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희 교수는 14년 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 풀러턴 캠퍼스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최근
한국인들을 위한 글쓰기 방법론을 담은 책 ‘5000만의 글쓰기’(들녘)를 펴냈다. ‘글쓰기란 무엇인가?’부터 문학과 스토리텔링, 상황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기, 연구논문 쓰는 법 등 장르별 접근법까지 담은 이 책은 ‘글쓰기의 정석’ 같은 책이다. 그는 “글쓰기 선진국 미국에서 교수를
하면서 한국인에게 생각의 뼈대를 세우는 글쓰기 방법론을 전하고 싶었다”고 집필의도를 밝혔다.
조제희 교수는 미국 대학생들에게 영어로
에세이를 가르치는 한국인이다. ‘한국인이 영어 에세이를 가르치려면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미국식 교육을 받았을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은 빗나갔다.
그는 대학교 때까지 한국에서 한국식으로 교육받은 토종 한국인이다.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풀러턴에서 영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볼링 그린주립대학교에서 ‘수사학’과 ‘작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 있는 그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미국의 글쓰기 교육에
대해 알고 싶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1시간 가까이 격정적으로 말을 이었다.
그가 제대로된 글쓰기에 눈을 뜬 건 서강대 영문학과
재학 시절, 미국인 신부가 가르치는 ‘잉글리시 라이팅’을 배우면서다. 그는 “신부님은 자신들이 배운 대로 글쓰기 수업을 하셨는데, 기존에 배우던
방식과는 차원이 달랐다. 글쓰기 방법론의 ABCD를 체계적으로 알려 주었다. 수강 후 글쓰기에 새롭게 눈떴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글쓰기가 모든 수업의 기반”이라며 미국의 글쓰기 교육을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모든 과목이 글쓰기 위주로 이루어진다. 역사에 대해
배웠다면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자신의 생각을 담아 글을 쓰는 과정이 필수다. 한국에서의 글쓰기는 논술밖에 없다. 한국 환경에서 자란 나 역시
미국의 글쓰기 교육이 충격이었다. 미국에서 석·박사를 하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리포트를 쓸 때마다 글쓰기 센터를 방문해서 도움을 받았다.
센터에서는 문법은 물론 사고의 응집성까지 봐 준다.”
그는 자신이 근무 중인 캘리포니아주립대의 경우 “교과목 전체가 글쓰기”라고
말했다. 졸업 전까지 최소 3~4 과목의 글쓰기 수업을 들어야 하며, 이와는 별도로 전공별 글쓰기 수업이 따로 있다고 한다. 대학에 합격하자마자
글쓰기 시험을 본 후 점수가 낮으면 별도의 글쓰기 교육을 받는다. 입학식 전에 글쓰기 시험부터 보는 것이다. 그는 “대학 교육은 읽고 쓰고 읽고
쓰는 과정의 반복”이라며 “글쓰기가 지식 생산의 필수도구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교육도 초등학교 때부터 글쓰기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결과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해 과정 위주의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글을 읽고 생각하고 쓰는 교육으로 바꾸면 인성 교육은
저절로 된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글쓰기 교육의 기본이다.”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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