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8일 화요일

먼지는 작을수록 폐 속 깊숙이 침투한다

‘초미세먼지’ 관련 기사가 실렸다. 보통 마스크로는 걸러낼 수 없는 아주 작은 먼지가 인체로 들어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우리나라도 대책 수립에 나섰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보도 이후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머리카락 지름 1/20 마스크도 뚫어
먼지의 크기는 0.001~1000μm(마이크로미터, 1μm=100만 분의 1m)로 다양하다. 먼지 지름 70μm 이상이면 바로 가라앉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보통 이 보다 작은 크기의 먼지를 총먼지(TSP, Total Suspended Particle)라 부르며,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연구해왔다. 총먼지 중에서도 입자가 작은 것은 미세먼지로 구분한다. 보통 지름 10μm 이하면 미세먼지, 2.5μm 이하면 초미세먼지 등으로 구분한다. 먼지의 크기는 PM(Particulate Matter)이라는 단위를 써서 10μm 이하 먼지는 PM10, 2.5μm 이하의 먼지는 PM2.5 등으로 표시한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얼마나 작은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의 머리카락 평균 굵기는 70μm 정도다. 즉 머리카락 단면보다 작은 크기를 총먼지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미세먼지는 머리카락 지름의 1/7보다, 초미세먼지는 1/20보다 작아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다.
입자가 굵은 미세먼지(PM10)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호흡할 때 코와 목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코나 기도에 있는 섬모와 점막에 걸려 재채기, 가래 등을 통해 뱉어낼 수 있다. 문제는 초미세먼지(PM2.5)다. 이들은 크기가 매우 작아 폐 속 세포까지 침투할 확률이 크다. 보통 마스크로도 걸러내기 힘들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면 마스크는 격자 크기가 50~100㎛ 정도기 때문에 큰 크기의 먼지를 걸러낼 수 있지만 초미세먼지는 격자 사이를 쉽게 통과할 수 있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보다 더 위험하다. 미국암학회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가 10μg/m3 증가하면 사망률이 7% 가량, 심혈관과 호흡기 관련 사망률은 12% 가량 상승했다.

호흡 과정에서 총먼지,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실제로 인체에 얼마나 들어오는지 그리고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 이론적으로는 입자가 굵은 총먼지도 폐 속까지 들어올 수 있지만 확률은 낮다. 대체로 학계에서는 폐에 도달하는 비율이 통상 미세먼지는 10%인 데 반해, 초미세먼지는 50%나 된다고 본다. 임영욱 연세대 의대 교수는 “먼지 크기가 작을수록 신체 내부로 깊숙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초미세먼지, 중금속 성분 강해 더 위험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보다 작을 뿐만 아니라 생성과정도 다르다.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초미세먼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준을 만들어 연구하고 있다.

미세먼지 등 큰 먼지는 큰 물질이 잘게 부서지는 기계적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인데 비해 초미세먼지는 광화학 반응을 거쳐 형성된다. 이는 초미세먼지의 성분을 보면 알 수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2차 생성물이라고 할 수 있는 황산염, 질산염, 암모늄 등 이온성분 비중이 가장 높다. 다음으로 유기탄소, 원소탄소 등 연소과정에서 생기는 탄소성분 비중이 높았다.

즉, 자동차와 공장에서 석탄, 석유 등이 고온으로 연소하면서 타지 않고 남은 원소탄소(Elemental Carbon Core)가 씨앗이 되고, 이 원소탄소가 휘발유 증발 등에서 나타나는 유기탄소와 만나서 응축된다.

이후 대기 중에서 광화학반응을 통해 생성된 황산염, 질산염 등과 합쳐지고, 그 위에 중금속과 각종 유해물질이 뭉친다. 박진수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는 “배출원에서 나온 대기오염물질이 대기 중 화학반응을 통해 에어로졸을 만들며, 특히 이산화황과 이산화질소가 늘어나면 초미세먼지도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초미세먼지에는 중금속 성분이 있는데, 이것이 누적돼 쌓이면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임영욱 교수는 “초미세먼지는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순환기 질환, 알러지, 만성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으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세먼지를 계속 흡입하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임 교수는 “우리 몸은 먼지 하나하나에 반응하도록 되어 있다”며 “면역을 담당하는 대식세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먼지가 들어오면 몸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양적, 질적으로 다른 초미세먼지는 기존의 미세먼지 및 총먼지를 관리하는 방식과는 다른 방법으로 대비해야 하며, 특히 사람들이 많은 양을 접하게 되지 않도록 규제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뉴욕의 2배 수준
문제는 우리나라가 초미세먼지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2011년과 2012년 전국 11개 측정소에서 초미세먼지를 측정한 결과를 분석해 최근 발표했다. 초미세먼지 측정망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지난해에는 전체 측정소 11개 중 6개에서 연평균 환경기준(25μg/m3)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이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설정한 초미세먼지 규제 권고에 따른 것으로 2015년부터 적용된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 의왕시가 32μg/m3로 가장 높았고, 제주도가 14.9μg/m3로 가장 낮았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은 2012년과 2011년 각각 25.2μg/m3와 29.3μg/m3로 2년 내내 환경기준을 초과했다. 2012년 기준으로 보면 뉴욕 13.9μg/m3, 런던 16μg/m3 등 서울이 세계 주요 도시보다 대기오염이 심각했다. 박진수 연구사는 “서울과 인천, 경기 등은 인근 공단과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영향이 커 연평균 농도가 높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초미세먼지의 성분을 분석해 보면 국내 오염원이 대략 60%, 나머지는 중국 등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종춘 국립환경과 학원 대기환경연구과장은 “자체 오염원이 적은 백령도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자주 발생한 것은 중국의 오염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국내로 유입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는 주로 공장이나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연소 물질과 나무, 곡물류 등을 태울 때 발생하는 물질이 각각 40% 정도를 차지한다. 또한 도로나 건설현장에서 나오는 것도 약 2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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