 때 자기 주도 습관 길러야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이지연(41·서울 도봉)씨는 지난달 초 아이 중간고사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다. 이씨는 “시험이 다가오는데 아이는
공부할 기미도 없고, 결국 제가 계획을 짜서 시킬 수밖에 없었다. 교과서를 같이 보면서 공부할 내용까지 짚어줬다.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아이가 시험을 치를 때면 아이보다 더 바쁜 엄마가 많다. 시험공부 계획 세우기부터 공부 내용 확인, 문제 풀이까지 전부 엄마가 도와줘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엄마들은 “혼자서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은 잘 알지만, 당장 성적이 안 나오니 우선 억지로라도 시키는 수밖에 없다”며 “시험 성적 하나하나에 입시 성패가 달렸으니, 시행착오를 겪게 둘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아이 시험에 덩달아 뛰어야 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이가 시험을 치를 때면 아이보다 더 바쁜 엄마가 많다. 시험공부 계획 세우기부터 공부 내용 확인, 문제 풀이까지 전부 엄마가 도와줘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엄마들은 “혼자서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은 잘 알지만, 당장 성적이 안 나오니 우선 억지로라도 시키는 수밖에 없다”며 “시험 성적 하나하나에 입시 성패가 달렸으니, 시행착오를 겪게 둘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아이 시험에 덩달아 뛰어야 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엄마가 '도덕·기술가정·음악' 박사… 암기 과목 줄줄 외워
중 2 딸을 둔 정소영(가명·43·서울 강동)씨는 아이보다 교과 내용을 더 잘 안다. 시험 때마다 아이의 교과서와 프린트물을 보며 공부해서다. 과목·수업 특성에 따라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지 연구하고 이를 아이에게 알려준다. 정씨는 "예컨대 국어 문법 단원을 배울 때는 평소보다 프린트물을 많이 받았더라. 교과서로 개념을 이해한 뒤에 프린트물에 담긴 예문을 통해 쓰임을 익히고 암기해야 할 것 같았다. 이렇게 제가 생각한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며 함께 공부한다"고 했다.
중 3 아들을 둔 최희영(가명·41·경기 남양주)씨는 시험 준비 계획도 직접 짠다. 학교 시험 4주 전부터 하루 한 시간 정도씩 과목과 내용을 정해서 공부시킨다. 최씨는 "아이가 영어·수학 학원에 다니는데, 이렇게 미리 시키지 않으면 학원 숙제에 치여 시험공부를 못 한다"며 "영어·수학은 학원에서 배우는 것으로도 충분해서 암기 과목을 특히 신경 써 공부시킨다"고 말했다. "제가 극성맞은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엄마 모임에 나가보니 엄마들이 전부 도덕·기술가정·음악 박사더라고요. 암기 과목 내용을 다들 줄줄 외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중 2, 초 5 두 자녀를 둔 조혜성(가명· 45·경기 군포)씨도 시험 때마다 아이 옆에 붙어 있다. 조씨는 "시험공부를 봐주지 않으면 아이가 '왜 도와주지 않느냐'며 투덜댄다"며 "남편과 한 명씩 맡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시험공부 계획을 짜주는 건 기본이고 과목별로 교과서, 문제집, 프린트물을 보면서 같이 공부해야 돼요. 사회는 도표·그림까지 꼼꼼하게 보게 하고, 과학은 교과서에 나온 실험·결과 등을 체크하는 등 공부 내용까지 짚어줘야 하죠. 서술형 문제까지 준비시키고, 채점하고, 틀린 거 복습하게 하고…. 이렇게 옆에 붙어서 도와주지 않으면 안 하니까, 해줄 수밖에 없어요."
중 2 자녀를 둔 윤태원(43·경기 안양)씨도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공부법을 가르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윤씨는 "초등학교까지는 예체능만 가르치라고 해서 발레, 수영, 농구, 검도, 태권도 등을 다양하게 시켰다. 그런데 중학교에 오니 시험에서 잘본 과목이 70점이고, 수학·과학은 40~50점이었다. 내일이 시험인데도 교과서·프린트물을 학교에 두고 올 정도로 공부에 대한 개념이 없더라. 결국 지금도 시험 때만 되면 제가 새벽 1시까지 붙잡고 공부를 시키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아이 교과서로 공부하는 게 제 주요 일과가 된다"고 덧붙였다.
외부 시험 준비에도 엄마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중 1 자녀를 둔 엄마 장유민(43·서울 관악)씨는 요즘 한국사 인터넷강의를 듣고 있다. 아이가 치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때문이다. "아이가 매사에 별 의욕이 없어요. 주변 엄마들 말을 듣고 뭐라도 시켜보려고 노력 중인데, 그 중 하나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에요. 하지만 아이는 스스로 공부할 마음이 없고, 결국 제가 공부해 가며 가르치고 있어요. 교육 전문가들은 이렇게 부모가 같이 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하지만, 솔직히 제 입장에서는 '언제까지 억지로 끌고 가며 시켜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해요."
◇노트 필기 교환하며 스터디… 엄마가 수험생처럼 공부
고교생 엄마도 시험 기간에 바쁜 건 마찬가지다. 고 2 자녀를 둔 권혜영(가명·45·서울 강서)씨도 지난달 온종일 아이 수행평가 자료를 찾고 PPT까지 만들었다. 권씨는 "고등학생은 시험 때도 수행평가 등 할 일이 너무 많다. 저도 아이가 중학생일 때까지는 '혼자 하게 두자'는 입장이었지만, 시험공부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새벽까지 수행평가를 준비하는 걸 보니 돕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러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까지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될 지경"이라고 했다.
고 1 자녀를 둔 임소윤(가명·44·서울 서초)씨는 시험이 다가오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 친구 엄마들과 모임을 갖는다. 아이들의 노트 필기 내용을 교환하고, 시험 범위 내용을 점검하는 일종의 스터디 모임이다. 임씨는 "같은 과목을 여러 교사가 가르치는 경우에는 노트 필기를 교환해 보는 게 좋다"며 "아이들 노트 필기 내용을 비교하면서 빠진 내용을 체크해서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이 정도는 엄마가 해줘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뭘 배우는지, 시험은 뭘 보는지, 어떤 게 부족한지 등도 제때 파악해야 하니까요.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내신이 중요해지면서 학교 시험 준비를 도와주려는 엄마들이 더 많아졌어요."
하지만 이렇게 부모가 시험을 도와주는 게 아이에게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아이 혼자서 공부할 기회를 빼앗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고 3 자녀를 둔 학부모 김미현(가명·48·서울 강동)씨는 "중학교 때까지는 제가 공부를 시켰는데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밤늦게 돌아오니 그럴 수가 없었다"며 "혼자 공부한 적이 없는 아이가 자습에 적응하는 데 한참 고생했다"고 말했다. 때로는 대학생이 돼서까지 혼자 공부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유제숙 서울 한영고 교사는 "중학교 때까지 엄마가 시키는 대로 공부한 아이라도 고등학교에 오면 자기 생각대로 하고 싶어한다"며 "대입까지 엄마가 끌고 갈 자기 계획대로 끌고 가려고 해요. 하지만 어릴 때 실패하고, 그 경험에서 배우고 느끼는 과정을 아이가 겪어봐야 합니다. 고 3 때 실패하면 아이가 더 상처받고 좌절하거든요. 아이가 스스로 계획해서 공부하고, 잘못을 바로잡아 보는 과정을 통해 혼자 공부하는 힘을 기르도록 해주세요."
중 2 딸을 둔 정소영(가명·43·서울 강동)씨는 아이보다 교과 내용을 더 잘 안다. 시험 때마다 아이의 교과서와 프린트물을 보며 공부해서다. 과목·수업 특성에 따라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지 연구하고 이를 아이에게 알려준다. 정씨는 "예컨대 국어 문법 단원을 배울 때는 평소보다 프린트물을 많이 받았더라. 교과서로 개념을 이해한 뒤에 프린트물에 담긴 예문을 통해 쓰임을 익히고 암기해야 할 것 같았다. 이렇게 제가 생각한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며 함께 공부한다"고 했다.
중 3 아들을 둔 최희영(가명·41·경기 남양주)씨는 시험 준비 계획도 직접 짠다. 학교 시험 4주 전부터 하루 한 시간 정도씩 과목과 내용을 정해서 공부시킨다. 최씨는 "아이가 영어·수학 학원에 다니는데, 이렇게 미리 시키지 않으면 학원 숙제에 치여 시험공부를 못 한다"며 "영어·수학은 학원에서 배우는 것으로도 충분해서 암기 과목을 특히 신경 써 공부시킨다"고 말했다. "제가 극성맞은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엄마 모임에 나가보니 엄마들이 전부 도덕·기술가정·음악 박사더라고요. 암기 과목 내용을 다들 줄줄 외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중 2, 초 5 두 자녀를 둔 조혜성(가명· 45·경기 군포)씨도 시험 때마다 아이 옆에 붙어 있다. 조씨는 "시험공부를 봐주지 않으면 아이가 '왜 도와주지 않느냐'며 투덜댄다"며 "남편과 한 명씩 맡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시험공부 계획을 짜주는 건 기본이고 과목별로 교과서, 문제집, 프린트물을 보면서 같이 공부해야 돼요. 사회는 도표·그림까지 꼼꼼하게 보게 하고, 과학은 교과서에 나온 실험·결과 등을 체크하는 등 공부 내용까지 짚어줘야 하죠. 서술형 문제까지 준비시키고, 채점하고, 틀린 거 복습하게 하고…. 이렇게 옆에 붙어서 도와주지 않으면 안 하니까, 해줄 수밖에 없어요."
중 2 자녀를 둔 윤태원(43·경기 안양)씨도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공부법을 가르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윤씨는 "초등학교까지는 예체능만 가르치라고 해서 발레, 수영, 농구, 검도, 태권도 등을 다양하게 시켰다. 그런데 중학교에 오니 시험에서 잘본 과목이 70점이고, 수학·과학은 40~50점이었다. 내일이 시험인데도 교과서·프린트물을 학교에 두고 올 정도로 공부에 대한 개념이 없더라. 결국 지금도 시험 때만 되면 제가 새벽 1시까지 붙잡고 공부를 시키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아이 교과서로 공부하는 게 제 주요 일과가 된다"고 덧붙였다.
외부 시험 준비에도 엄마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중 1 자녀를 둔 엄마 장유민(43·서울 관악)씨는 요즘 한국사 인터넷강의를 듣고 있다. 아이가 치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때문이다. "아이가 매사에 별 의욕이 없어요. 주변 엄마들 말을 듣고 뭐라도 시켜보려고 노력 중인데, 그 중 하나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에요. 하지만 아이는 스스로 공부할 마음이 없고, 결국 제가 공부해 가며 가르치고 있어요. 교육 전문가들은 이렇게 부모가 같이 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하지만, 솔직히 제 입장에서는 '언제까지 억지로 끌고 가며 시켜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해요."
◇노트 필기 교환하며 스터디… 엄마가 수험생처럼 공부
고교생 엄마도 시험 기간에 바쁜 건 마찬가지다. 고 2 자녀를 둔 권혜영(가명·45·서울 강서)씨도 지난달 온종일 아이 수행평가 자료를 찾고 PPT까지 만들었다. 권씨는 "고등학생은 시험 때도 수행평가 등 할 일이 너무 많다. 저도 아이가 중학생일 때까지는 '혼자 하게 두자'는 입장이었지만, 시험공부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새벽까지 수행평가를 준비하는 걸 보니 돕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러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까지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될 지경"이라고 했다.
고 1 자녀를 둔 임소윤(가명·44·서울 서초)씨는 시험이 다가오면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 친구 엄마들과 모임을 갖는다. 아이들의 노트 필기 내용을 교환하고, 시험 범위 내용을 점검하는 일종의 스터디 모임이다. 임씨는 "같은 과목을 여러 교사가 가르치는 경우에는 노트 필기를 교환해 보는 게 좋다"며 "아이들 노트 필기 내용을 비교하면서 빠진 내용을 체크해서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이 정도는 엄마가 해줘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아이가 뭘 배우는지, 시험은 뭘 보는지, 어떤 게 부족한지 등도 제때 파악해야 하니까요.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내신이 중요해지면서 학교 시험 준비를 도와주려는 엄마들이 더 많아졌어요."
하지만 이렇게 부모가 시험을 도와주는 게 아이에게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아이 혼자서 공부할 기회를 빼앗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고 3 자녀를 둔 학부모 김미현(가명·48·서울 강동)씨는 "중학교 때까지는 제가 공부를 시켰는데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학교에서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밤늦게 돌아오니 그럴 수가 없었다"며 "혼자 공부한 적이 없는 아이가 자습에 적응하는 데 한참 고생했다"고 말했다. 때로는 대학생이 돼서까지 혼자 공부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유제숙 서울 한영고 교사는 "중학교 때까지 엄마가 시키는 대로 공부한 아이라도 고등학교에 오면 자기 생각대로 하고 싶어한다"며 "대입까지 엄마가 끌고 갈 자기 계획대로 끌고 가려고 해요. 하지만 어릴 때 실패하고, 그 경험에서 배우고 느끼는 과정을 아이가 겪어봐야 합니다. 고 3 때 실패하면 아이가 더 상처받고 좌절하거든요. 아이가 스스로 계획해서 공부하고, 잘못을 바로잡아 보는 과정을 통해 혼자 공부하는 힘을 기르도록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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