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1992년 7월 23일자에 실린 인터뷰 내용이다. 주인공은 당시 18세 박지웅 군. 그해 러시아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한국 학생으로 사상 첫 금메달을 땄다.
대학에 진학해 수학이나 물리학을 전공하겠다던 고교 3학년 학생은 17년이 지난 뒤 동아일보 지면에 다시 등장했다. 2009년 7월 미국 백악관이 발표한 ‘촉망받는 젊은 과학자 100인’에 선정되면서였다. 미국 코넬대의 박지웅 교수(38) 이야기다.
그는 서울과학고 2기 졸업생이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3년 만에 졸업했다. “과학고에 가지 않았으면 지금 의사 가운을 입고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서울과학고의 교육 방식은 끊임없이 그의 창의력을 건드렸다. 과학도가 되겠다는 그의 꿈을 계속 붙잡아준 힘이다.
서울과학고는 1989년 개교한 뒤 수많은 과학 인재를 배출했다. 특히 2009년 ‘과학영재학교’로 전환한 뒤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개교 이래 국제과학올림피아드 대표로 참가한 서울과학고 학생은 241명. 한국 대표의 44%에 이른다.
올 2월까지 서울과학고 졸업생 3105명 중 박사 학위 취득자는 522명.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인 졸업생만 131명이다. 유명 학자가 수두룩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조정후 교수(1기)는 스탠퍼드대 재학 시절 구글 검색엔진 개발에 참여해 지명도를 높였다. 코넬대 서국원 교수(5기)는 2008년 미 공군과학연구단(AFOSR)이 뽑은 ‘젊은 과학자상’ 수상자.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송은지 교수(1기)와 미국 스탠퍼드대 이진형 교수(4기)도 동문이다.
23일 국제천문올림피아드(IAO)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한 한국 대표단이 시상식이 끝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최혁, 박기영, 주성준, 조준혁, 김태욱, 주원철 군. IAO 조직위 제공
대학 수준을 뛰어넘는 연구 활동도 눈에 띈다. 연구 활동과 관련된 이수 학점은 30학점. 학생들은 2명이 팀을 이뤄 과제연구를 한다. 대학교수가 내놓는 주제를 몇 달 동안 고민하기도 한다. 결과물의 수준은 상당히 높다. 2009년 이후 매년 국내외 유명 학술지에 게재된 10여 편의 논문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런 노력과 실력을 인정받아 서울과학고는 올해 제26회 ‘인촌상’ 교육 부문을 수상했다.
교사의 우수한 자질도 중요한 점이다. 교사들은 3단계 공모절차를 통과해야 교단에 설 수 있다. 서류심사와 수업시연, 그리고 심층면접. 한 교사는 “약 30분 동안 진행되는 수업시연 과정에서 실제 올림피아드 수준의 문제를 몇 개 풀었다. 대입시험 볼 때보다 더 떨렸다”고 말했다.
최병수 서울과학고 교장은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성과 평판도 등까지 세밀하게 조사해 임용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서울과학고가 또 한 번 쾌거를 이뤘다. 광주에서 열린 국제천문올림피아드(IAO)에서 1학년 최혁 군이 23일 금메달을 수상했다. 최 군은 “평소 학교에서 익힌 문제풀이 방식을 적용해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말했다. 한국에선 최 군을 비롯해 주성준 군(경기과학고 1학년), 박기영 군(신서중 3학년)이 금메달을 받았다. 김태욱 군(한성과학고 1학년)은 은메달, 조준혁 군(대구과학고 2학년)과 주원철 군(상계제일중 3학년)은 각각 동메달을 받았다. 한국은 주니어그룹(15세 이하)과 시니어그룹(17세 이하)으로 나눠 17일부터 진행된 이번 올림피아드에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2003년 제8회 대회에 처음 참가한 이후 5번째 종합 1위다.
동아일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