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일 토요일

영화 그래비티 GRAVITY 어디까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과학적 진실일까

영화 그래비티 속 옥에 티… 어디까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과학적 진실일까
우주복 벗으니 핫팬츠? - 13겹으로 된 9㎝ 두께 우주복 벗으면 체온 식혀주는 전신 냉각 속옷과 생리현상 해결 위한 기저귀 차고 있어야
'조지 클루니 우주미아' 가장 비과학적 장면 - 우주정거장에 매달린 두사람은 정지상태… 무중력상태라 줄 놨다고 떠내려가진않아… 극적인 효과 높이기 위한 설정일뿐
공중에 떠있는 우주인, 왜 추락하지 않나 - 우주인이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초속 7.6㎞ 이상 속도로 지구궤도 돌아… 원심력이 중력 상쇄해 추락 안하는 것
우주 쓰레기 위력은 어느 정도인가 - 총알 10배 속도 초속 7.6~11㎞로 돌아… 각설탕만 한 쓰레기가 충돌하면… 수류탄 폭발에 맞먹는 위력 발휘



우주 로켓 '나로호' 발사에 성공한 뒤 언론 취재가 뜸했던 대전 항공우주연구원에 요즘 기자들의 전화가 잦다. 지인들로부터 "그거 진짜야?"라는 질문을 받는 연구원들도 부쩍 늘었다. 영화 '그래비티'(Gravity)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전·현직 우주인들에게 영화 속 장면들에 대해 '진위(眞僞) 감별성'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지상 600㎞의 허블우주망원경을 수리하던 우주인들을 우주 쓰레기가 덮친다. 지구로 돌아갈 수단인 우주왕복선은 파괴된다. 주인공은 개인용 분사장치(MMU)와 탈출용 로켓 등을 이용해 국제우주정거장(ISS), 중국의 우주정거장을 거쳐 우주 쓰레기가 휩쓸고 다니는 죽음의 궤도를 탈출해 지구로 생환한다.

스크린 위엔 무중력과 진공이 지배하는 우주 공간이 정교하게 그려진다. 허블우주망원경, 우주왕복선, 국제우주정거장, 러시아의 우주선과 중국의 우주정거장은 베테랑 우주인들이 봐도 영락없는 실물이다. 우주에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찍은 듯한 장면들이다. '어떻게 찍었을까' '현실의 우주에서 가능한 일인가'라는 의문들이 꼬리를 문다.

미국의 우주인 가렛 라이스먼은 "우주를 다룬 영화 중 일반인들이 이번처럼 진지하게 '진짜 그래요?'라고 물었던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전 세계를 우주 체험으로 몰아넣고 있는 영화 그래비티.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과학의 눈으로 본 영화 속 옥에 티, 영화가 말해주지 않는 의문들을 'Why?'가 풀이해봤다.

NASA·위키미디어커먼스·워너브러더스 제공
◇샌드라 불럭의 미모는 과학적으론 옥에 티?
샌드라 불럭(스톤 박사역)은 우주에서도 아름답다. 갸름한 얼굴에 단발머리, 탄력 넘치는 각선미. 변함없는 그녀의 미모는 그러나 과학적으로 보면 '옥에 티'다. 그녀는 지상에서처럼 예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중력이 작용하는 지구에서는 혈액은 아래로 몰리지만, 우주 공간의 무중력 상태에선 심장을 나온 피가 머리로 몰린다. 우주인들은 늘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얼굴과 뇌로 피가 몰리면서 얼굴이 부풀어 오른다. 반면 상대적으로 혈액 공급이 줄어든 다리는 가늘어진다. 천하의 미녀라도 '얼큰이'(얼굴이 불균형하게 큰 사람)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탄력 넘치는 그녀의 다리도 노인의 것처럼 가늘어진다. 사지의 근육과 뼈도 약해져 지구로 돌아온 우주인들은 영화 말미 샌드라 불럭처럼 힘없이 쓰러진다. 머리카락은 무중력 때문에 위로 뻗친다.

무중력이 외모에 도움이 되는 면도 있다. 얼굴이 부풀어 오르면 피부가 팽팽해져 젊어 보이는 효과가 생긴다. 영화에선 조지 클루니(맷 코왈스키 역)가 샌드라 불럭에 농담을 던진다. "당신, 나한테 반했죠?"라고. 무중력상태라면 주름투성이 조지 클루니도 젊은 샌드라 불럭에게 수작을 걸어볼 만큼 윤기나는 피부를 가질 수 있다.

샌드라 불럭이 우주복을 벗는 장면. 13겹, 9㎝ 두께의 우주복 안에서 그녀는 런닝셔츠와 핫팬츠 차림이다. 진짜 우주에서라면 인위적으로 체온을 식혀주는 전신 냉각 속옷, 우주 유영 때 화장실에 갈 수 없는 우주인들을 위해 개발된 종이 기저귀를 차고 있어야 한다.

◇극적 효과를 위해 일부러 오류를 택한 장면은?

영화를 만든 멕시코 출신 쿠아론 감독은 "영화 스토리를 위해 과학적 정확성을 벗어나 자유가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 과학을 무시한 장면이 있다는 말이다. 조지 클루니가 샌드라 불럭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우주 미아가 되는 장면이 그렇다.

허블망원경을 떠나 가까스로 국제우주정거장에 닿은 샌드라 불럭과 조지 클루니. 그러나 두 사람은 국제우주정거장의 동체와 거칠게 충돌하면서 우주 공간으로 튕겨나간다. 둘 다 우주 미아가 될 위기. 샌드라 불럭의 발이 낙하산 줄에 걸리고, 그녀의 우주복과 연결된 생명줄 끝에 조지 클루니가 대롱대롱 매달린다. 지구로 치면 절벽 끝에 매달린 것과 같은 형국이다. 이 순간 조지 클루니는 스스로 생명줄을 풀고 망망한 우주 공간으로 떠내려간다. 여성 동료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를 통틀어 과학적으로 가장 큰 오류로 꼽힌다. 국제우주정거장 동체에 매달린 두 사람은 움직임이 멈춘 상태였다. 정거장의 동체에 대해 속도가 제로(0)라는 것. 중력이 없는 상태이기에 생명줄을 풀어도 조지 클루니는 그냥 그 자리에 멈춰 있을 뿐 어떤 방향으로도 추락하지 않는다. 샌드라 불럭이 조지 클루니와 연결된 생명줄을 그녀 쪽으로 천천히 잡아당기기만 하면 두 사람은 함께 우주정거장에 안착할 수 있다.

◇우주인은 왜 지구로 떨어지지 않나?

지상 600㎞의 허블우주망원경 아래로 아름다운 지구의 풍광이 펼쳐진다. 샌드라 불럭은 그러나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지구 중력에 의한 추락의 공포가 그녀의 잠재의식을 짓누르는 탓이다. 허블망원경 수리를 위해 우주 유영을 했던 현실의 우주인들도 처음 우주로 나가 망원경에 오를 땐 추락의 공포 때문에 벌벌 긴다고 한다. 하지만 추락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영화 속 우주인들은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초속 7.6㎞가 넘는 속도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지구를 90분에 한 바퀴, 하루 총 16번을 도는 엄청난 속도다. 이때 생기는 원심력이 지구 중력을 상쇄해 우주인은 추락하지 않는 것이다. 무중력 상태도 이 원운동이 주는 선물이다. 허블망원경에 가기 위해선 우주왕복선은 먼저 허블망원경이 돌고 있는 궤도에 올라 거의 같은 속도로 돌면서 거리를 좁힌다(랑데부). 종국엔 완전히 결합(도킹)한다. 우주왕복선에 타고 있는 우주인들도 허블망원경과 같은 속도로 궤도를 돌게 되는 것이다.

우주인들은 자신들이 돌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눈앞의 지구가 45분 단위로 밤낮이 바뀐다. 지구에서 바라보면 태양이 도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우주 공간에는 바람도, 진동도, 소음도 없으니 속도감을 느낄 수가 없다.

NASA·위키미디어커먼스·워너브러더스 제공
◇각설탕 크기 우주 쓰레기 수류탄급 위력
영화 속 위기의 근원은 우주 쓰레기다. 자국의 낡은 위성을 미사일로 격추한 러시아가 재앙을 촉발한 그 주범으로 나오지만, 현실에선 중국이었다. 2007년 중국은 고장 난 기상위성을 미사일로 격추했다. 그 여파로 우주 쓰레기가 급증했다.

우주 쓰레기는 초속 7.6~11㎞의 속도로 지구를 돈다. 총알의 10배 속도다. 구슬 크기 우주 쓰레기 하나가 주는 충격은 건물 3층 높이에서 떨어지는 1t짜리 금고와 충돌했을 때와 같다. 폭탄으로 비유하자면, 각설탕 크기 정도의 쓰레기는 수류탄 정도의 폭발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선 우주 쓰레기가 덮쳤을 때 들리는 것은 우주인들의 비명뿐. 폭발음이나 충격음은 없다. 공기가 없는 진공에선 영화에서처럼, 우주 쓰레기의 공습은 소리 없이 이뤄진다.

영화 서두, 우주 쓰레기에 맞은 우주왕복선이 빙글빙글 회전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동체에 장착된 로봇팔에서 작업하던 샌드라 불럭이 충격으로 튕겨나가 우주 미아가 될 뻔한다. UCLA 물리천문학부 장 루크 마곳 교수는 그러나 "우주왕복선을 그 정도로 회전시키려면 1000㎏ 이상의 우주 쓰레기가 동체의 날개 끝을 정확히 때려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우주 쓰레기가 그 정도로 크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 역시 허구에 가까운 장면이라는 것이다.

현실의 우주에선 아직까지 치명적인 사고는 없었다. 우주인 6명이 머무는 국제우주정거장의 경우 충돌 확률이 1만분의 1 이상으로 높아지면 궤도를 수정한다. 그럴 여유가 없을 땐 영화에서처럼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탈출한다.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소련의 스푸트니크가 우주로 나간 뒤 지금까지 발사된 인공위성의 수는 5000개가 넘는다. 이 중 1000개 정도가 현재 작동 중인 위성이다. 나머지 4000개는 지구 대기권으로 추락해 사라졌거나 우주 쓰레기가 돼 떠돌고 있는 셈이다. 지상 160~2000㎞ 사이에 거대한 무덤을 이루고 있는 그 무리 속엔 1963년 미 공군이 우주 공간에 뿌린 4억개의 통신용 바늘, 구소련 시절 발사된 핵 추진 위성에서 흘러나온 냉매가 구슬처럼 얼어붙은 것 같은 별별 쓰레기가 다 섞여 있다.

크기도 제각각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구슬보다 큰 것이 총 50만개, 야구공 크기 이상의 것이 2만2000개 이상이다. 지름 1㎜ 이상은 수백만개가 넘는다. 이런 쓰레기들은 고도가 계속 낮아지면서 결국에는 지구 대기권으로 들어와 재로 변한다.

◇허블망원경, 왜 국제우주정거장에 장착하지 않았나

영화 속 주인공들은 허블망원경을 고치다가 우주 쓰레기에 습격당한다. 우주왕복선이 파괴돼 우주선 주변을 저속으로 오갈 수 있는 개인추진장치(MMU)에 의존해 목숨을 걸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가는 것으로 그려진다. 항공우주연구원 김해동 박사는 "현실에선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김 박사는 "MMU는 길어야 6~7시간 작동할 수 있고 속도도 매우 느려 영화에서처럼 우주 궤도상에서 수백㎞ 떨어진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치 중남미 카리브해에서 바다에 던져진 사람이 영국 런던까지 헤엄쳐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게다가 허블망원경은 국제우주정거장보다 150㎞ 높은 곳에 있고, 지구를 도는 각도도 서로 다르다. 허블망원경이 있는 궤도에서 국제우주정거장이 있는 궤도로 옮기려면 우주선 말고는 갈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왜 허블망원경을 처음부터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하지 않았을까? 미국은 허블망원경 수리를 위해 5번 우주왕복선을 띄웠다. 만약 우주인 6명이 상주하는 국제우주정거장에 허블을 달았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드는 왕복선을 띄우는 대신 그곳의 우주인들이 수시로 수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나사도 실제 허블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했다. 그러나 결국 포기했다.

첫째, 국제우주정거장이 있는 저궤도는 대기에 의한 마찰이 상대적으로 커 허블망원경이 갖고 있는 태양열 패널이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둘째, 우주인들이 머무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는 우주인들이 내놓는 각종 가스와 배설물, 쓰레기가 나온다. 허블망원경의 광학 계통을 오염시킬 수 있다. 셋째, 우주정거장 기동 과정에서 생기는 진동 역시 정밀한 촬영에 치명적이다. 때문에 허블망원경은 우주인이 머무는 정거장보다 높은 궤도에 단독으로 설치할 수밖에 없고, 이를 수리하기 위해선 우주왕복선이 오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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