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사고만 우수생 몰려 일반고 수업 분위기는 엉망"
"자사고 이전부터 있던 문제… 하향 평준화 부추겨" 비판도
자율형공립고, 일반고로 전환
일반고에 5000만원씩 더 주고 교육과정도 자율적 편성·운영
◇일반고 강화냐, 하향 평준화냐
전국의 2318개 고교 중 일반고는 1524개(65.7%)다. 서울 지역 한 일반고 교사는 "수업을 진행하기가 예전보다 더 힘들다.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안 떠들고 잠만 자도 차라리 고맙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고교 다양화' 정책으로 자율형사립고와 자율형공립고에 우수 학생이 몰리는 바람에 일반고의 경쟁력이 더 떨어졌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반고 수업 분위기를 살리는 길은, 결국 자사고에 갔던 학생이 일반고로 다시 빠져나와 수업 분위기를 바로잡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런 입장에 대해 "'교실 붕괴'는 자사고가 도입되기 이전부터 문제가 된 것인데, 자사고 탓으로 돌리며 사실상 자사고를 무력화하는 건 결국 '하향 평준화'만 부추길 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특목고 교사는 "잘하는 학생은 더 잘하게 하고, 뒤처지는 학생은 끌어주는 방안을 교육 당국이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 2007년 당시 여당은 무너진 공교육을 살리는 방편으로 '고교 다양화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교 다양화 정책'을 추진했던 한 인사는 "1974년 고교 평준화가 도입된 이후 공교육의 위기, 하향 평준화 등 교육 문제가 누적돼 왔다"면서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공교육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고교 유형을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다양화'는 사실상 백지화
전 정부에서 5년간 추진해 온 교육정책을 뒤엎는 바람에 학교 현장의 혼란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이 노무현 정부 때의 학교 체제로 회귀(回歸)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50개 자율형사립고 가운데 앞으로 학생 선발권을 박탈당하는 평준화 지역의 39개 자사고는 모두 이명박 정부 당시 일반고에서 자사고로 지정된 학교다. 반면 학생 선발권을 계속 유지하는 민사고·상산고 등은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자립형사립고'라는 학교 형태로 존재했다.
이날 교육부는 "전국의 116개 자율형공립고도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자율형공립고는 2009년 교육부가 공립고 육성 차원에서 도입한 학교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정책 관계자는 "교육부가 당과 협의한 내용은 아니지만 일반고 역량 강화를 위해 그 같은 내용의 발표를 할 것이라는 통보는 받았다"며 "기존 자사고는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당에서도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반고 교육과정에 자율성 확대
교육부는 이날 일반고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도 내놨다. 내년부터 2017년까지 일반고에 학교당 교육과정 개선 지원비를 500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학교 교육과정에도 자율성을 더 주기로 했다. 교과별 필수 이수 단위를 줄이고, 학교별로 특성 있는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편성·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과학 중점 학교, 예술 중점 학교 등 특성화된 일반고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단 국·영·수 과목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3과목의 교과 시간이 전체 교과 시간의 50%를 넘지 않도록 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진로·적성을 고려하여 외국어, 과학, 예체능 등 학교 내 다양한 진로 집중 과정을 개설하고, 인근 학교와 연계해 소수 선택과목 등을 개설하는 '교육과정 거점 학교'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일반고의 교육 환경도 지속적으로 개선해서 학급당 학생 수를 2017년까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수준인 25명으로 줄이겠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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