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학년도 고등학교 신입생 모집이 다음 달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외국어고, 국제고 등 특수목적고(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자율고)는 다음 달 20일 전후로 원서를 받는다. 일반계고 원서접수는 12월 11일 시작되며 서울지역은 올해도 ‘고교선택제’가 유지된다. 이에 따라 서울지역의 중3은 올해도 서울의 모든 고교에 지원할 수 있다.
성적 상위권 학생은 △특목고 △자율형사립고 △과학중점학교를 선택하거나 우수 학생이 몰리는 일반고를 선택할 수도 있는 등 경우의 수가 다양하다. 올해 고입전략을 살펴보자.
○ 특목고, 내신 때문에 수시 불리할까
성적 상위권인 중3과 학부모의 가장 큰 고민은 고교 선택에 따라 앞으로 내신에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이다. 상위권 학생들이 몰려 내신 경쟁이 치열한 특목고나 자율고에 진학하면 내신의 비중이 큰 대입 수시모집에서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내신 성적이 핵심평가요소로 반영되는 대입 학교장추천전형이나 학업우수자전형 등이 포함된 입학사정관전형에서는 특목고 출신 합격생의 비중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학년도 대입에서 고려대 건국대 서울시립대에 입학사정관전형을 통해 합격한 학생 중 특목고 출신은 대학별로 1명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32명)와 이화여대, 한양대(이상 22명) 등도 예년보다 특목고 출신 합격자의 비율이 줄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입시전문가는 “입학사정관전형은 전체 수시모집 정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약 20%에 불과하기 때문에 특목고에 진학한다고 수시전형에서 불리하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의 A 입학사정관은 “수시모집 정원 1900여 명 중에 우수한 내신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는 전형의 선발인원은 250명 내외”라면서 “내신중심 전형을 통해 합격할 수 있는 문은 상당히 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허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주요 대학들이 여전히 글로벌전형 등 이른바 ‘특기자 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목고 출신들이 수시모집에서 불리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수능최저학력기준, 고교 선택의 변수
고교 선택의 또 다른 변수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이다. 실제로 2012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전형에 따라 많게는 50%가 넘는 학생이 1차로 합격하고도 결국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만족하지 못해 불합격했다.
최근 논술전형에서도 수능최저학력기준이 강화되는 추세다. 주요 대학들은 논술전형 우선선발 비율을 늘리면서도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상당히 높게 요구하고 있다. 고려대 논술전형 우선선발의 경우 인문계열은 언어 또는 외국어 1등급과 수리 1등급을, 경영대·정경대·자유전공학부는 언어·수리·외국어 모두 1등급을 받아야 한다. 연세대 인문계열은 언·수·외 모두 1등급을, 자연계열은 수리 ‘가’형과 과학탐구 모두 1등급을 받아야 한다.
㈜하늘교육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특목고 학생들의 수능 성적은 최근 일반고 학생들보다 상승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6개 시도 일반고와 특목고의 2010∼2012학년도 수능 응시생 중 3개 영역(언·수·외)에서 1, 2등급을 받은 학생의 비율을 분석한 결과, 수능 1, 2등급을 받은 일반고 학생은 2년 사이에 평균 0.5%포인트 줄었지만 특목고는 평균 6.3%포인트 늘어난 것.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언·수·외 3개영 역 평균 2등급은 주요 대학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이라면서 “‘쉬운 수능’ 기조가 오히려 특목고 학생들에게 불리하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분석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분석 결과가 반드시 특목고 학생들의 ‘선방’을 말해주지는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강명규 교육정보 공유사이트 ‘스터디홀릭’ 대표는 “최근 특목고들이 더 많이 생겨나면서 특목고 출신 수험생의 절대 숫자가 크게 늘었다는 점, 특목고 출신 재수생의 비율도 적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특목고 학생의 수능 성적이 향상됐다고 단언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많은 입시전문가는 “특정 고교가 주요 대학에 학생을 많이 입학시켰다는 식의 입시 실적만을 고려해 고교를 선택하면 자녀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내신, 수능을 일도양단해 대입 전략을 짤 수 없는 만큼 자녀가 어떤 과목에 재능을 보이는지를 꼼꼼히 따져 자녀의 학습 성향과 장단점을 감안한 고입 지원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
이성권 서울진학지도협의회 회장(서울 대진고)은 “같은 일반고라도 동아리활동 프로그램이 잘 갖춰진 학교가 있고 논술 대비 프로그램이 우수한 학교가 있는 등 특성화된 프로그램이 모두 다르다”면서 “자녀의 적성과 특기를 최대한 키워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춘 고교에 지원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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