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우등생이자 모범생인 서울 문영여고 2학년
정민지<;사진>; 양의 플래너는 단출하다. 분 단위로 무엇을 할지 빽빽하게 작성하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공부할
몇 가지만 기록하는 정도다. 특이한 것은 그날 집중해서 공부한 시간을 일일 플래너 하단에 적어두는 것이다. 그는 “과제를 하거나 수행평가 준비를
하는 등 다른 어떤 이유가 아닌 진짜로 공부한 시간을 스스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부한 시간이 부족한 날에는 반성을, 많은 날에는
칭찬과 격려를 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계획을 너무 촘촘하게 세워서 유연성이 부족해지는
경우를 자주 봤어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겨도 계획에 얽매여서 집중하지 못하고 서둘러 공부를 하더라고요. 저는 계획에 욕심내지 않아요. 공부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많은 시간 공부하기보다는 짧은 시간이라도 깊이 있게 공부하려고 노력하지요. 예컨대, 국어 문제집 한 단원
보기, 수학 문제 10개 풀기…이런 식이죠. 국·영·수는 반드시 조금이라도 매일 공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요.”
주말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쉬는
시간을 틈틈이 확보하면서 공부와 휴식의 균형을 유지한다. 주로 주말에는 책을 읽거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쉬고, 부족한 과목을 보완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는 정도로 시간을 보낸다.
“공부는 장기전이에요. 공부에 대한 압박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는 편이죠. 평소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이나 점심때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편이에요. 하교하고 나서도 새벽까지 공부하기보다는 바로 잠을
청하는 편이고요. 단, 자습할 때나 수업 시간에는 딴생각을 하지 않고 반드시 집중합니다. 수행평가 준비도 해당 수업시간에 마무리하지요.”
그는 고2 때부터 플래너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후 성적은 계속 올랐다. 이전에도 상위권이긴 했지만, 플래너 사용 후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현재는 문과 전교 1등을 유지하고 있다. 정양은
“이전에도 아주 간단하게 공부 계획을 세우기는 했지만, 플래너를 사용하면서 더 구체적으로 세우게 됐다”며 “시간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플래너가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은 시험 기간이다. 시험 기간
한 달 전부터 시험공부 계획을 플래너에 촘촘히 기록한다. 시험 보기 4주 전에는 교과서와 학습지를 꼼꼼히 읽고, 3주 전에는 교과서를 읽다가
궁금한 점이 있으면 포스트잇에 기록하고 표시해뒀다가 완벽하게 해결한다. 2주 전에는 중요한 부분을 조금씩 암기하고, 1주일 전에는 암기를
정리하는 식으로 준비한다. 그는 배운 내용이나 중요한 내용을 표시해뒀다가 마치 자신이 선생님이 됐다고 가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면서 한 번
더 공부한 것을 확인한다. 정양은 “교과 내용을 설명하다 보면 막히는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며 “부족한 것은 해당 교과목 선생님이나 친구에게
물어보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은 당일에 복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인터넷 강의 역시 단순히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수업 시간 이상으로 반드시 복습한다. 그는 “수업을 들었다고 본인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업 내용이 이해됐다고 해도 다시 한번 완벽하게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집중해서 공부한
것’이 성적이 오른 비결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영어와 수학 학원에 다니고는 있지만, 학원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보조제로서만 의미가 있어요. 사교육에 의지해서는 결코 장기간에 걸쳐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 스스로 실력에 맞게
계획을 세워 자습을 열심히 한 덕분에 성적이 올랐다고 확신합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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