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5일 목요일

경쟁력 높고 학비 부담 낮아… '유럽행 유학' 대세


한국은행은 지난 2일 “올 8월 국제수지 상 유학연수 명목 지급 비용이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2007년 8월(5억9290만 달러) 이후 가장 많은 5억733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유학 인구가 늘면서 관련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네덜란드·스페인·프랑스 등 유럽권 국가로의 유학 증가가 대표적 예다.

유럽행(行) 유학 건수 급증의 양대 요인은 ‘경쟁력 확보’와 ‘저렴한 비용’이다. 실제로 유럽 대학의 상당수는 경영(경제)·미술·건축·패션 등 특화된 전공으로 승부를 건다. 교육 수준도 뒤지지 않는다. 중국 상하이 자오퉁대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대학 학술 순위(Academic Ranking of World Universities, ARWU)’에서도 유럽권 대학은 올해 상위 500위권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학비 부담이 적은 점도 매력적이다. 실제로 미국 4년제 대학의 학비는 연간 1600만원에서 4400만원 사이인데 반해 프랑스 국립대학의 연간 학비는 30만원 선에 불과하다.

맛있는공부는 유럽권 국가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인 독자를 위해 지난 6일부터 이틀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2 세계유학박람회’ 현장을 찾아 현지 유학 시장의 동향을 조사했다〈아래 박스 참조〉.

네덜란드 고교는 재학생의 희망 진로에 따라 4·5·6학년제로 구별, 운영된다. 대학교는 학문 탐구를 위한 연구중심 대학(3년제)과 업무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실무중심 대학(4년제)으로 구분된다.

연구중심 대학에 들어가려면 고교에서 6년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실무중심 대학은 5년 과정만 마치면 된다.) 연구중심 대학이 실무중심 대학보다 1년 짧은 건 (연구중심 대학 진학에 필요한) 고교 6년 과정 중 교양수업 관련 부문이 이미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고등교육연구 국제협력기관인 누픽(Nuffic)은 우리나라 고교 졸업 학력을 네덜란드 현지 고교 기준 '5년제 이수'로 인정한다. 따라서 한국 학생은 한국 대학이나 현지 실무중심 대학에서 1학년 과정까지 마쳐야 지원 자격이 생긴다. 다만 국내 대학에 비해 학교 측의 학생 선발권이 폭넓게 인정되는 편이므로 학교 측의 판단에 따라 입학이 허가될 수도 있다. 조은영 네덜란드교육진흥원 카운셀러는 "실제로 지난달 연구중심 대학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국내 모 외국어고 출신 학생은 고교 재학 시 대학 선학점 이수제(AP·Advanced Placement) 수강 내역과 출신 고교의 우수성을 인정 받아 현지 신입생과 동일한 전형(수학시험·면접)을 거쳐 합격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스페인 대학에 입학하려면 우리나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 해당하는 대입 자격 시험 '셀렉티비다드(Selectividad)'에 응시해야 한다. 셀렉티비다드는 응시자에게 과목 선택 권한을 부여하므로 각자 전공에 따라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선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어 대개는 스페인 현지 입시 전문 학원에 등록, 적게는 6개월에서 많게는 1년까지 준비한다. 셀렉티비다드에 응시하려면 스페인 교육부에서 학력 인증을 받아야 할뿐 아니라 각종 서류도 제출해야 한다. 서류 전형으로만 이뤄지는 학사 편입 지원 시 필요한 서류는 최근 4년간 지원자가 우리나라에서 공부한 학력증명서·교육과정증명서·성적증명서 등이다. 스페인의 일반대학 과정은 전공에 따라 3년(수료) 또는 4·5년(학사학위 취득)으로 나뉜다. 대학원 과정은 △마스터 쁘로삐오(Master Propio, 석사 수료 과정〈1년〉) △마스터 오피시알(Master Oficial, 석사 학위 과정〈2년〉) △독토라도(Doctorado·박사과정)로 다시 세분화된다.

프랑스 대학에 진학하려면 주한프랑스대사관 교육진흥원(일명 '캠퍼스 프랑스') 내 '파스텔(PASTEL)'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입학 관련 제반 사항은 캠퍼스 프랑스 홈페이지(coree.campusf rance.org)가 일괄적으로 관리하며 매년 12월 중순쯤 다음 해 입시 일정이 공지된다. 국내 고교 졸업자는 일단 주한프랑스대사관에 고교 졸업증명서와 국내 대학 합격증을 제출한 후 학생 비자를 받아야 한다.

제출 서류 중엔 프랑스어능력인증시험(DELF, DALF 또는 TCF) 성적표(B2등급 이상)도 포함돼 있다. 프랑스는 모든 국립대학이 평준화돼 있으며 기본 학제는 '학부 3년→석사 2년→박사 3년'이다.
네덜란드|강의 대부분 영어로 진행
네덜란드는 유럽 국가 중 영어 사용이 가장 일반화돼 있다. 네덜란드 출입국관리사무소(IND)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400명(6개월 미만 연수생 제외, 해당 연도 4월 기준)이었던 한국 유학생은 2011년 550명, 2012년 650명으로 빠르게 늘었다. 지난달에도 △학사 20명(연구중심 대학 7명, 실무중심 대학 13명) △석사(MBA 포함) 30명 △박사 2명 △박사 후 연구원 1명 등 총 53명이 출국했다. 네덜란드 대학은 일부 특수 대학을 제외하고 모두 국립으로 운영된다. 영국 타임스지 선정 세계대학평가순위 200위권 이내에 12개교가 포함될 정도로 교육 수준이 우수한 편. 국제학위 과정은 선택의 폭이 넓다(학사 237개, 석사 881개).

지원 시 제출 서류는 고교 성적표(석·박사는 학·석사과정 성적 증명서)와 졸업증명서, 에세이(자기소개서)다. 학사과정 지원 시 국제영어능력평가시험(IELTS) 6.0 이상 혹은 토플(TOEFL) 80점 이상, 석사과정 지원 시 IELTS 6.5 이상 혹은 토플 90점 이상의 성적이 있어야 한다. 연간 교육비는 학사과정(600만~1300만원)과 석사과정(1200만~2000만원)이 다르다.
스페인| 석사과정 강세… 히스패닉 전문가 양성
스페인 유학은 석사과정의 비중이 높다. 어학 실력만 입증되면 학부과정 (편)입학보다 절차가 간단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대학 석사과정의 경쟁력은 MBA 과정에서도 입증된다. 실제로 스페인엔 △ESADE(the Escuela Superior de Administracion y Direccion de Empresas) △IE(Instituto de Empresa) △IESE(Instituto de Estudios Superiores de la Empresa) 등 ARWU 선정 세계 순위 20위권 내에 드는 수준급 MBA 과정이 다수 개설돼 있다.

스페인 학사과정 진학을 노리는 유학 지망생은 급증하는 히스패닉 시장 규모에 주목한다. 스페인 대학 역시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춰 ‘히스패닉 연구 학과’를 개설, 현지 문화권 전문가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박희영 ECC유학원 대표는 “국내 중소기업에서도 스페인 언어와 문화에 정통한 인력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프랑스| 국적 불문 동일 혜택 '유학생 천국'
프랑스 유학의 최대 장점은 연간 200유로(약 30만원, 단 이공계열은 600유로, 국립대학 기준)의 저렴한 학비다. 학생에 한해 주택 보조금도 지급한다.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국적을 불문하고 동일한 혜택을 제공 받을 수 있다. 프랑스가 ‘유학생의 천국’으로 불리는 이유다. 다양한 유럽 국가 출신 학생과 사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지난 2010년 유로존 소속 17개국은 유럽 내 국제 교환학생 프로그램 ‘에라스무스 문두스(Erasmus Mundus)’ 개설에 합의했다. 협약 체결국 내 대학 재학생(유학생 포함)은 누구나 원하는 학기에, 원하는 국가의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자유롭게 공부하도록 한 게 주요 내용. 이 제도에 힘입어 프랑스 대학에도 유럽 각국 학생이 몰려왔다. 프랑스 유학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전공은 상경·예술 계열이다. 하지만 최근엔 ‘복원’ 관련 학과가 주목 받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 세계문화유산의 30%가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에 집중돼 있는 데다 가장 많은 유산이 프랑스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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