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쓴 고교생 3인
이승언군, KIST 인턴십 끝난 후에도 연구 계속 참여
이미소·정수연양, 고교 논문대회서 나란히
금·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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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이승언군, 이미소양, 정수연양.
최근 이승언군에게 영광스런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의 연구원들이 주축이 돼 쓴 논문에 제3저자로 게재돼 외국 유력 학술지(유럽 유기화학저널·EurJOC)에 논문이 실릴 예정이라는 것. 유럽 유기화학저널은 유기 화학분야 국제학술잡지 55개 저널 중 영향력지수가 13위에 해당할 만큼 권위 있는 학술잡지다. 그는 "제가 2년간 구슬땀을 흘리며 연구한 논문이 좋은 반응을 얻어 기쁘다. 고등학생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인 만큼 무척 힘이 들었지만, 그만큼 얻는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이군은 지난 2011년 KIST 강릉분원이 운영하는 여름 고교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교내 생명과학 동아리에서 활동한 덕분에 선생님의 추천을 받았던 것.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내자며 큰 뜻 없이 참여한 인턴십은 결과적으로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연구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한의사였던 꿈이 생명과학 분야 연구원으로, 관심사도 연구물질로 바뀌었다. 그는 현재 생명과학과가 있는 주요 대학에 수시 원서를 지원한 상태다.
"연구원 선생님들의 보조 역할을 하면서 연구과정을 지켜봤는데,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더라고요. 막막하기만 한 주제가 연구를 통해서 가닥을 잡는 과정을 보는 것이 즐거웠어요. 적성에도 잘 맞아 도전해보자고 결심했지요. 결국 인턴십이 끝난 다음에도 계속 실험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다른 연구원들과 비슷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허락받았습니다."
그의 연구과제는 각종 암 등 다양한 질병에 의약품으로 활용되는 트리아졸이라는 물질을 화합하는 것. 이를 위해 방학과 주말에는 KIST 연구실에 매일 같이 나가 7시간 이상 연구에 매진했다. 학기 중에도 틈틈이 짬을 냈지만, 성적은 내신 평균 1.5등급 이상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일절 사교육은 안 한다는 그는 "연구원 선생님들이 연구를 더 잘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셔서 성적 관리에 힘썼다.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역시 수업시간에 졸지 않고 집중하는 법밖에 없더라"고 강조했다.
◇꿈에 가까이… 논문은 내 생각 전달하는 도구
지난 8월 10일 한국사회학회 주최 제2회 전국 고등학생 논문대회에서 각각 금상과 은상을 받은 이미소(부산국제고 2년)양과 정수연(용인외국어고 2년)양. 경제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이미소양은 지난 3월 경제 관련 논문을 써 보기로 마음먹고 두 달간 1년치 신문의 경제 분야 기사를 탐독했다. '공유경제'를 주제로 잡고 나서는 고교생 87명·일반인 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항상 가방 안에 설문지를 넣고 다니면서 길에서 마주치는 분마다 조사에 응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거절도 수없이 당했죠. 덕분에 웬만한 일에는 눈도 끔쩍하지 않을 수 있는 정신력을 갖게 됐어요"(웃음).
지난 학기 내내 자신의 논문 '인식과 선호도 분석을 통한 공유경제 보편화 가능성' 집필에 매달렸던 이양은 "꾸준히 한 가지 주제를 파고들었던 경험 덕분에 공유경제를 접목한 사회적 기업가가 되겠다는 확고한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수연양은 고교 입학 후 확고했던 꿈에 회의가 들며 슬럼프를 겪었다. "일단 진로 관련 고민이 생기니 정체성에도 혼란이 왔어요.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 보니 특수목적고임에도 진로에 확신을 갖지 못한 이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요. 저와 제 친구들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정체성 혼란, 그 혼란 마주하기'라는 제 논문이 탄생한 거죠."
또래 친구의 진로 고민과 마주하며 역설적으로 정양은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원래 꿈이 검사였어요. 주변 친구들의 고민과 심리를 파헤치며 제가 여전히 그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됐죠. 심리학과나 사회학과에 진학한 다음 통찰력을 가진 검사가 되겠다는 결심이 확고해졌어요. 그다음부터는 공부도 더 열심히 하게 됐고요."
정양은 "자신만의 관심사가 있다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이번 학기는 한 가지 주제를 설정하고 논문 한 편을 완성하는 시기로 삼아보세요. 앞으로 나아갈 길이 구체적으로 보일 거예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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