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3일 화요일

한국 고등학생의 치열한 일상

한국의 한 유명 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한 미국인이 한국 학생들의 치열한 일상을 소개하며 미국 학생들과 비교한 글이 17일 뉴욕타임스 기고란에 실렸다.

미국 뉴햄프셔주 플리머스주립대 조교수인 존 로저스가 영어 교사로 재직한 한국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1년에 200일을 오전 7시40분까지 학교에 가고 밤 10시가 돼야 집으로 간다.

엘리트 학생들이 다니는 이 학교에서는 아침에 교사와 선도부 학생들이 교문 밖에 서 있다가 머리 길이와 파마, 염색 여부를 점검하고 교복 셔츠를 바지 안에 집어 넣었는지, 치마는 무릎 길이인지, 구두를 신었는지 살펴본다.


수업은 오전 8시에 시작하고 쉬는 시간은 10분이다. 점심시간은 50분, 저녁시간은 오후 5시부터 1시간이다.

학생들은 직접 교실 바닥과 책상, 창문을 닦고 휴지통을 비운다.

로저스는 오후 6시면 컴퓨터를 끄지만 학생들은 더 남아서 4시간 동안 자율학습을 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잠을 자거나 수다를 떨거나 다른 짓을 하지 않도록 감독한다.

학생들이 버스를 타러 나가고 교실이 텅 비려면 10시 20분은 돼야 한다. 이들은 대개 원거리 통학을 한다.

집에 가더라도 대부분 자정까지는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 한국에는 일류 대학에 가려면 하루에 4시간만 자야한다는 유명한 격언이 있기 때문이다.

로저스는 한국의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동안 학교와 부모, 국가의 기대 수준과 학생들이 거기에 맞추려 애쓰는 모습에 놀라곤 했다.

그는 가끔 밤 늦도록 불켜진 교실을 보며 이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어떡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한국을 떠난 그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1학년 철학 수업시간에 아시아에서 지낸 경험을 들려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한국 고등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빨아들이던 모습을 떠올리며 강의실에 들어갔지만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책상마다 휴대전화와 노트북, 아이패드 등 전자기기가 놓여있고 학생들은 수업 중에 책상 아래로 휴대전화를 갖고 놀거나 노트북을 두들겨댔다.

전자기기 사용을 저지하자 학생들은 짜증난 표정으로 다시 강의를 듣기 시작했지만 집중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로저스에게서 얘기를 전해 들은 30년 경력 노교수는 "퇴직 후에 미국 대학 붕괴에 대한 책을 쓸 것이다"라며 "아까 강의실에 있던 20명 중 5명만 수업을 제대로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업을 마치고 대학 교정을 걸으며 태평양 너머 한국의 고등학생들을 떠올렸다.

한국 시각으로 아침 9시니까 학생들은 이미 자리에 앉아 집중해서 수업을 듣고 있을터다.

한국에서는 "열심히 하세요"라는 말을 끊임 없이 듣는다. 이 말은 독려이기도 하고 불평하지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또 학생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더라도 더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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