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다시피 E=mc2은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방정식. 2차대전 때 악용되어 핵무기를 만들어낸 방정식이기도 하다. 질량과 에너지가 모습은 다르나 실체는 같다는 내용이다.
지난 5월 23일 주간조선 사무실에서 만난 고 교수는 “책 제목에 있는 E=mc2과 그 배경이 되는 F=ma라는 식은 자연과학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식일 것”이라며 “중학생 정도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으며, 초등학생 중에서도 알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하지만 이토록 유명한 식들에 대한 이해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집필 동기를 설명했다.
고중숙 교수는 “책은 중학생 이상이면 이해할 수 있도록 썼다. 또 직장인들, 그리고 시간적·정신적으로 여유를 가진 어른도 읽어보시라고 권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의 얼개를 관조해 보고자 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 과정에서 우리는 유레카(Eureka)라고 부르는 경이로운 지적 희열의 체험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이 두 식은 한데 어울려 우주 만물이 불변의 법칙을 중심으로 겉모습만 달리하면서 영원토록 변화함을 나타낸다는 점을 깊이 음미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방정식’이란 단어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방정식이란 말은 고대 중국의 수학책 ‘구장산술’에 나온다. 방정식이란 용어는 수학이 어렵다는 잘못된 생각을 준다. ‘등식’이란 용어로 바꾸는 게 타당하고 정확하다.” 고 교수는 “수식이란 선인들이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와주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 타는 법을 말로 설명하려면 얼마나 길어지고 복잡한가. 10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말이 아니라 직접 한번 타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수식도 그와 같다. 수식을 만들지 않고 그걸 말로 풀어서 설명하면 얼마나 길어지는지 아는가.”
고 교수는 E=mc2 공식의 유도를 위해 고교에서 배운 수학을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설명하고 있다. 기자는 고교 졸업 후 처음으로 이 책에서 ‘도함수’란 말을 다시 접했고 고 교수가 책에서 내놓은 미분 문제를 풀었다. 문제를 풀어 답을 맞혔을 때는 기분이 좋았다. 그에게 왜 F=ma에서 E=mc2이라는 등식을 유도할 줄 아는 게 중요한가 물었다. 그는 먼저 미적분의 의미에 대해 말했다.
“수식 유도를 위해 미적분을 알아야 한다. 책에서도 말했지만 미적분은 위대한 사상이다. 철학자 칸트 못지않은 위대한 사상이다. 미적분 하면 어렵게 생각하는데 아니다. 자동차를 타고 가는 걸 예로 들어보자. 가속페달을 누르면 속도가 변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속도로 가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얼마가 걸릴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속도가 변화하는 걸 수학적으로 표현한 게 미분이다. 속도를 적분하면 부산까지의 거리가 나온다. 미적분은 우리가 감각적으로 일상생활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명확하게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좋지 않겠나.”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바꾼 위대한 과학자. 그가 1905년 특수상대성 이론을 내놓기 전까지 인류는 시간과 공간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은 연결되어 있다고 말해 당대인에게 큰 충격을 줬다. 아인슈타인 이후 인류의 시공간에 대한 이해는 달라졌다.
“시공간은 우리 삶과 연결되어 있다. 삶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시공간에 대한 이해다. 철학자 칸트는 과학자이기도 했다. 그는 시공간이 실재가 아닌, 인간이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개념적 구조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걸 자칭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자신의 시공간에 대한 사유가 기존의 사고를 뒤집었다는 말이다. 이건 아인슈타인에 의해 깨진다. 아인슈타인은 두 개의 상대성이론을 내놓고 공간이 휘어지고 시간은 어디서는 빨리 가고 어디서는 늦게 간다고 말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은 세상을 이해하는 출발점이고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지점이다.”
책은 상당히 쉽다. 고 교수의 과학과 수학에 대한 주옥 같은 어록이 책 곳곳에 등장해 흥미를 더한다. 그는 책 속에 고교 교육의 문·이과 분리에 대해 많은 비판을 해놓아 시선을 끌었다. 고교 과정에서 문·이과 분리는 낡은 방식이며, 통합교육으로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흥미로웠다. “교육과정을 통합하고 고교까지는 모든 국민이 공통의 기본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과 출신, 문과 출신이라는 구분은 40~50년 전의 틀이다.”
고 교수는 ‘수학 바로 보기’ 등 10권 가까운 책을 냈다. 많은 역서를 내기도 했다. ‘연금술사의 부엌’ ‘소수의 음악’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 ‘괴델의 증명’ ‘불안정성’이란 좋은 외국 책을 소개했다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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