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3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제6회 국제지구과학올림피아드에서 대한민국 대표로 출전한 고교생 4명이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를 따내면서 대만과 함께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금메달을 목에 건 경남과학고 2학년 김동환, 서울과학고 2학년 문세동, 전남과학고 2학년 이찬영 군과 은메달을 획득한 경기과학고 1학년 김보경 양이 그 주인공들.
지구의 자연현상을 규명하는 지구과학은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에 걸친 지식을 두루 갖춰야 하는 지식융합적 성격의 학문. 이들 고교생이 지구과학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와 지구과학을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살펴보자.
○ 호기심과 탐구에서 시작
이찬영 군은 유치원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다. 길을 가다가도, 차를 타고 가다가도 궁금한 점이 생기면 곧바로 아버지에게 질문했다.
“아빠, 지구의 크기는 얼마나 돼요?” “아빠, 지구는 어떻게 회전해요?” “아빠, 우주의 끝이 과연 있을까요?”
순천대 기계항공학과 교수인 아버지 이희남 씨(52)는 아들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느냐”며 기특해하고 성의껏 답해주었다. 아버지의 칭찬을 들을 때마다 이 군은 신이 났다. 초등학생이 되고 나서는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겼다. 의문이 들 때마다 공책에 적어둔 뒤 그 해답을 찾아내야만 직성이 풀렸다. ‘과학동아’ 같은 과학 잡지와 책을 읽다가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있으면 적어뒀다. 다음은 이 군이 초등학교 때 노트에 메모한 내용.
‘무지개에서 빨간색이 가장 위쪽에 있는 이유: 높은 곳에 있는 물방울에 의해 작게 굴절한 빨간색 빛과 아래쪽에서 크게 굴절한 보라색이 동시에 들어오기 때문에.’
한편 문세동 군이 처음 지구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구환경에 관한 책을 읽고 나서부터다. 그는 성장해서 반드시 지구환경을 지키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초등학교 때 취미는 부모님이 사준 과학상자 안에 있는 온도계, 비커, 시험관을 만지작거리는 일. 중학생이 되고부터는 본격적으로 실험 하기 시작했다. 문 군은 “실험이 없는 과학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책에서 배운 이론을 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순간을 그는 좋아했다.
‘철 못을 소금물에 담가두면 빨리 녹슨다’는 이론을 배우고 난 뒤에는 소금물의 농도를 각기 다르게 하고 철 못을 담가 녹슨 정도에 따라 늘어난 질량을 측정하기도 했다. 늘어난 질량과 소금물의 농도 사이의 관계를 알아내 수식으로 만드는 일을 시도한 것. 하지만 녹이 슨 철 못들의 늘어난 질량은 거의 차이가 없어 실험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런 실패는 과학실험에 대한 그의 열정을 더욱 불태웠다.
○ 지구과학은 ‘암기’ 아닌 ‘이해’
지구과학을 과학과목 중 가장 암기할 내용이 많은 학문으로 이해하는 학생도 많다. 하지만 이들 고교생은 “암기보다 이해가 훨씬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환 군은 “지구과학을 공부할 때 암기부터 하기보다는 그런 현상이 왜 생겨났는지 탐구하면서 그 과정을 생각하면 쉽고 재미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화강암은 조립질’이라고 그저 외울 것이 아니라 화강암이 생기는 과정을 이해하라는 것. 김 군은 “화강암은 천천히 식어서 결정이 충분히 발달할 수 있었기 때문에 광물의 입자가 굵은 조립질이고 결정 크기도 비슷한 등립질이 됐다는 사실을 이해하면서 공부하면 ‘조립질’이라는 단어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조립질이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군은 지구과학을 공부할 때 참고서나 문제집에 나온 개념을 자기만의 문장으로 재구성해 완벽하게 이해하려고 했다.
“참고서에 있는 요약본을 외우는 대신 제가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정리한 나만의 요약노트를 만들었어요. 책을 쓴 사람에게 익숙한 말과 저에게 익숙한 말은 다르니까요. 제 말로 풀어쓴 내용으로 공부하다 보니 이해가 더욱 잘됐어요.”(문 군)
이들 세 고교생은 모두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에 입학해 지구과학을 심층적으로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인재상’의 올해 수상자로도 선정된 이 군은 “노벨 물리학상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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